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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의 품격
신노 다케시 지음, 양억관 옮김 / 윌북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양"이라는 단어가 붙어서인지... 왠지 내게는 누군가의 이름인 것만 같다. 줄임말과 신조어를 잘 만드는 일본인들이 이름붙인 이 아포양은, 그러니까 공항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를 잘 해결하고 여객들을 무사히 보내도록 하는 여러가지 일 처리를 하는 전문가를 일컫는다고 한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여러 풍조들이 생겨나 이 아포양은 왠지 갈 곳이 없어 보내지는 곳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주인공 엔도는 가슴 속 깊은 곳에 이 아포양에 대한 그리움과 선망이 담겨있다.
우연한 기회에 어느 아포양으로부터 "그냥 출발시키면 되는 것이 아니라 웃는 얼굴로 떠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우리의 책무"라는 말을 들은 엔도는 깊은 감동을 받는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한직으로 취급되는 공항의 업무를 맡게 되었을 때 바로 그 전의 아포양을 떠올린다. 융통성 없고 무뚝뚝하고 다소 무기력한 엔도가 공항에서 이런 저런 일을 겪으며 자신의 가슴 속에 있었던 아포양처럼 될 수 있을런지...!
공항이라는 곳은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기 위해, 혹은 돌아오기 위해 잠깐 들르는 곳이라고 생각해왔다.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특별한 의식도 없었다. 그저 그 넓은 곳에 다양한 사람들이 항상 득시글대니 마치 공항은 또하나의 세계처럼 보이곤 했다. <<공항의 품격>>을 읽으니 또하나의 세계라는 말이 더 마음에 와 닿는다. 공항을 구성하는 각각의 사람들은 자신이 맡은 곳에서 최선을 다한다. 비록 정규직이 아니어도 "공항"이라는 장소에 프라이드를 품고 있는 것이다. 엔도 또한 회사 내에서는 한직이라는 업무를 맡았지만 하루하루 손님을 대하고 엉뚱한 사건을 접하면서 자신의 직무에 맡는 "서비스"에 눈뜨고 회사보다는 여객의 편의를 먼저 챙기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물론 오늘도 정시에 퇴근할 수 있을 테고 우리 반의 근무 전선은 이상 없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228p
말도 안되는 손님들부터 회사 내의 암투나 누군가로부터의 테러 등 공항에선 셀 수 없을만큼의 사건사고가 일어난다. 그럼에도 엔도와 공항 직원들은 최대한 여객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동분서주한다. 때론 사랑하는 이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할 때도 있고 배웅해야 할 시간에 손님을 먼저 모셔야 하는 입장에 처할 때도 있지만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엔도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울려온다.
"나는, 나는 아포양이 되고 싶다."...343p
엔도 같은 아포양이 가득한 공항은 여객들도 행복할 것 같다. 잠시 들렀다 가는 곳이 아닌 마음 놓고 안심할 수 있는 공항이 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