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44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송무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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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책이 있다. 분명 내용도 다 알고 심지어 기억하는 문장도 있는데, 막상 읽어 보니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갑자기 깨닫게 되는 책. 우리 집엔 윌리엄 셰익스피어 책이 2권이나 있고 그 두 권의 책에는 동히 <햄릿>이 들어가 있어 당연하게, 이 작품을 읽었는 줄로만 알았다. 말할 필요도 없이 너무나 유명한 책이고 굉장히 중요한 책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읽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얼마나 놀랐는지.

 

희곡을 읽는 재미는 남다르다. 눈으로 읽고 있지만 보는 듯 머릿속에 그려지는 장면들을 마음껏 상상할 수 있는 반면, 연극이라면 등장인물의 지나칠 만한 대사들을 곱씹으며 읽고 또 읽을 수 있다. 때문에 등장인물들의 심리에 훨씬 더 공감할 수 있고 그들의 갈등에 함께 고민하며 작품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햄릿>은 엘시노 성의 망대에서부터 시작된다. 경계 근무를 서고 있던 군인들 앞에 등장하는 한 유령. 같은 시각에 나타나는 이 유령은 얼마 전 죽은 전 국왕이다. 다가오진 않고 나타났다 사라지는 이 유령으로 인해 군인들은 두려움에 떨고 전 국왕의 아들이었던 햄릿 왕자에게 알리기로 한다. 현재 국왕은 햄릿 왕자의 숙부였는데 국왕이 죽은 뒤 왕비와 결혼 후 지금의 국왕이 되어 햄릿의 새아버지이기도 하다. 햄릿은 국왕이나 어머니인 왕비, 신하들과 이야기를 할 때에도 동시에 독백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토로한다. <햄릿> 전 작품을 통해 줄거리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이 햄릿 왕자의 독백이다. 자신이 현 국왕과 왕비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는지, 유령을 만난 후 종용되는 복수와 인간으로서 지켜야만 하는 도리 사이의 갈등을 이 독백을 통해 드러낸다. 자신을 책망하기도 하고 큰 비극을 앞두고 마음을 다잡기도 하면서.

 

"부정한 짓은 온 세상 흙으로 덮어 감추어도 결국은 드러나고 말 것이다."...29p

 

나쁜 짓을 하고 발 뻗고 잘 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저 머릿속에만 있던 <햄릿>과 이번에 <햄릿>을 읽으며 자신의 죄를 뉘우치면서도 또다른 나쁜 일을 벌이려는 왕, 클로디어스는 굉장히 충격적이다. 제 5막 비극의 종말도 마찬가지다. 그저 햄릿의 복수로만 끝날 줄 알았던 결말은 그야말로 파국으로 끝난다.

 

빨려들어갈 듯이 책을 모두 읽고 나서야, "사는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그 유명한 대사는 어디 있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아 다시 찾아 읽었다.

 

"이대로 살아, 아니면 죽어 없어져, 그게 문제야. 어떤 게 더 고결한 일일까? 가혹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받으면서 그냥 참고 견디는 것, 아니면 세상의 고통과 맞싸워 이겨서 그것들을 끝장내 버리는 것. 죽는 건 잠드는 것. 그뿐이겠지."...86p

 

한 번의 정독으론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지 않지만 조금 더 천천히 음미할 필요가 느껴졌고, 다양한 방법으로 <햄릿>을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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