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아이 버리기 - 초등교사의 정체성 수업 일지
송주현 지음 / 다다서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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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날 때부터 워낙 순둥이었고 크면서 내내 순하고 착한아이를 키우면서, 주변사람들에게 부럽다는 얘기를 정말 많이 들었다.(귀딱지가 앉을 정도로!) 그런데, 아이가 초등학교에서 다양한 성향의 친구를 사귀게 되면서 걱정이 시작되었다. 2학년이 끝날 무렵에 친구들이 써준 롤링페이퍼를 보면, 거의 모두가 ‘친절하고, 착하고, 양보를 잘하는 친구’라고 써주었는데, 칭찬을 하면서도 간혹 그걸 이용하는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빌려간 물건을 잃어버렸다고하고 돌려주지 않는다거나, 하기 싫은 일을 같이 하자고 끝까지 졸라서 결국 같이 하거나 하는, 아직은 사소하다고 할수 있는 일들이 커가면서 더 큰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되었다.
얼마 전, 학부모상담을 하면서 그런 걱정을 선생님께 내비추었더니 선생님께서 걱정하실 필요 없을것 같다고 하셨다. 미술시간에 자신을 닮은 동물을 그리라고 했는데, 아이가 사슴을 그렸기에 왜 사슴을 선택했냐고 물으니, ‘사슴은 귀엽고 착하게 생겼지만, 단단한 뿔을 갖고 있어서 위험에 처하면 막을수 있다’고 대답 했다고 한다. 본인의 여린 마음안에 단단함이 있다고 스스로 느끼는것 같다고, 자존감이 높은 아이라고 얘기해 주셨다. 꿈보다 해몽 아닌가 싶긴 했지만, 생각해보니 요즘에는 친구들의 부탁이나 요청에 바로 수긍하지 않고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보는것도 같다. 그러니 걱정말고, 믿는 마음으로 좀 더 지켜보자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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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아이 버리기>라는 제목에서부터, 나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착한아이라는 주위의 평가와 기대에 자신의 욕망을 감추고 정체성을 찾지 못하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내 아이의 이야기와 비슷한것 같아서. 아이의 욕망에 귀기울이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것,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을 잘 찾을수 있도록 부모나 교사가 적절하게 도와줄 필요에 대한 조언들. 물흐르듯 가볍고 부드러운 문장들 속에 꼭 붙들어야할 단단한 메세지들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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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초등교사이자 저자인 송주현 선생님은 교사생활을 하며 만난 아이들의 이야기를 편하고 재밌게 풀어놓으면서도, 아이들의 문제와 어른들의 역할을 분명하게 짚어내고 더 나아가 교사로서 함께 적극적으로 고민하는 멋진 분이셨다.
책 속 아이들이 교실에서 대화하고 행동하는 것을 보며, 우리아이의 학교생활이 눈에 선하게 그려지면서 막연하게 걱정했던 것들을 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아이들은 친구관계를 통해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한다는 이야기는 안심하게 되는 부분이었다. 30년 교사경력도 그렇지만, 아이들이 묻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고 오히려 되묻는 바보역할을 하며 아이 스스로 성장할수 있도록 돕는 현명한 선생님이 지닌 통찰력이 믿음직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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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다보니, 무척 몰입해 읽었던것 같다. 하지만, 꼭 부모가 아니라도 어른으로서 아이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책이다. 쉽게 읽을 수 있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모든 어른들이 보아야할 좋은 책 같다.
“똑똑하다는 건 아는게 많은게 아니라 끝까지 잘 듣는거야.” 송주현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힘주어 했던 이야기는, 어쩌면 어른들에게 더 필요한 가르침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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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지원도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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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락의 아내
토레 렌베르그 지음, 손화수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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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전, 사전정보가 거의 없어서 기대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첫장을 넘기면서 결국 이 책을 좋아하게 될거라는것을 알았다. 군더더기없이 간결하고 짧은 문장들 사이사이에, 생각하고 이해할 여백이 크게 자리한, 무척 인상적인 글이었다. 주인공인 톨락이 자신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과거를 회상하며 섬세하게 쌓아올린 회한의 감정들이 아름답고도 슬프게 묘사된다. 자신이 자신일수밖에 없는 것을 인정해가는 긴 여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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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락은 마을의 외딴 지역에서 목공소를 운영하며 산다. 고집불통에 사람들과 소통이 어려운 톨락과 달리, 아내 잉에보르그는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사람이었다. 둘은 사랑이 충만한 부부였으나, 어느날 갑자기 아내가 사라지면서, 톨락은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게 된다. 아내가 왜 떠났는지, 톨락과 함께 사는 오도는 누구인지,,, 비밀스러운 분위기와 톨락의 묵직한 독백이 이어지며 계속 궁금증과 호기심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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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동시에 폭력성을 지닌 그에게 중요한 것은, 다른사람에게 용서 받는게 아니라 자기 스스로를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자녀들에게 진실을 밝힐 마음을 먹기까지, 그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과정은 치열한 자기 인정의 시간이었다. 쓸쓸하고 외로운, 사랑으로도 결코 다스릴수 없었던 본성에 대한 성찰은 먹먹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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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도 무척 좋았지만, 이 책의 백미는 단연 절제되고 여백이 느껴지는 문장들이다. 시적인 동시에 거친느낌을 자아내는 문장들이 낯설지만 세련된 느낌의, 굉장히 매력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작가 토레 렌베르그는 노르웨이 문학의 거장 중 한 사람이라고 하는데, 과연 훌륭한 글이었다.
사랑과 폭력성을 모두 지닌 한 사람의 내밀한 고백은, 무결하지 않은 존재로서의 나와 다른 사람을 받아들일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너무 멋진 이야기였다. 토레 렌베르그의 다른 글도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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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지원도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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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 2 - 다양성 너머 심오한 세계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 2
브래디 미카코 지음, 김영현 옮김 / 다다서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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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다정하고 따뜻하다. 작가인 브래디 미카코와 그의 가족이 다양성을 바라보는 시선과 존중하는 태도에는 뭉클함과 사랑스러움이 가득했다. 다양한 모습의 삶을 열린마음으로 받아들이는것이 (그것이 어려운 만큼이나) 얼마나 가치있고, 의미있는 일인지. 많은것을 배우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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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영국으로 이주한 일본여성과 아일랜드 노동자 계급 백인 남편, 혼혈 모범생 아들로 구성된 미카코의 가족이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편안하고 쉽게 풀어내고 있다. 다문화가족이라는 인종적 다양성을 지니고 있는 그들이, 계급과 종교, 연령, 성정체성 등 다른 종류의 다양성을 마주하는 일상이 무척 흥미롭다. 특히, 미카코의 아들이 그 모든것들을 편견없이 담담하고 일상적인 태도로 대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라이프란 그런 거잖아.” 라고 말하는 아이의 모습이 얼마나 애틋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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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은 다 다르고, 그래서 다양성이라는 말은 특별함보다는 평범함에 더 가깝지만, 막상 나와 다른 외양과 조건, 가치관을 지닌 사람을 만나면 멈칫하게 되고 만다. 어떻게 하는것이 옳은지 분명히 알수 없고 막막하지만, 옳은것을 추구하려는 노력을 멈추지는 말아야 하므로,, 이 책은 더 소중할 수 밖에 없는것 같다. 마키코의 태도는 완전한 수용이라기 보다는, 어떤 편견도 없이 담담하게 지켜보는 것에 가깝다. 물론 그것에도 큰 용기가 필요하다. 잔잔하고 다정하면서도 힘이 느껴지는 그녀의 글과도 너무 닮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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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서재의 서평단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지만, 못 읽었으면 얼마나 큰 손해였을까 생각하니 너무 다행이었다. 나에게 도움이 되는 책, 꼭 필요한 책이었다. 책 또한 다양하게 읽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꼈다. 결국 다양한 것이 삶을 더 가치있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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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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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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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오후에 마시는 시원한 탄산음료 한잔 같은 이야기였다. 엉뚱하지만 유쾌하고 즐거운 판타지,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새로운 차원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기발한 상상력, 조금 이상하지만 왠지 끌리는 캐릭터들의 기묘한 조합에, “이 이야기는 도대체 어떻게 끝이 날까?” 하는 호기심이 계속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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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독특하고 특별한 이야기의 남자주인공은 대학교 써클의 여자후배를 짝사랑하고 있다. 어떻게든 그녀와 마주치려고 백방으로 노력하지만, 그녀는 자신만의 모험에 빠져 그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다. 그녀가 이곳저곳을 다니며 모험을 즐기는 동안, 몰래 그녀를 쫓아다니면서 애타는 마음을 달랠 뿐이다. 혼자서는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막상 마주치면 말 한마디도 제대로 못하는 찌질한 그의 모습이 안타까우면서도, 자꾸만 웃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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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을지로에 있는 ‘호텔 수선화’라는 카페를 간 적이 있다. 간판도 없는 허름한 건물에 있는 그 카페의 문을 열면, 갑자기 다른 차원으로 떨어진 듯 묘하고 매력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그 카페의 한쪽벽에서 “A girl walks home alone at night” 이란 문구를 본 기억이 있다. 카페에서 이 책을 염두해두고 그 문구를 새겼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그 카페가 계속 떠올랐다. 바깥세상과는 다른 공기가 흐르는 듯한 분위기, 예상치 못했던 의외의 즐거움을 느꼈던 을지로의 한 카페와 이 책이 이상하게도 이어졌다. 아무런 개연성도 없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세상에 이상할게 무얼까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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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격하게 따지면, 이야기의 서사나 메세지를 다루는 측면에서는 좀 아쉬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야기에서 느낄수 있는 즐거움은 충분했다. 계속 걸으며 모험을 멈추지 않는 아가씨와 그녀를 쫓아다니는 남학생과 함께 하는 여정은 꽤나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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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도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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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마텔 101통의 문학 편지
얀 마텔 지음, 강주헌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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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작가 얀 마텔이 격주에 한번씩, 캐나다의 수상 스티븐 하버에게 보낸 책과 편지를 엮은 책이다. 101통의 편지를 보내는 동안 수상의 대변인에게 형식적인 답장을 몇 통 받았을 뿐, 수상 본인에게는 어떤 반응도 이끌어내지 못했지만, 얀 마텔은 지치지 않고 계속 책을 추천하며 외로운 북클럽을 이어갔다. 정치인에게 문학적 감수성과 상상력이 중요하다는 것에 대해, 소설가로서 커다란 책임감을 지니고 있었다는것이 여실히 느껴지는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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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마텔은 무척 다양한 책을 신중하게 추천했다. 어려운 책도 있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책도 있지만, 한권의 책을 통해 수상이 분명 무언가 얻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고른 좋은책들로 가득하다. 편지는 최대한 친절하고 정중하게, 무엇보다 책을 당장 읽고 싶은 마음이 들게끔 섬세하게 의미를 입힌 흔적이 느껴진다.
수상이 이 책들을 읽었는지 아닌지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책러버들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없을 정도로 굉장히 소중한 문학편지 모음임에 분명했다. 101권의 책 중에 내가 이미 읽은 책 몇 권을 빼고는, 전부 당장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 마음이 얼마나 바빠졌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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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마텔은 정부의 예술지원정책이 계속 축소되는 것에 무척 슬퍼했고 편지에서도 그에 대해 자주 언급한다. 경제부흥정책 만큼이나 예술지원정책이 중요하다는 것과(어쩌면 더 중요하고), 국민들의 정서적 빈곤에 대한 우려와 같은 민감한 이야기를 최대한 완곡하게 전달하려 노력한다.
시기가 다르고 공간이 다르지만, 그런 이야기들이 나에게도 결코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힘든 상황속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찾아 끝까지 수행한 얀마텔이 정말 대단하고 멋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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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도 엄청나고 그 안에 담긴 책에 대한 내용도 방대하지만, 재미있고 유익해서 읽어볼 가치가 대단히 큰 책이다. 책 한권을 다 읽었을 뿐인데, 뒤에 남은 여정이 아주 오래 이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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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마텔101통의문학편지#작가정신#책#독서#독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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