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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위의 작업실
김갑수 지음, 김상민 그림, 김선규 사진 / 푸른숲 / 2009년 6월
평점 :
김갑수씨는 직접 만난적은 없지만 아주 친근한 벗같다. 왜냐면 그의 책을 오래전부터 즐겨 읽었기 때문이다. 김갑수씨를 처음 안것은 아주 오래전 하이파이 저널이라는 오디오잡지에서 였다.
오디오파일이라는 칼럼에 그의 오디오 편력이 자세히 그려져 있는데 시인이라고 나와있어 음 부모를 잘 만났나 보군했다. 오디오광이 되려면 억대의 오디오들을 쉽사리 바꿔치기 해야하는데 아다시피 시인이라면 배고픈 예술가 아닌가. 하지만 그것은 그의 첫 저서 <삶이 괴로워서 음악을 듣는다>를 보고 잘못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필자 또한 엄청난 레코드 콜렉터이고 음악이나 문학책을 많이 수집하지만 여태컷 읽은 책중 이 책이 주는 감동은 남달랐다. 감추고 싶은 개인사가 너무나 절절히 가슴을 찔렀다. 필자와 피슷한 잡식성 음악기호도 여러모로 공감이 컸다. 그래서 주변 지인들에게 이 책을 선전하곤 했다. 그의 처녀 시집 <세월의 거지>도 읽어 보았다. 그의 개인사를 모르고 읽어보면 크게 느낌이 오지 않을 수 있으나 그를 어느 정도 알고 난 후 이 시집을 보면 범상치 않다. 워낙 바빠 그가 시인으로 계속 작품을 발표하지 않은게 아쉬울 뿐이다. 그 이후 그는 방송가에서 무지 바쁜 사람으로 유명해 지기 시작했다. 음악, 문학, 문화등 다방면의 박식함. 촌철살인의 필력...
그 이후 그는 <텔레만을 듣는 새벽에><나의 레종데트로> <나는 왜 나여야만 할까> 같은 책을 계속 발간했다. 그의 책은 일단 너무 재미있어 손에 들면 금새 읽어버리게 된다. 그렇다고 가벼운 책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음악, 오디오, 생활, 인간 존재의 심연까지 마구마구 짚는다.
이번에 나온 새 책<지구위의 작업실>은 역시 재미있다. 아껴가며 읽고 싶은데 어느새 다 읽었다.질릴만한 아날로그 앨범 콜렉션, 음악에 대한 오타꾸로서 뭐든지 좀 몰입하며 살자는 그의 논지에 대해 대찬성하고픈 마음이다. 한국의 지성이라는 대학교수조차 조금 문화나 예술로 들어가면 너무나 무지한 이들을 쉽게 볼수 있다. 자기전공만 박사인 사람들에게 아무런 멋도 지성도 느낄수 없다. 죽은 학문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건 현실을 직시하지만 꿈꾸는 예술과 환상세계로의 몰두를 할 수 있는 정신세계를 가져야 그 삶이 풍요롭다 하겠다. 그런면에서 보헤미아같은 김갑수의 존재는 우리 문화계에 있어 오아시스라 할 수 있겠다. 음악과 오디오를 떠나서라도 한번 읽어볼만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