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받아들고 책장을 주루룩 넘겨보았다. 이 책에는 파란색이 참 많다.
겉표지를 한거풀 벗기면 파란색 책으로 탈바꿈 하고, 책의 중간 중간에 실려있는 짧은
단편소설 같은 글은 끝날 때까지 파란색 활자다. 유명가수의 음반 작업에 참여한 글은 회색빛
페이지이다. 깔끔하면서 시원하게 구성된 책의 디자인은 책의 내용을 아직 만나지 못했지만 첫 인상은
만족스럽다.
모든
것에 대한 의심을 멈추는 순간, 나는 그런 어른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본 것, 내가 아는 것,
내가 믿고 내가 기억하는 모든 것이 100%의 진실,
100%의 옳음이라고 확신하는 어른. 나를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 어른이.
그래서
오늘도 나는
나를, 의심한다.
내
머릿속을 맴도는 수많은 기억들과 수많은 말들과 수많은 이야기들을 끄집어내 펼쳐 놓곤 한참을 바라보다 이런 생각을 한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일까. - P.
15
30대의
끝자락을 붙들고 있는 저자는 유혹에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는 불혹을 앞두고 불안한 마음을 의심으로 전달하고 있다.
나이를 먹어감에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쉽게 늙어가고 싶지 않은 저자의 심정이 곳곳에
숨어져 있다.
새삼
그들의 모습이 하나하나 머릿속을 스친다.
그리고
이어 내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
내
생애 최고의 여행이라···.
가장이나
최고나 여전히 나는 선택은 어려운 사람이지만,
그런
게 정말로 있다면,
내
생애 최고의 여행이란 것이 정말로 있다면,
어쩌면
그건,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 P.
93
우리는
모두 줄 위에 올라야 했다. 아슬아슬한 줄타기에 균형을 잃지 않으려 안간힘을 써야 했다. 아무리 우리의 마음은 아직 어린 날의 어디쯤에 머물러 있다 해도,
우리의 시간은 이미 '어른의 영화' 속으로
넘어와 있었으니까. - P. 135
나이를
먹는다, 시간이 흐른다, 추억이 쌓인다. 헤어짐이, 어려워진다.
어른이 되면 무엇이든 조금씩은 더, 능숙해질 줄 알았다.
그런데 딱 하나, 도리어 미숙해지는 것도 있었다.
헤어짐. 조금 더 어렸을 땐, 조금 더
헤어짐이 쉬웠던 것도 같다. - P. 226
나의
기억 속에는 스물아홉에서 서른이 되는 것보다, 서른 아홉에서 마흔이 되는 게 더 서글프고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
어차피 나이는 한 살만 더 먹었는데 왜 그렇게 서글픔을 더 느끼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마흔아홉에서 쉰이 될 때는 얼마나 더 깊은 서글픔을 느껴야 할지 모르지만. 그만큼 삶의
연륜은 짙어져 있을 것 같다.
어른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에 겪게 될 가슴 아픈 성장통을 일상적인 글로 잔잔하게 위로를 하고 있다. 라디오
방송 작가답게 방송에 소개되는 애청자 사연처럼 같이 살아가고 있는 지금 우리들의 글로 등을 도닥거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