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락의 아내
토레 렌베르그 지음, 손화수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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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전, 사전정보가 거의 없어서 기대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첫장을 넘기면서 결국 이 책을 좋아하게 될거라는것을 알았다. 군더더기없이 간결하고 짧은 문장들 사이사이에, 생각하고 이해할 여백이 크게 자리한, 무척 인상적인 글이었다. 주인공인 톨락이 자신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과거를 회상하며 섬세하게 쌓아올린 회한의 감정들이 아름답고도 슬프게 묘사된다. 자신이 자신일수밖에 없는 것을 인정해가는 긴 여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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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락은 마을의 외딴 지역에서 목공소를 운영하며 산다. 고집불통에 사람들과 소통이 어려운 톨락과 달리, 아내 잉에보르그는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사람이었다. 둘은 사랑이 충만한 부부였으나, 어느날 갑자기 아내가 사라지면서, 톨락은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게 된다. 아내가 왜 떠났는지, 톨락과 함께 사는 오도는 누구인지,,, 비밀스러운 분위기와 톨락의 묵직한 독백이 이어지며 계속 궁금증과 호기심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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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동시에 폭력성을 지닌 그에게 중요한 것은, 다른사람에게 용서 받는게 아니라 자기 스스로를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자녀들에게 진실을 밝힐 마음을 먹기까지, 그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과정은 치열한 자기 인정의 시간이었다. 쓸쓸하고 외로운, 사랑으로도 결코 다스릴수 없었던 본성에 대한 성찰은 먹먹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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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도 무척 좋았지만, 이 책의 백미는 단연 절제되고 여백이 느껴지는 문장들이다. 시적인 동시에 거친느낌을 자아내는 문장들이 낯설지만 세련된 느낌의, 굉장히 매력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작가 토레 렌베르그는 노르웨이 문학의 거장 중 한 사람이라고 하는데, 과연 훌륭한 글이었다.
사랑과 폭력성을 모두 지닌 한 사람의 내밀한 고백은, 무결하지 않은 존재로서의 나와 다른 사람을 받아들일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너무 멋진 이야기였다. 토레 렌베르그의 다른 글도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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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지원도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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