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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서양미술사 : 후기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편 (반양장)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서양미술사, 모던과 포스트모던의 경계에서

 

 

‘종전 후 세계 미술의 주도권은 유럽에서 미국으로 넘어간다. 이 과정에서 생긴 가장 중요한 변화는 예술의 탈정치화’다. ‘예술이 공개적인 사회적 표현을 삼가고 개인의 자유를 표방’하게 된 것이다. 현대 예술은 현대 개인의 자유의 문제로 국한 된 것이다. 그러나 애초에 ‘모더니즘 운동의 주도자들은 대부분 정치적 좌익’이었다. 어쩌면 무정부주의적이기까지 했던 그들의 자유가 졸지에 자본주의적 ‘자유’의 상징이 되어버린 것이다.

 

 

애초에 아방가르드 예술 운동은 원근법을 거부하면서 환상을 걷어내려 했고 뒤샹은 삶과 예술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이제 현대 미술은 미적 가상의 영역에서 벗어나 아예 사물의 영역으로 진입한다. ‘미술이 일종의 사물이 되어 존재할 때 그것은 관객의 참여를 요구하는 연극에 가까워’진다. ‘정적이고 관념화된 매체로부터 시간적이고 물질적인 매체로의 전환’이 이루어진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모더니즘과의 단절을 선언하고 포스트모던한 예술들이 등장한다.

 

 

포스트모던한 팝아트는 모던의 서사를 무너뜨리면서 기의를 거부하고 콜라주 기법을 사용하는 등의 예술적 혁신을 꾀했다. 잭슨 폴록은 ‘시작도 중간도 끝도 없는 종류의 그림’을 그렸고, 혼돈과 부조화, 비조직화, 기법의 부재 등을 실험했다. 말하자면 포스트모던 예술은 그 자체로 ‘사건’이었다. 이 ‘새로운 미국 회화의 요체는 추상이 아니라 행위였고 거기서 중요한 것은 작품이 아니라 과정이고 행동’이었다. 회화의 본질이 이처럼 ‘행위’에 있다면 이제 더 이상 그려진 그림 자체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것은 작가의 죽음을 선언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모든 포스트모던은 ‘형태에 대한 공격, 물질성에 대한 관심, 즉흥적 화법 등을 통해 모더니즘의 기획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말하고 있었다. ‘모던의 기획에 대한 환멸, 문명의 위선에 대한 반발은 결국 문명 이전, 형태 이전에 대한 취향’으로 이어졌다.

 

 

모던에 대한 저항은 높은 것과 낮은 것, 안과 밖에 대한 구분법을 무너뜨리고 순수 사물로 나갔다. 물질에 대한 숭배, 죽음으로 돌아가자는 바타유의 유물론 등이 이들 예술에 영향을 미쳤다.

 

 

포스트모던 예술은 아무것도 재현하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차라리 장소를 창조하고 공간을 창조했다. 뉴먼은 검은 바탕에 하나의 획을 그으면서 이곳과 저곳이라는 사건의 체험을 그렸다. 말레비치에게 모든 형태를 하나의 정사각형이고 모든 색채는 흑백의 무채색이다. 이제 예술의 대상, 제재는 사라진다. 그는 무게, 속도, 운동의 방향을 중시하면서 존재론적 해방을 모색했다. 그는 예술에서 아름다움이 아니라 숭고를 찾았는데 숭고는 미와 달리 무한성을 지닌다. 유한한 형태와 윤곽이라는 아름다움에 갇힌 미와 달리 숭고는 무한하고 어쩌면 공포에 가깝다. 하지만 그는 이 숭고의 체험이 우리를 미에서 해방시키고 무한한 자유를 가져다 줄 것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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