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입니까>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가족입니까 반올림 24
김해원 외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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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가족이 아니라는 아이의 당돌한 말에 깜짝 놀라 당황했던 적이 있었다. 큰 의미로는 우리 친척 모두 가족이지만 사실 아이와 대화를 나눌 때 내가 사용하는 "가족"은 우리 세 식구를 의미했던 적이 많았기 때문에 보인 아이의 언행이었다. 가족이라는 말은 때에 따라 좁아지기도 하고 넓어지기도 한다. 말하는 사람의 문장 안에서 그 정확한 뜻이 결정된다. 그런데, 과연 가족이란 무엇일까. 

<<가족입니까>>는 구성이 독특하다. 네 명의 작가가 한 이야기 안에 있는 네 명의 주인공을 하나씩 맡아 엮은 연작 스타일의 단편집이기 때문이다. 각각의 단편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작품이 되기도 하지만 이 네 편의 단편을 모두 읽고나면 그제서야 "가족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대답을 조금씩 보여준다. 

쌈박 기획에서 맡은 이번 광고의 주제는 "가족"이다. 이기주의의 극대화 속에서도 그 끈의 연결고리를 잘 드러내줄 수 있는 "가족"의 따뜻함을 보여주는 것이 기획의 핵심이었다. 그렇게 한 가족(아빠, 엄마, 딸, 아들) 사이에서 핸드폰을 매게로 서로에게 힘을 주고 위로하고 사랑을 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이번 광고의 내용이다. 하지만 각각의 역할을 맡은 이들의 실제 모습은 광고 속의 따뜻함과는 조금 거리가 멀다. 

연예인이 되려는 딸 역할의 예린은 엄마의 과도한 목적의식에 숨막혀 하고 있다. 자신이 정한 것은 무엇하나 없고 재능에도 자신이 없다. 가족의 울타리가 그저 짐으로만 느껴지는 이 상황 속에서 만나게 된 광고. (<자라는 건 나무토막이 아니다!> 김해원)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는 가족이 있기에? 울타리는 보호막이기도 하지만, 가로막이기도 하다. 울타리는 세상에 지친 사람을 보듬어 주기도 하지만, 세상 밖으로 나가려는 사람을 가두기도 한다. "...52p

엄마역의 안지나(<지금 하세요!> 임태희)나 아들역의 재형(<관계자 외 출입금지> 김혜연)도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있으나 그 가족 구성원 누구에게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채 자신만의 세상에서 살아왔다. 지금 내게 중요한 것은 일, 친구,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이다. 아빠역의 박성화(<아르고스의 외출> 임어진)는 전형적인 이시대의 아빠 모습을 하고 있다. 점점 해체되어가는 것 같은 가족의 달라지는 모습에 적응하지 못하고 가족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습. 

이들이 "가족"이라는 광고를 만나 각자 어떤 모습의 가족을 그려내게 될까. 

"집도 가족도 변해 가고, 그대로 머물러 있지 않다. 요즘 아내가 걸핏하면 손 좀 보라과 불평하는 것처럼 꼭 맞던 문짝들이 헐거워지고, 뒤틀리거나 잘 안 맞게 되듯."...202p

시간이 흐르며 자신 안의 가족의 의미가 변한다는 것에 공감했다. 내 어린 시절의 가족과 사춘기 때의 가족의 느낌, 그리고 지금 내가 이룬 가족에 대한 생각은 분명 다르다. 한때는 올가미이고 폭력이고 상처이기도 하지만 때론 행복이고 편안함이고 따스함이다.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소홀히 할 수 있어 서로에게 상처가 되기도 하지만 곁에... 한 울타리 안에 존재한다는 그 이유만으로도 든든함이 느껴지는 존재가 바로, "가족"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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