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를 지키는 밤 마음이 자라는 나무 17
하네스 크루그 지음, 전은경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나는 도시 아이로 자랐다. 동물원 밖에서 한 번도 야생 동물을 마주치거나 지켜본 적이 없다. 공원에 가 다람쥐나 청설모만 발견해도 좋다고, 신기하다고 "깍~" 소리를 지른다. 길을 가다가, 내 할 일을 하는 와중에 생각지도 못한 야생동물(그것도 꽤나 몸집이 큰)을 만나게 되면 어떤 기분일지 상상도 안 간다. 하지만 어쩌면 이럴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들게 해 준 아이 책이 한 권 있다. <검은 여우> 속 남자 아이는 지루한 시골 생활 속에서 어느날 검은 여우를 마주치고는 숨이 멎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무섭거나 위험해서가 아니라 그 동물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늑대를 지키는 밤>을 읽으며 그 책을 떠올렸다. 소년과 야생동물과의 만남이라는 소재 덕분일 것이다. 하지만 주제나 사건 흐름 등은 많이 다르다. 만남은 같았다. 무료한 시간을 혼자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지내던 빅터는 우연히 늑대와 마주친다. 서로를 바라보다 전기에 감전된 듯한 느낌을 받은 후 늑대는 나타난 것처럼 홀연히 사라진다.

 

평생 살면서 이렇게 강렬한 만남을 몇 번이나 겪게 될까. 아빠가 갑자기 돌아가신 후 마음의 문을 닫고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던 빅터에겐 또다시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을 것이다. 그런 늑대가 사람들에게 잡히고 갈 곳이 없어 안락사의 위기에 처했다. 빅터로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지만 주위 어른들은 아이를 믿어주지 않는다.

 

200여 페이지에 불과하지만 참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야생동물 밀거래에서부터 동물 학대, 인간의 이기심과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려는 빅터의 의지, 신념까지. 그리고 그런 행동들이 결국은 주위 어른들을 감동시켰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네가 지금 늑대에게 관심을 갖는 것만큼 큰 관심을 쏟을 일이 그다지 많지 않다고 생각해. 자신이 감동한 것에 열정을 쏟고, 위험을 무릅쓰고, 그것을 위해 싸우고, 벌 받을 각오까지 하는 사람은 아주 드물거든!"...151p

 

내 아이도 그렇게 자라길 바란다. 더불어 나 자신만 아는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의 상황도 고려해줄 줄 아는, 생명의 소중함을 알고 자신의 생각을 위해 최선을 다할 줄 아는 어른으로 자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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