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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메라의 땅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김희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8월
평점 :

오스트리아 생물학자였던 카메러는 살아있는 존재는 모두 자기가 사는 환경변화에 적응할 수 있고 적응 결과를 후손에 물려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라마르크의 변이이론과 궤를 같이 했던 카메러는 두꺼비들이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스스로 진화를 택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는 당시 주류를 이끌었던 적응한 존재만이 살아남는다는 다윈의 적자생존에 반항하는 내용이었고 다윈을 추종했던 다수 과학자들의 비난과 함께 카메러는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주인공 알리스의 동창이자 프랑스 연구부 장관 뱅자맹 웰스의 조부인 에드몽 웰스의‘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의 발췌문이다.
폭로전문기자 마르티네스의 박물관 무단출입은 프랑스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정부의 비호아래 수년 동안 비밀리에 연구해왔던 변신프로젝트가 폭로되었기 때문이다. 연구를 담당했던 알리스는 극도의 혼란과 위기감을 느끼며 친구 뱅자맹의 호위아래 기자회견을 준비 중이다. 그녀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심정으로 언론을 향해 신인류에 대한 연구 과정을 세세하게 이야기한다. 단, 마르티네스가 얼핏 보았다던 수중인간은 철저히 부인한다. 알리스와 함께 박물관을 찾은 뱅자맹은 A,D,N 이 적혀진 방문을 열고 큐브 안에 갇힌 생명체를 보자 경악을 금치 못한다. 결국 대중의 혼란을 염려한 뱅자맹은 빠르게 연구소를 폐쇄하고 모든 증거를 없애버린다.
뱅자맹의 호의로 ISS(국제 우주정거장) 연구소를 향해 우주로 날아가는 알리스, 하늘을 날아가는 인간을 창조하고 싶다는 20대의 열정적인 천재 유전학자는 끝까지 자신의 연구를 완성하고 싶었다. 무중력은 인간 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키메라, 괴물, 프랑켄슈타인을 만드는 괴짜과학자 알려진 알리스는 우주에서도 그리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다. 서로를 믿지 못했던 네 명의 우주비행사들은 불안과 두려움에 빠져든다. 결국 전혀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진다, 이제 알리스 옆엔 시몽만이 남아있다. 그는 어렸을 적 충격으로 머리가 하얗게 변했고 지독한 대인기피증을 앓고 있었다. 후일 알리스는 시몽과 함께 했던 당시의 경험을 인생 최고의 순간이라 회고한다.
알리스가 시몽과 함께 꿈같던 시간을 보내던 시각, 지구는 거대한 화염에 휩싸이고 있었다. 조그만 불씨가 숲을 넘어 전 지구를 태우며 인류에 가혹한 형벌을 내렸다. 핵전쟁이 터진 것이다. 인류는 멸종의 길에 다가갔다. 믿기 어려운 상황에 알리스와 시몽은 넋이 나간다. 순간 베르나르의 기지가 엿보인다. 신인류를 탄생시키기 위한 조건이 형성된 것이다. 알리스는 자신에 주어진 임무에 커다란 사명감을 느낀다. 우주여행의 막바지 드디어 시몽의 도움으로 혼종 신생아의 윤곽이 드러난다. 박쥐와, 두더지, 돌고래와 인간과의 결합, 도덕 윤리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조합이 알리스의 손에 의해 탄생된 것이다. 알리스는 생명을 창조한 신이 되었다.
키메라의 땅은 방사능으로 오염된 지구에 도착한 혼종들의 세계를 다루고 있다. 물론 지하 방호벽과 방사능이 미치지 않는 곳엔 사피엔스가 존재한다. 우여곡절 끝에 혼종을 데리고 지상에 내려온 알리스 일행은 생존한 이들과 한때 좋은 시절을 보냈지만 결국 파국으로 끝을 맺는다. 헤르메스, 하데스, 포세이돈이라 불리는 3각 혼종은 알리스를 어머니라 불리며 공동생활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들은 빠르게 지구에 정착한다. 베르나르는 신인류를 통해 무엇을 말하려는 것일까? 알리스는 교접이 아닌 새로운 생명체라는 단어를 선호한다. 무엇이 되었든 인간은 생태적으로 자신과 어긋난 대상에 극도의 혐오를 느낀다. 그런데 인공지능의 발달로 사이보그나 로봇이 인류를 대체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을까?
혼종은 인간보단 열성적 유전자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특히 생식은 모계를 따른다. 동일한 혼종이 지속적으로 탄생할 수 있다는 가설이 다양성을 추구해서 하늘, 땅, 바다를 선택했다는 알리스의 이론을 반감시킨다. 또한 개체들이 갖는 우월성과 열등의식이다. 의식은 인간의 지능을 갖추고 있는데 신체는 동물적이다. 다양한 교육과 도덕, 윤리지침을 통해 의식적 행동을 통제하지만 결국 본능을 벗어나지 못한다. 결국 그들의 비교우위는 전쟁의 씨앗이 되었고 알리스의 바람과는 달리 전쟁은 벗어날 수 없는 운명처럼 다가왔다. 또한 수많은 혼종이 탄생한다.
베르나르는 예정된 과정을 거침없이 진행한다. 작품 초반 알리스는 기자들의 질문에 인간의 교만함을 꺼낸다. 현명함이란 뜻을 지닌 사피엔스란 단어를 거리낌 없이 사용한다는 것이다. 인간이 과연 이성적이고 현명한가? 베르나르는 인류의 어리석음을 비판한다. 소모적 감정과 필요이상의 이념, 자신만이 옳다는 과도한 편견, 결국 인류는 스스로 만든 올가미에 갇혀있다. 무너진 건물을 뚫고 새롭게 자라나는 나무들이 숲을 이루었다. 방사능에 오염된 동물들이 유유히 지구를 활보한다. 신인류는 현생인류에 대한 경고다. 자연은 인간에 어떤 관심도 없으며 오직 본능에 충실할 뿐이다. 변신이든 혼종이든 생명체는 변화할 것이며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진화는 지속될 것이다. 키메라의 땅은 지구의 미래일지도 모른다. 빠른 전개와 광대한 스케일, 또한 베르나르만의 세심함이 돋보이는 매력적인 소설 키메라의 땅을 추천한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