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드의 여름 레인보우 북클럽 13
줄리 존스턴 지음, 김지혁 그림, 김선희 옮김 / 을파소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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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내내 마음이 아팠다. 열여섯의 프레드와 어릴 적의 내가 겹쳐 보여서... 또 지금의 나와 프레드 아빠가 그다지 달라보이지 않아서. 어른들은 자신들의 어릴 적 모습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기억하더라도 그것과 아이의 경우는 전혀 별개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사춘기에 들어선 아이들과 점점 더 부딪히게 되는 게 아닐까. 

<<프레드의 여름>>은 열여섯 살의 프레드가 아이에서 어른으로 가는 길목에 선 여름 휴가를 그리고 있다. 어째서 항상 여름은 아이를 그렇게 자라게 하는 걸까. 아마도 더 많은 것을 보려 모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서 그런가보다. 프레드의 경우, 그 모험에 아주 완벽한 환경을 갖추고 있었으니 수많은 시련이 그를 덮쳤다고 해도 괴로움만 남지는 않았을 것이다. 

소설이다. 하지만 1904년을 살았던 실제 소년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백 년이라는 시간 차가 있지만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청소년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열여섯... 미래를 설계하고 자신만의 목표를 정해야 하는 나이이며, 이젠 더이상 아이도 아니므로 책임을 져야 하지만 어른만큼의 결정력이나 권력을 지닐 수는 없는 나이. 때문에 뭔지도 모르게 억울하고 답답하다. 하지만 프레드의 경우는 아마도 훨씬 더 심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의 마음 속 말을 제대로 뱉어낼 수 없는 말더듬이였으므로. 

하고자 하는 말을 제대로 표현하는 것은 물론 어렵지만 그것을 입 밖으로 꺼내기도 전에 단어들이 산산이 부서져 흩어진다면... 그것만큼 짜증나고 답답한 일이 또 있을까 싶다. 어려서부터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내내 아버지를 실망시켜 강압적인 아버지 밑에서 제대로 변명 한 번 해보지 못한 프레드는, 그럼에도 정말 참하게 자랐다. 

"아버지의 책은 전부 프레디가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는 바보 멍청이라는 것에 관한 거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아버지는 행간을 읽을 줄 모르는 것 같다. 아버지 마음 속에는 나에 관한 한 가지 그림을 갖고 있고 그것의 제목은 바로 이거다. 실패작, 프레드릭."...195p

말로 표현할 수 없는만큼 말없이 생각을 키워와서일까. 프레드는 사려 깊고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배려심도 깊다. 이 여름이 다른 여름과 달랐던 것은 주눅들어 있기만 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가슴을 펴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끝까지 관철시켰다는 점일 것이다. 무조건 포기하기보다는 일단 부딪혀보려 노력했다는 점 또한 그렇다. 노라에 대한 첫사랑의 실패나 아버지와의 첨예한 대립을 이젠 훌훌 털어버릴 수 있게 된 이 여름은 프레드에겐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여름이 될 것이다. 

"어쩌면 일기란 사진가가 찍은 사진과도 같을 것이다. 사진이 찍히기 전이나 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건 일기에서도 마찬가지다. 일기장 주인공의 삶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그 모든 걸 알고 싶어 한다면, 내 생각에 당신은 운이 없는 사람이다. 당신이 행간의 의미를 읽지 못한다면 말이다. "...32p

실제 한 소년의 간단한 일기를 가지고 작가는 정말로 훌륭한 성장소설로 재탄생시켰다. 일기장에 겉으로 드러난 사실 뿐만아니라 그 속에 담겼을 행간의 의미들... 프레드가 정말로 고민하고 결정하고 생각했을 많은 것들을 이 소설에 담았다. 거기에 온타리오의 아름다운 풍경 묘사는 덤이다.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할 때... 아이들은 정말로 자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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