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라임 청소년 문학 27
은이결 지음 / 라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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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아이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나도 어느새 늙었구나... 싶을 때가 있다. 나름 뉴스, 신문 매일 보고 책도 열심히 읽으며 시대에 뒤쳐지지 않겠다고 노력하며 산 것 같은데, 아이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때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나도 중학교 시절엔 암울하고 별 것 아닌 것 갖고 친구와 다투기도 하고 나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었지만 요즘 아이들 관계를 들여다보면 도대체 왜 저렇게 이기적이고 가식적으로 보일까 싶다. 그 나이에서만 할 수 있는 고민이 있겠지 이해해 보려고 한다.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있고 그 시대 속에서 자란 아이들은 확실히 우리 때와는 다를 것이다.

 

<#구멍>은 16살, 중학생 남자 아이들 3명에 대한 단편집이다. 각각 다른 이야기인데도 서로가 친구들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요즘 아이들에 대한 성격이 잘 묘사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때로는 자기멋대로이고 이기적이며 버릇 없고 뭐든지 귀찮아 하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 안엔 순진하고 남을 걱정하고 죄의식을 느끼는 아이들이 있다.

 

"그 여름의 소문" 속 형규는 슈퍼에서 초코볼 봉지 하나를 슬쩍 했다. 처음부터 계획한 것도 아니고 우연히 친구들과 눈이 맞아 갑자기 일어난 일이었다. 그런데, 소문이 났다. 그 소문 속 형규는 어릴 적부터 손버릇이 나쁜 아이였으며 친구들이나 어린 아이들에게 나쁜 짓도 시키는, 그야말로 도둑놈이었다. 그 소문 속에서 친구들은 쏙 빠졌다. 그래서 형규는 억울하다. 정말 화가 난다.

 

"서툰 배웅"의 남중은 낚시터 집 아들이다. 최근엔 별로 없고 그렇게 좋아하던 낚시도 진저리가 난다. 이곳을 뜨고 싶다. 그리고 그렇게 된 이유는 자신과 만나고 집으로 돌아가던 병규가 낚시터 위쪽 윗목 저주지에 빠져 죽은 이후부터이다. 남중은 병규의 죽음이 자신 탓인 것만 같아서 낚시터를, 저수지를 제대로 쳐다볼 수조차 없다. 그저 도망가고 싶다.

 

"#구멍"의 우현이는 말 그대로 집안의 구멍이다. 반듯하고 꼼꼼한 아버지와 형과는 다르게 하는 일마다 실수투성이고 허점이 드러난다. 늦둥이라고 지금까지 가족 모두가 우현이의 구멍을 메우려고 했었고 특히 형이 그랬었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챙겨주던 형은 이제 대놓고 자신을 구멍이라고 부르며 잔소리만 해대고 엄마, 아빠는 너무 바쁘시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되었을까.

 

고민이 얼마나 중대한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남들의 잣대는 필요없다. 자신에게 있어 그 고민이 얼마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내게 있어 큰 고민이라면 남이 뭐라든 내게 제일 중요한 것이다. 형규와 남중, 우현은 남들이 봤을 때 아무렇지도 않아 보인다. 그저 평범한 중학생 남자 아이들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자신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아무리 이야기 하고 티를 내도 잘 알아주지 않는다. 그저 그 아이들의 잘못만 탓할 뿐이다. 때로는 자신이 실수한 것이 있을 수도 있고 제대로 사과하지 않고 용서를 빌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만 살겠다고 우겨보기도 하지만 결국 아이들은 자신을 들여다 보고 자신의 실수에 죄책감을 느낀다. 그리고 진심으로 반성한다.

 

아이들과 제대로 대화를 하기는 쉽지 않다. 다 보여주려고 하지도 않고 조금만 어긋나도 다시 상하 관계로, 훈계로 이어질 위험성도 크고, 아이들 또한 아주 조그만 것에도 버럭 화를 내버리기 때문이다. 그래도 해야 한다. 아이들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화 밖에 없다. 괜한 오해로 아이들을 내맘대로 평가하지 않고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다.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믿는 이유는, 이렇게 청소년 소설을 읽고 그 속의 아이들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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