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 매거진 (GARM Magazine) 03 콘크리트 건축재료 처방전
감씨 편집팀 지음 / 감씨(garmSSI)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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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p.

철근콘크리트 건축물의 수명이 다되었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원래 콘크리트는 편의상 28일에서의 강도를 품질관리의 기준으로 하고 있으나 시간이 갈수록 더욱 단단해진다. 그렇기에 철건콘크리트 건물의 수명은 콘크리트가 더이상 철근의 부식을 보호하지 못하는 상태에 끝난다. 콘크리트는 시멘트와 물이 반응하여 생성된 수산화칼슘이 강알칼리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철근의 부식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수산화칼슘이 공기 중의 탄산가스와 만나면 중성화 과정을 거쳐 탄산칼슘이 되고, 더 이상 철근을 보호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콘크리트가 철근을 보호하는 두께, 즉 피복두께가 모두 중성화 되면 외관상으로는 철근이 콘크리트 속에 보호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본격적인 부식이 시작되고 부식이 되는 만큼 철근의 단면적이 팽창하여 균열을 유발한다. 결국 실질적으로 인장력을 담당하는 유효 단면적은 감소되어 충분히 하중에 저항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다소 시점에 대한 의견 차이는 있으나 철근콘크리트 건축물의 수명은 중성화로 결정된다.

23p.

시멘트는 원래 자연 상태에서 탄산칼슘(석회석)의 형태로 존재했으나 인간이 1,000ºC로 가열하여 강제로 이산화탄소를 분리하여 불안정한 물질로 만들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시멘트라 명명되어진 이 물질은 물과 반응하고 또 이산화탄소와 반응하여 다시 원래의 안정상태로 돌아가고자 하는데, 우리는 이 과정을 중성화가 되어 수명이 다한 것으로 이해한다는 것이다.

31p.

감: 대부분의 현장에서 상황에 맞는 혼화제를 쓰지 않나? 어떤 첨가물을 사용하는지 궁금하다.

한: 금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유동화제와 섬유보강제를 주로 사용한다. 또한 창호의 개구부와 상인방의 보강을 위해 약품을 사용한다. 노출콘크리트는 크랙에 민감하고 외방수가 어려워 하자가 많이 발생한다. 실제로 크랙에 의한 하자가 대부분인데 이는 타설할 때 기포가 잘 섞이지 않아서 생긴다. 물리적으로 빈틈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고주파 바이브레터를 반드시 사용해야하지만 가격이 비싸다.
순수 자연재료였던 과거의 콘크리트와는 달리, 현대의 레미콘은 점점 화학제품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아직까지 국내에선 건축재료의 환경문제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유동화제, 섬유보강제, 발포제는 물론 폐타이어까지 넣는다. 레미콘은 화학약품에 가깝다. 라돈, 포름알데히드, TVOC 등은 실제로 건축자재에도 많이 있는 유해물질이다. 해외에서는 콘크리트뿐 아니라 황토, 석고판넬 등에도 친환경 문제를 제기한다.

감: 그렇다면 약품을 사용하지 않고 시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

한: 콘크리트는 특성상 90분 이내의 거리에 있는 대리점에서 주문할 수밖에 없이 때문에 약품 첨가 비율은 복불복이다. 같은 건설현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라도 레미콘 근무자들은 품질을 정확히 맞추지 못한다. 횡포도 심하고 규격화되어 있지도 않다. 일본의 경우 강도, 규격, 색상 등이 규격화되고 세분화되어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생산자가 주는 대로 받아 써야 하는 현실이 너무도 안타깝다.

37p.

감: 재료로서 콘크리트의 미래를 점친다면?

김: 북유럽은 목조주택이 유행이다. 석회석이 없기에 레미콘 회사가 없다. 막상 레미콘을 사용할 수 있는 나라가 별로 없다. 동남아시아는 인건비가 싸서 현장에서 직접 비벼서 쓴다. 한국은 가격도 저렴하고 레미콘 기술이 잘 발달해 있다.

윤: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자연재료는 많지 않다. 돌, 목재, 금속, 콘크리트 정도다. 그래서 콘크리트를 돌의 대체재로 자연스럽게 이용한다. 단점은 틈이 없어 숨을 쉬지 못해 기후와 관련된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유럽의 오래된 건물은 모두 돌을 조적해 만들었다. 재료를 대체하다 보니 과거의 유산을 따라 가게 되었다. 저가나 보급형 아파트에서 콘크리트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한 가지 한국 시장에서의 바람이 있다면, 파리 루브르 미술관의 피라미드 하부는 갈색 콘크리트다. 시멘트를 배합할 때 이집트 가자지구에서 자연 모래를 가져다 쓴다. 이처럼 콘크리트로 색을 달리하는 것도 가능하다. 한구겡선 명도의 차이가 있는 콘크리트만 쓴다. 일본에는 모래 지도가 있다. 얼마든지 콘크리트로도 지역화를 할 수 있는데 연구가 없다.

감: 콘크리트에 대한 일반인의 오해도 많다. 먼저 친환경 재료라는 것이다.

김: 극단적으로 이야기해서 건축재료 중에 몸에 해롭지 않은 것은 없다. 흙이나 나무 볏집을 사용한 집이라면 모를까. 현대사회에서는 디자인과 성능에 대한 요구가 많다. 이러한 것을 해결하려다 보면 대체물이 개발된다. 예를 들어 황토 벽지는 겉에 코팅이 되어 있고, 아크졸이라는 화학 소재를 넣어야 봉투바름을 할 수 있다. 우리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가구재는 고밀도 MDF와 파티클보드이다. 이러한 재료들이 몸에 좋을 수는 없다. 건축 재료로서 산업화를 통한 품질 확보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콘크리트 자체는 천연소재다. 자연재료이다보니 특별한 성분 검사를 하지 않는다. 빨리 시공해야 하고 견고해야 하는 것만 아니면 훨씬 더 인체에 무해한 소재로 바꿀 수 있다.

감: 단열에 취약하든 문제도 있지 않은가?

김: 단열은 내외단열 모두 마찬가지다. 콘크리트는 50cm를 넘으면 단열 기준이 의미가 없어진다. 굉장히 단열 성능이 좋다. 단열재는 콘크리트 두께가 20cm 이하일 때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은 기술적으로 보완할 수 있다. 월타이트(walltitle) 방식의 수성폼으로 콘크리트 자체를 기밀하게 바꾼다. 발포폴리스티렌이다. 지금 문제가 되는 주택들은 설계와 시공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83p.

감씨(감): 그동안 거의 모든 프로젝트의 외장재료로 노출콘크리트를 사용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곽희수(곽): 노출콘크리트는 내외부를 함께 구축하기 때문에 단순한 외장재가 아니다. 인체에 비유하면 뼈대인 구조이자 외피조직과 같다. 인체의 피막은 근육과 신경조직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은가. 끊기지 않는 근육과 피부처럼 콘크리트는 외부와 내부를 단단하게 결속하고 연결한다.
콘크리트 건물의 일차적인 디자인은 건축가가 한다. 하지만 원하는 건축물을 얻기 위해서는 원료를 주입하고 성형하는 거푸집을 만들어야 한다. 노출콘크리트의 미학적 가치는 그것을 만드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구축되고 공사 후 사라지는 거푸집에 있다. 그래서 콘크리트는 ‘철과 목재(합판)로 짜인 거푸집의 미학‘이라고 생각한다. 거푸집을 탈형할 때 현장의 광경은 나비가 누에고치를 탈피하는 과정과 유사하다. 건축가의 창작은 제도판이 아니라 목수의 첫 못질로부터 생사를 가름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숨막히는 과정이 건축이라고 생각한다. 초기에 이 사실에 경도되었다. 실재하는 건축과 그것을 구축하기 위한 건축.

이 둘 사이의 관계를 풀어내면서 두 개의 건축을 완성하고 있음을 알았다. 그래서 거의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콘크리트를 탐구하고 있다.
콘크리트를 고집하는 또 다른 이유는 적어도 다음 세대 건축가는 재료에 대한 자료 부족으로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다양한 이유에서 다른 재료에 대한 호기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건축가의 짧은 생애를 고려한다면 하나의 재료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기록하고 남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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