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 법의곤충학자가 들려주는 과학수사 이야기
마크 베네케 지음, 김희상 옮김 / 알마 / 2008년 7월
구판절판


" 법률가와 정치가가 항상 증명 가능한 사실만 가지고 일할 수 없는 것은 어찌 보면 그 직업의 본성 탓인지 모른다. 이들은 분위기도 띄우고 희망의 불을 지피며 의견 차이도 고려해야만 한다. 게다가 언제나 잘 몰라서 낯설기만 한 상황에 직면하는 탓에 그만큼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자연과학의 논리작인 설명만 가지고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다면야 그보다 더 좋은 게 어디 있으랴. 하지만 세상일이라는 것은 정치적인 고려도 하면서 사회 상황을 배려하기도 해야 한다. 과학의 잣대와 사회적 우연 사이의 조화를 감당해야 하는 일이 정치고 판결이 아닌가. ....(중략).....
물론 정치적인 이유에서 그런 저항의 목소리가 묻힐 수는 있다. 하지만 최소한 학자라면 유행 이론에 휩쓸릴 게 아니라, 비판적으로 철저히 검증하고 불편할지라도 사실적으로 정확한 연구 성과를 세상에 알려야 하는 양심은 가져야 한다.
이런 양심은 현대의 범죄생물학자도 꼭 갖추어야만 한다. 깔끔하게 증명된 객관적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아니면 자신의 의견을 털어놓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지 항상 점검하고 태도를 분명히 하라. 최후의 보루는 어디까지나 객관적인 사실이어야 한다. 이를 무시하고 개인적인 의견과 이해관계에 빠지다 보면 우리가 그토록 자부하는 과학이라는 게 정치 논리에 의해 훼손당하는 지극히 불편한 상황을 자초하게 된다. 진리가 아닌 것은 불편한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치욕까지 불러온다. " 396~397p

-396~3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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