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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을 위한 철학 - 세상에 단 하나뿐인
브랑코 미트로비치 지음, 이충호 옮김 / 컬처그라퍼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철학, 건축을 해체하다

 

 

 

건축가 피터 아이젠만의 건축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내 작품은 여러분이 집을 점유하는 방법에 대한 전통적 개념을 거부한다. 나는 침대를 놓지 못하도록 침실 가운데에 기둥을 세워두었다. 건축에서 기능의 죽음, 저자의 죽음이란 개념은 1980년대와 1990년대에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러한 배경에는 철학적 사유가 기반하고 있다.

 

 

1968년에 롤랑 바르트는 <저자의 죽음>이란 에세이에서 문학 작품 저자의 원래 의도를 재구성하려는 문학 비평가들의 접근 방법을 비판했다. 바르트는 일반 대중의 문학 이해는 작가 개인과 그의 삶, 취향, 열정에 지나치게 집중돼 있는데 이것은 작품의 설명을 그것을 쓴 작가에게서 찾으려는 경향을 낳는다고 말한다(207p). 바르트는 이러한 이해 방법은 현대적 현상으로서 오늘날 인간의 개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널리 퍼진 데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한다.

 

 

좌파 지식인들은 개인주의적 시민가치(사유 재산권 같은 개인의 권리 등)를 부정했는데, 개인의 권리가 자본주의의 기본 토대인 부르주아 사회를 함축하고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209p).

 

 

데리다 또한 화자의 현전을 강조하는 서양의 형이상학을 거부했다. 데리다에 따르면 서양 철학사는 텍스트나 말의 저자가 존재한다고 가정하고 그것들을 둘러싼 지식을 더 확실한 것으로 만들기를 좋아했다. 그는 서양의 로고스 즉, 음성중심주의를 비판하면서 음성 언어가 원래의 저자와 저자의 의도에 더 가깝다는 믿음에서 유래한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생각은 바르트가 말한 것처럼 만약 우리가, 주체가 말하는 게 아니라 ‘언어가 말한다’고 본다면 무너질 수 밖에 없다.

 

 

현전의 형이상학을 부정하는 것에는 인간의 행동과 관련지어 건축과 건축가의 작품을 해석하는 것을 거부하는 태도가 포함된다. 이것은 건축의 기능적 고려는 거부하는 것과 이어진다. 이러한 해체주의적 건축은 익숙하지 않은 것을 추구하면서 맥락에 순응하기 보다 맥락을 추방해 버린다(215p).

 

 

데리다는 말과 텍스트로 표현된 개인이 존재한다는 개념이 현전의 신화에 속한다고 말한다. 데리다의 요점은, 누가 기호를 만들 때 그것은 다른 기호들을 포함한 생각을 통해서만 일어날 수 있으며 모든 기호는 그래서 궁극적으로 다른 기호에 관한 것이라는 점이다. 어떤 생각을 설명하려면 또 다른 생각을 언급해야 하고 이런 과정은 무한히 계속된다는 것이다(219p).

해체주의 건축가는 데리가가 텍스트를 해체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일반 대중이 모더니즘 건축에 투사한 문화적 기대의 내적 모순을 노출시켰다. 해체주의 건축은 현전의 형이상학을 거부하는 형태로 건축에서 기능과 맥락을 거부하는 것으로 지어졌다(223p).

 

 

해체주의 건축은 모더니즘의 형태적 체계에 숨겨져 있는 무질서의 가능성을 드러냈다. 건축 설계는 이제 분리, 분열, 왜곡, 중첩, 단편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관적이고 통일된 인간이 없는 것처럼 건축에도 통일, 조화, 일관성은 사라졌다.

 

 

이 책은 건축과 철학이 서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파헤치고 있다. 건축 역사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다소 어렵기도 했지만 새롭고 재미있었다. 건축을 이해하기 위해 플라톤부터 칸트, 현상학과 해석학까지 동원되어야 했지만 비교적 이해하기 쉽게 설명되어 있다.

 

 

건축이나 철학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야 할 책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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