백일 글쓰기라는 책을 보고 나도 한번 해 볼까 생각했다. 책을 읽으면 어떻게든 쓰니 그렇게 어렵지 않을지도 몰라 생각했는데, 처음부터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이럴 수가. 무엇을 써야 할지 생각하지 않아서인 것 같다. 처음 쓰려 한 건 ‘글’인데, 글을 쓰고 싶은 건지, 글을 쓰고 달라지고 싶은 건지. 둘 다다.

 

 글은 나한테 말과 같다. 난 사람을 만나지 않고 누군가와 말하는 일은 거의 없다. 어렸을 때는 학교에 다녀서 사람을 만났지만, 사람을 만난다 해도 말 잘 못하고,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듣기만 했다. 중학교 때부터 편지를 썼다. 그렇게라도 친구와 말했지만 오래 가지 않았다. 지금도 편지를 쓰는데 학교 다닐 때 친구는 하나도 없다. 난 말로 하는 것보다 오래 생각해도 괜찮은 글이 편하다. 오래오래 친구와 이야기 했다는 말 보면 신기하다. 어쩌면 부러운 건지도.

 

 어쩐지 난 말을 대신하는 글을 쓰려는 것 같다. 그런 것도 있고 그저 글이 쓰고 싶다. 글을 쓰고 싶은 까닭도 잘 알아야 할까, 그냥 하면 안 될까. 무언가를 좋아하는 건 말하기 어려운 게 아닐까 싶다. 글을 쓰면 달라진다고도 하는데 난 그런 게 없는 것 같다. 아주 조금은 달라졌겠지만, 여전히 안 좋은 생각에 빠지고 나를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를 좋아하고 싶다. 그러려면 그런 글을 써야 할 텐데. 글을 쓰면 무언가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날마다 글 쓰는 건 어려울 거다. 글 길이는 그렇게 길지 않아도 된단다. 쓰면서 늘려가면 될 거다. 짧게 써도 날마다 쓰기는 쉽지 않겠지. 쓸거리가 떠오르지 않아서. 그래도 한번 해 보면 글쓰기 조금 편해질까.

 

 

 

*더하는 말

 

 이건 시작이 아니다. 마음을 먹고 시작하는 게 좋을지,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고 그냥 해 보려고 했다. 그건 그저 일기나 마찬가지겠다. 준비운동 하는 글을 써 보고 시작하라고 했는데 정말 그래야 할 것 같다. 이것도 준비운동이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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