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아 거울아
그레고리 머과이어 지음, 한은경 옮김 / 민음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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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눈처럼 하얀 피부와 핏방울처럼 붉은 입술 그리고 이 창틀처럼 새카만 머리카락을 가진 아이"....가 바로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는 백설공주다. <백설공주> 이야기는 "옛날 이야기"이다. 오래전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던 이야기. 그 이야기를 그림 형제가 순화시켜 동화로 만들었고 또다시 디즈니를 거쳐 아이들의 오랜 친구이자 가장 좋아하는 여러 공주 중 한 사람이 된다. 하지만 그 이야기의 변이성으로 인해 <백설공주>는 그림 형제가 순화시키기 전의 형태와 내용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모험을 겪기도 한다. 그 내용은 상징으로 가득해서, 잔혹하게 변하기도 하는 것이다.

<<거울아 거울아>>는 <오즈의 마법사>를 <<위키드>>라는 소설로 재탄생시킨 그레고리 머과이어의 <백설공주> 편이다. 책의 첫 장에 "이것은 사실이 아니더라도 잘 만들어진 이야기"라는 문장이 꽤나 의미심장하다. 이 소설 속엔 역사와 허구가, 현실과 판타지가 뒤섞여있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1502년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가장 본받을만한 군주로 인정했다는 체사레 보르자와 그의 여동생 루크레치아 보르자가 소녀와 아버지가 사는 한적한 시골 마을 몬테피오레로 방문하며 시작된다. 되도록 정치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생활"해 오던 소녀의 아버지 비첸테는 오히려 그런 생활을 했기 때문에 체사레 보르자의 명령을 받아 자신의 영토를 떠날 수밖에 없게 된다. 소녀 비안카는 당시 미모와 정치적 음모로 악명높았던 루크레치아의 손에 넘어가게 된다.

"나는 루크레치아 보르자를 바라보면서 그녀를 바라보는 나를 인색했다. 나 자신을 인식한 것이다. 나는 아버지 다리 뒤에 숨어 있는 어둡고 뒤틀린 아이였다. 그리고 그녀는 몬테피오레라는 안전지대의 정원에서 소용돌이처럼 타오르는 불길이었다."...67p

소녀 비안카는 어린 나이였음에도 루크레치아를 바라보며 자신을 인식했고 루크레치아는 아직 소녀의 눈부신 빛을 알아보지 못한다. 루크레치아는 자신의 미모와 권력에 당당했고 때문에 자만심에 부풀어있었다. 무엇이든 자신이 원하는대로 하리라는... 하지만 루크레치아의 이 당당함은 시대 흐름과 함께 변한다. 애초부터 루크레치아는 아버지에 의해, 오빠에 의해 정해진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운명의 여인이었고 그녀가 오빠를 사랑하는만큼, 사랑했던만큼 그에게 의존하는 삶이었다. 

하지만 소녀는 눈부시다. 소녀는 애초부터 갖고있었던 그녀만의 미모 외에 처녀의 순진함, 순수함, 자신의 삶을 자신의 의지대로 살려고 하는 자유로움, 아버지의 애정을 한몸에 받아온 사랑의 힘을 갖고 있었다. 루크레치아가 소녀를 질투한 것은 소녀의 미모라기보다 바로 이 본성이었다. 

"아이는 심각하고 진지한 표정을 지었는데, 뭐라 설명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혼란스러움과 호기심이 뒤섞인 표정. 분노와 인내심. 분명한 단순성. 여성스러움이었다. 
어쩌면 그 아이가 결코 충분하지 못하다라는 의미가 무엇인지 걱정하지 않는 사람처럼 보여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아이의 이마에 그런 걱정거리가 없다는 점이 나로서는 이루지도 맞서지도 못할 천상의 아름다움으로 그 아이를 가득 채웠다."...257p

이야기의 초점을 비안카에 맞춘다면 이 이야기는 하염없이 지루하고 늘어지는 이야기가 될지도 모른다. <<거울아 거울아>>는 그 누구의 이야기도 아니다. 그들 모두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가 싶다. 특히, 루크레치아에게 끊임없이 비안카와 연결시켜주고 그들의 소망과 진실을 보여주는 "거울"의 이야기는 아닐지......

"거울을 단 하나의 정확한 질문, 거울이 신경 쓰는 유일한 질문을 할 수 있는 탈출구로 이용할 수도 있었을 텐데.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지금 어떤 사람인지가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에 대한 질문 말이다. 거울을 빛나게 하는 빛의 비밀스러운 행동이 실은 다음과 같기 때문이다. 거울에 반사되는 이미지는 언제나 일이 분 정도 진실을 앞서 말한다. 하나의 질문이 만들어지는 동안(예컨대 우리 중에서 누가 가장 예쁘지? 아니면 오늘 내가 눈가 주름을 몇 개나 갖지 않은 척할 수 있지? 아니면 이것이 살인자의 얼굴인가?) 거울은 질문을 받기도 전에 그 답을 알고 있다."...325~326p)

거울은... 나 자신, 그대로를 비춰주지만 내가 보고 싶은대로만 보고 내맘대로 해석한다. 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거울을 제대로 보지 않는다. 나 자신과 바로 맞서는 것이 두렵다. 하지만 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용기가 필요하다. 

.... 거울아...... 거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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