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 - 시간을 초월해 나를 만나다
기타무라 가오루 지음, 고주영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이런 걸.... 낚.였.다...라고 하는거구나. 

올 초에 우연히 다른 분이 쓰신 리뷰를 대강(자세히 봤다면 아마 내 리스트에 들어가지 않았을거다) 읽었고, 표지가 참 마음에 들었으며 그 분의 리뷰가 무척 감각적이어서, 그래서 난 이 책을 꼭 읽고 싶었다. 
하지만, 제 1부를 읽으며 인상을 잔뜩 쓰고 제 2부는 황당했으며 제 3부에서는 긴 한숨 뿐.
제 2부 중간까지에서 깔끔하게 마무리가 되었다면 그나마 일본 작품인 것을 감안하여 아름다운 소설이었다고 말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리그래도 느닷없이 환생이라니...ㅠㅠ

* 제 1부 ... 인상이 잔뜩 찌푸러졌던 이유 (.... 세계를 재패하려던 국민과 지배당했던 국민의 의식 차이) 

세계 제2차 대전이 한창일 때의 일본 고베...가 배경이다.
온 일본 국민들이 천황을 받들며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시아를 서방 국가들로부터 자신들이 해방시켜주는 거라고 당연하게 생각하던 시대.
소학생인 마스미와 슈이치가 만난다. 
대화를 많이 나눈 것도 아니고, 몇 가지 에피소드 만으로 이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끌린다.
하지만 전쟁은 깊어질대로 깊어졌으니, 소학생이든 중학생이든 학교가 공장이 되고 비행선이나 군복 등을 만들며 동원되던 때이다.
학업을 계속하지 못해도 나라를 위해 목숨을 잃더라도 당연한 일을 하는 것이라는 주인공의 나레이션이 짜증난다.
소설 자체를 놓고 보자면 힘든 시대 속에서도 피어나는 풋풋한 첫사랑이 아름답지만, 승전보가 울릴 때마다 기뻐하는 장면을 읽는 나로서는 인상이 저절로 찌푸러진다.
내가... 문학을 문학으로서만 대하는 문학적 관대함이 적은가보다.

*제 2부 ...황당하다.

아름다운 첫사랑이 제2차 대전의 폭격으로 슈이치가 죽으면서 끝난다.
그리고 제 2부의 시작은 종전 20년 후.
느닷없이.... 어떤 한 아버지가 딸들에게 남기는 일기 형식의 테이프 녹음 내용.
처음엔 이 책이 단편이었던가...생각했다가 등장하는 "미즈하라 마스미"의 이름을 보고 연결된 이야기라는 것을 겨우 이해했다.
그러니까 33살이 된 미즈하라 마스미는 소학교 5학년인 무라카미를 만나게 되고 이 무라카미는 어떤 계기(뒤집게)로 슈이치의 기억을 되찾는다.
"환생"이다.

이 책을 통틀어서 계속되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건 사자자리 유성군에 대한 것이다.
33년마다 지구 가까이에서 펼쳐진다는 별똥별쇼.
그 주기처럼 이들의 사랑은 조금 어긋났지만 다시 되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죽음.

*제 3부 ....긴 한숨 뿐.

여기서부터는 왠지 읽지않아도 결론을 알 것 같았고, 그대로 되었다. 
사자자리 유성군을 따라 시간의 흐름과 반복이 계속되는, 괴로운 일, 슬픈 일을 잊을 수 있도록 다시 리셋되는 이들의 사랑.

 


"시간의 흐름은 아코디언의 주름상자처럼 산과 계곡을 만들고, 그 사이에 여러 가지 사건과 사람을 짜 넣어간다. 무슨 일인가는 무슨 일인가와 관련되고, 사람은 사람에게 연결되어 가는 것이다."...371p

 

 
"몇 번이고 별은 지고, 그리고 시간은 돌고 돈다. 땅 위에서는 시가 태어나고, 노래가 만들어진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각자의 이야기를 각자의 말로 계속 이야기한다.
그리고 시간은 흐르고, 별은 또다시 돌고 돈다."...401p

이 정도의 사랑이라면 좀 무섭지 않나?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야 할 말이 없지만, 나로서는 이런 이야기는 일본인밖에 만들지 못할 거라는 생각과 한숨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