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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한아뿐
정세랑 지음 / 난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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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SF일까.... 광물 외계인이라는 독특한 설정이 흥미롭지만 그보다 더 재미있는 건 외계인의 세계에서 바라보는 지구에 대한 에피소드이다. 1세계 백인들의 오리엔탈리즘 로망 같은 시선으로 지구를 바라보는 외계인이 있는가 하면 한번도 가 본 적 없지만 그저 빈곤하다는 이유로 혐오하는 무리들이 그렇다. 등장인물 중 외계인이 존재하지만 배경을 조금 확장했을 뿐 이것은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고 느꼈다. 연인이나 친구, 아티스트와 그 재능에 반한 팬, 끝없이 새로운 관계를 찾아 헤매는 사람과 언제까지나 안전한 세계에서 머물며 새로운 관계 만들기를 거부하는 사람(그리고 외계인). 그래서 판타지 같지만 묘하게 현실적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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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저 청소일 하는데요? - 조금 다르게 살아보니, 생각보다 행복합니다
김예지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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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히 나를 돌볼 수 있는 어른이 된 것은 내 생계를 내가 책임질 수 있게 된 후인데 한때는 밥벌이하는 일을 너무 하찮게 여기고 반짝이는 것만 좇던 시절이 있었던 것 같다. 남의 시선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질문에 뻔한 교과서적 대답이 아닌 견딘다는 답이 나왔을 때 이상한 위로를 얻었다. 내가 생계를 위해 지내온 날들이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닌 것 같은 위안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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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운 페미니즘
코트니 서머스 외 지음, 켈리 젠슨 엮음, 박다솜 옮김 / 창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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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페미니스트였다고 생각했지만 나 스스로도 이게 내 생각인지 사회적 학습인지 아니면 그런 사회에 대한 반항심인지 헷갈릴 때가 많았다.
이제 여성은 투표권도 있고 교육의 기회도 똑같이 얻었고 직업 선택의 자유도 있는데 무슨 페미니즘 운동이냐. 자기 권리만 내세우고 의무는 1도 이행할 생각이 없는 메갈이 아니냐는 비난과 맞서기 위해 언제나 자기검열을 했다. 웬만해선 모든 일을 스스로 처리했고 이성을 만날 때조차 책(?)을 잡히지 않기 위해 철저히 더치페이를 하고 혹여라도 선물을 받게 된다면 그보다 조금 더 비싼 선물로 되돌려줬다. 이것은 마치 강박과도 같아서 내 모든 행동에 영향을 미쳤다.

나답다 라는 말은 먼저 내가 누구인지를 정말 알고 내가 어떻게 행동하고 싶은지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예전에 읽었던 나쁜 페미니스트에서 언급한 것처럼 나는 페미니스트니까 내 어떤 언행이 타인에게 비난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날들이 많았다.

나다운 페미니즘은 거창한 이념이나 숭고한 사상을 말하고 있지 않다. 44명의 지금도 발전하고 있는 사람들의 자유로운 생각을 쉬운 문장에 실어 이야기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이야기는 리즈 프린스의 성장한다는 것이었다. 과거의 나는 은연 중에 외모를 가꾸는 여성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았고 지적이지 않다는 생각까지 했다. 이제 나는 여성이 자신의 신체에 대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을 알게 됐고 누구든 자기가 원하는대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됐다.

책을 다 읽고도 여전히 나다운 건 뭘까 고민이 되지만 나는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에 충만하다. 여전히 현실은 시궁창 같고 싸워야 할 일은 많지만 나답게 맞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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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 대미지의 일기
벨린다 스탈링 지음, 한은경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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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옛날부터 항상 의문이었다. 빅토리아 시대는 여왕이 통차하던 시기인데 왜 그토록 많은 차별과 성역할이 만들어진 걸까? 여왕은 밖에서는 훌륭한 통치자이지만 집에서는 남편의 수발을 들어야 하는 존재라는 사실이 도무지 납득되지 않았다.
도라 대미지는 똑똑하고 재능있는 여성이지만 빅토리아 시대의 여느 여성들처럼 재능을 포기하고 현실에 타협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아마도 무능한 그녀의 남편(그러나 본인은 뛰어난 기술인이자 명예로운 이름을 가졌다고 생각한다)이 엄청난 사채를 끌어쓰다 집안을 파산 직전까지 몰고가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소위 “품위있고 우아한 레이디”로 평생을 조용히 살아야했을 것이다.
1부를 읽는 내내 남편을 포함한 많은 남성들의 무시와 혐오적인 발언을 견뎌내야 했는데 소설에 너무 감정이입이 됐는지 몇 번이나 책을 내려놓고 마음을 진정시켜야만 했다.
요즘은 달라졌다지만 내가 남초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탓인지 같은 여성에게조차 “여자들과는 일하기 힘들다”라는 말을 종종 들을 때가 있다. 왠지 똑같은 일에 화를 내도 여성은 감정적이라는 말을 듣고 남성은 지나치게 완벽주의라는 말을 듣는데 피터가 여자들의 재능을 무시할 때 그런 말들이 오버랩되면서 분노가 치밀어올랐다.
물론 2부와 3부에서 도라는 제본 일을 통해 점차 자신의 자립 가능성에 확신을 갖게 된다. 어쩌면 그것은 돈을 버는 일을 갖기 이전 남편의 우아한 가정생활 유지를 위해 전당포에 페티코트를 팔았을 때부터 시작된 것인지 모르겠다.
더이상 그녀는 진흙탕 같은 현실에서 우아한 레이디로 살기 위해 페티코트로 젖은 치맛단을 감추지 않아도 된다.
여전히 현실이 시궁창이지만 그녀가 젖은 치맛단을 펄럭이며 당당하게 걷게된 것에 희망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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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맹 - 자전적 이야기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백수린 옮김 / 한겨레출판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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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끝까지 과거가 아닌 현재 시제로 이야기가 전개되어서 마치 작가의 수첩을 보는 기분이었다. 어떻게 해서든 어떤 언어로든 글쓰기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한 사람이 끈질기게 수첩에 남겨둔 메모처럼 이야기는 서사가 아닌 한 사람의 집념을 전하고 있다.
침략국의 언어가 아닌 모국어를 잃게 하는 언어를 적어로 표현한 문장도 인상적이다.

100% 문장을 소비만 하는 내게 주인공의 열정은 동경심을 불러일으킨다. 이야기(책을 읽고 열심히 검색을 했지만 이것은 에세이가 아닌 자전적 “소설”이라고 했으니 소설로 받아들이고) 속 주인공은 끝내 모국어를 잃은 채 적어로만 글을 써나가야 했지만 다행이도 그것이 불행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희망에 찬 주인공은 어떤 언어로든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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