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 대미지의 일기
벨린다 스탈링 지음, 한은경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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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주 옛날부터 항상 의문이었다. 빅토리아 시대는 여왕이 통차하던 시기인데 왜 그토록 많은 차별과 성역할이 만들어진 걸까? 여왕은 밖에서는 훌륭한 통치자이지만 집에서는 남편의 수발을 들어야 하는 존재라는 사실이 도무지 납득되지 않았다.
도라 대미지는 똑똑하고 재능있는 여성이지만 빅토리아 시대의 여느 여성들처럼 재능을 포기하고 현실에 타협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아마도 무능한 그녀의 남편(그러나 본인은 뛰어난 기술인이자 명예로운 이름을 가졌다고 생각한다)이 엄청난 사채를 끌어쓰다 집안을 파산 직전까지 몰고가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소위 “품위있고 우아한 레이디”로 평생을 조용히 살아야했을 것이다.
1부를 읽는 내내 남편을 포함한 많은 남성들의 무시와 혐오적인 발언을 견뎌내야 했는데 소설에 너무 감정이입이 됐는지 몇 번이나 책을 내려놓고 마음을 진정시켜야만 했다.
요즘은 달라졌다지만 내가 남초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탓인지 같은 여성에게조차 “여자들과는 일하기 힘들다”라는 말을 종종 들을 때가 있다. 왠지 똑같은 일에 화를 내도 여성은 감정적이라는 말을 듣고 남성은 지나치게 완벽주의라는 말을 듣는데 피터가 여자들의 재능을 무시할 때 그런 말들이 오버랩되면서 분노가 치밀어올랐다.
물론 2부와 3부에서 도라는 제본 일을 통해 점차 자신의 자립 가능성에 확신을 갖게 된다. 어쩌면 그것은 돈을 버는 일을 갖기 이전 남편의 우아한 가정생활 유지를 위해 전당포에 페티코트를 팔았을 때부터 시작된 것인지 모르겠다.
더이상 그녀는 진흙탕 같은 현실에서 우아한 레이디로 살기 위해 페티코트로 젖은 치맛단을 감추지 않아도 된다.
여전히 현실이 시궁창이지만 그녀가 젖은 치맛단을 펄럭이며 당당하게 걷게된 것에 희망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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