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내가 사람이 죽는다는 걸 알았는지 잘 모르겠다. 누군가는 그걸 처음 알고 큰 충격을 받기도 했을 텐데 난 그런 적 없다. 어렸을 때 병아리를 키운 적 있는데, 잠깐 살다 죽어도 그렇게 슬프게 여기지 않았다. 죽음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어릴 때는 그런 감정을 잘 몰랐던 게 아닐까 싶다.

 

 책이나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누군가 죽으면 어쩐지 슬펐다. 잠시 슬퍼하고 오래 생각하지 않았다. 잠시라도 시간을 함께 한 사람이 죽어서 슬펐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그 일이 나한테 일어난 일이 아니다는 걸 알았겠지. 내 일이 아니어서 오래 슬프지 않았을 거다. 두해 넘게 기른 햄스터가 죽었을 때는 무척 슬펐다. 그리고 그 슬픔이 오래 갔다. 그렇게 작은 동물이 죽었을 때 그랬는데 가까운 사람이라면 슬픔이 더 크겠다. 고양이나 개여도 그렇겠다.

 

 왜 이런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저 언젠가는 나와 가까운 사람이 죽겠다는 생각을 해설지도. 사람, 아니 우주 자체는 나고 살다 죽는다. 우리가 사는 별 지구 더 넓게는 우주도 언젠가 사라진다. 그런 걸 모든 사람이 볼 수 없겠지. 볼 수 없기에 실감하지 못할지도. 죽음이라는 것도 가까운 사람한테 찾아오지 않으면 잊고 산다. 자신이 죽는다는 것도.

 

 누구나 언젠가 죽는다고 생각해도, 난 지금까지와 다르지 않게 살 거다. 앞으로도 게으르게 살겠지. 게으르게 살더라도 지금을 살아야겠다. 이것은 조금 어려운 건가. 지금은 바로 지나가니 말이다. 그렇다 해도 지금이라 할 수밖에 없다. 지금 하는 게 나은 건 덜 미루도록 해야겠다. 미루지 않고 잘 하겠다는 말은 못하겠다. 지킬 수 없으니.

 

 한사람 삶이 끝난다고 해도 모든 게 끝나는 건 아니다. 인류는 그대로 삶을 이어갈 거다. 언젠가 지구가 사라질 날까지. 우주보다 지구가 먼저 사라지겠지. 모든 게 사라진다 해도 살아야 한다. 난 그게 좋다고 생각한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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