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펼쳐 보지 않은 책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3
오정택 그림, 그림책사람들 글 / 한솔수북 / 2004년 10월
평점 :
품절


아이의 그림책들 중 유난히 나의 편애를 받는 그림책들이 있다. <<구름빵>>으로 유명해진 한솔수복의 <마음씨앗 그림책> 시리즈. 난 왜 이 시리즈만 보면 무조건 사주어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지...ㅋㅋ 예쁜 색감과 다양한 그림들, 아기자기 어여쁜 이야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그 중 아이도, 나도... 잘 손이 가지 않는 그림책이 한 권 있었다. 무언가 철학적인 듯, 의미가 있는 듯, 없는 듯... 결말이 애매해서 이해가 잘 되지 않았던 책이다. 지금까지는 그랬다. 그냥 펼쳐서 죽~ 읽어왔던 어제까지는...^^

  

여기 그림책 한 권이 있다. 아무도 펼쳐 본 적이 없어서 책 속에 무엇이 있는지 아무도 모르는 책. 바람이 불어와 ... 사라락~ 책을 펼쳤다. 토끼가 가다가 툭 밟고 달려가고, 꿩이 통통거리다 휙 날아가고, 호랑이는 책이 있는줄도 모르고 꾹~ 밟고 지나가고, 멧돼지는 킁킁거리다가 쌩~ 지나쳐가고... 곰은 책에 엉덩방아를 쿵! 찧고 뒤뚱뒤뚱 가 버린다. 그럴 때마다 바람이 책장을 한 장씩... 넘긴다. 

 

아이가 다가와 책을 들여다보고 엄마가 부르는 소리에 엄마를 따라가고 난 뒤, 동물들은 그제야 책으로 다가와 펼쳐 보고 활짝 웃는다. 

여백이 많은 책이다. 그 여백만큼 여운도 크다. 아무도 펼쳐 보지 않은 책의 마지막이 어떤 내용일지 무척 궁금하다. 책의 마지막장은 무척이나 의미심장하게 끝난다.



"숲 속에 책이 있네요. 책 속에 내가 있네요."

오늘 아이가 오랫만에 이 책을 꺼내들고 읽더니, 갑자기 토끼 머리띠를 찾는다. 무슨 일인가싶어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으니, 책 속의 토끼를 흉내낸다. 뒤이어 꿩처럼 책 위에서 통통... 호랑이처럼 꾹~ 멧돼지처럼 킁킁.... 이럴 때 아이를 보면 정말 감탄스러울 뿐이다.ㅋ 마침내 아이가 나타나고 아이를 따라 우리 아이도 책을 들고 발레를 한다. 그때 내가 책 속 아이의 엄마처럼 "지은아~!"하고 부르고, 아이의 손을 잡고 다른 곳으로 간다. 

우리 아이의 감상평... "엄마, 책 따라하니까... 이 책 진~짜 재밌어!!!" 
정말 그랬다. 지금까지 그냥 그랬던 책이 아이와 함께 직접 따라해 보니 무척이나 즐거운 책이 되었다. 게다가 그동안 이 책이 잘 이해되지 않던 것까지 한꺼번에 이해된 느낌이다. 몸으로 직접 이해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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