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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cyrus > 미신이 출몰하는 세상

우리도 할로윈을 즐길 권리가 있지 않을까? 왜 우린 귀신과 교감을 해볼 상상을 할 권리조차 박탈당해 있을까? 이런 금지가 우릴 더 빈곤하게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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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1-02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 사람들은 귀신과의 교감보다 신과의 교감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종교인들이 생각하는 신은 인간의 운명을 쥐락펴락하는 존재이니까요.

2017-11-02 2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02 2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OutErSider 2017-11-02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자료 수집할것도 많고, 일단 생계활동부터 빠듯하게 해야 할 상황이라, 이미 써진 것도 비공개로 돌려야 할 상황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ㅜㅜ 홍보는 아니고 설정상 제가 이미 이북으로 낸 <서원..>책이랑 이어지는 부분도 있어선 이번 소설은 최소 350매는 염두에 두고 있아요. 기다리게 해서 정말 죄송스럽네요.

2017-11-02 2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OutErSider 2017-11-02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보시는게 좋아요. 제가 취향이 너무 고루해서요
 
 전출처 : 츤토쿠 > 오쓰카 에이지 대담

꼭읽아버뵈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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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인터넷 사이트 뒤져서 웹진 몇 군데 찾아가가보면


출판을 지향하는 전문 그룹이라기 보단 취미 비슷한 사람끼리의 동인 모임 성향이 넘 짙다


그것도 친목질로 특정 장르 편향이나, 어떤 올바름, 정치적 지향성 같은 친목 특유의 정서 같은 것이 느껴저서 깊은 거부감이 든다



그렇다고 웹소설을 쓰자니 넘 지나친 가벼움, 흥미, 오락성 편향에다, 캐릭터나 플롯의 개연성에는


아무 관심도 없는 듯한 경향을 추종하자니, 도무지 따를 의욕이 들지 않고, 솔직히 그런 쪽에


재능이 있단 확신도 안들고



최후의 모색으로 장르 소설 발전에 그나마 진지한 관심을 가지는 듯한 이북


출판사에 투고를 해봤더니


분명 팔리는 카운트가 있으니까, 순위에 집계가 될 건데, 정산때는 입금액만 가르쳐 주고


판매부수는 전혀, 하다 못해 통계 자료도 제공을 안한다.



이런 환경에서 장르 작가는 어떤 목표를 지녀야 할지, 무엇을 위해 글을 써야 되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너무나 답답하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일과 병행해서 글을 쓴다 한다.


하지만 학벌이 그리 좋지 않았던 데다, 그마저 어려운 사정으로 포기해야 했던 내가 구할 수 있는 일은 단순 육체노동 뿐이다


하루에 12시간은 기본, 출퇴근 시간을 고려하면 14시간 정도를 노동을 위한 시간에만 할당해야 한다.


집에 돌아오면 밥먹기 조차 귀찮다. 이런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그럭저럭 꾸준하게 작품 활동을 병행했단 이야기를 들어 본적은 없다.


있다고 해도, 문학쪽은 아니었다.



물론 삶이란 견뎌내기 위하여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어려운 환경일 지라도,  꾸준히 투고할 곳이라도 있는 외국과 국내의 환경 지반은 천양지차를 느끼게 한다.


장르 전문 문예지나, 장르 전문 출판사가 그나마 있는 곳과, 그런 매체조가 전혀 없어 사치처럼 보여지는 문화 시장에서, 어느 쪽이 작가에게 더 뚜렷한 목표 의식을 갖고 꾸준하게 자기 길을 갈 수 동기부여를 해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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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0-25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보니 정말 가슴이 먹먹합니다. 우리나라에 장르문학 작가 지망생들을 위한 창작 환경이 마련되어 있지 않으면 정말 우리나라 장르 문학이 발달되지 못할 것입니다. 이러면 출판사들의 시선이 국외 장르 문학에만 향하게 될 거예요. 서양 장르 문학을 편애하는 제가 말할 입장은 아니지만, 이런 상황이 심화될까 봐 걱정되긴 합니다.
 

to. 세라


  첫 전시회가 열린단 소식을 들은지 언젠데 이제야 답신을 보내는군. 부디 이 답신이 늦지 않았으면 좋겠어. 요즘엔 날짜 세는 습관도 잊어버리고 있거든.


 점점 타인에게 관심을 가져줄 여유가 사라져 가고 있어. 사멸해가는 행성에서, 대기중의 산소가 희박해져 가는 현상처럼 말이야. 이래선 안 된다는 건 알지만, 나는 갈수록 낭떠러지로 내몰리는 심정이야. 당신의 사정도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닐 텐데, 어떤 말로도 미안한 심정을 다 전하지 못하겠군. 이해는 굳이 바라지 않도록 할게.


  스스로 누드모델을 하겠단 결정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듯해. 결과물이 너무 멋져서 놀라고 말았어. 특히 언니의 몸매는 정말 기대 이상이었어. 모델 경험이 전혀 없다는 말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였어. 우아한 포즈를 자연스럽게 뽑아내니 감탄을 금할 수가 없더군. 정말 멋지다는 표현밖에는 할 말이 없어.


 아무런 경력이 없는 사람을 통해 네가 원하는 감정을 이끌어 내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았을 듯싶어. 네가 원하는 의도는 확실히 나타나고 있어. 나는 그쪽 분야에 문외한이지만, 설득을 해볼 상상만 해도 머릿속이 까마득해질 것 같군. 이 모든 결과물은 네 연출 역량을 한껏 증명해주는 거겠지.


 그런데도 논란을 우려해서 다섯 점 밖에 출품을 못한다니. 이 나라의 미의식 수준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아. 대체 자매간의 누드가 무엇이 문제라는 거지. 포즈의 선정성을 논하는 기준이란 게 대체 뭐지. 난 오히려 관능미가 너무 절제되어서 아쉽다는 느낌인데.


 너와 언니의 몸매 중에서 어느 쪽이 더 마음에 드는 지를 물었지. 네 사진 전반에 흐르는 관능미를 염두에 둬서 생각해야 할 것 같아. 마치 남미의 빅토리아 수련과 수선화의 아름다움을 비교하게 하는 질문 같아. 수선화의 희디희고 소담한 순수함보다는, 열대 꽃의 화려한 색채와 요염함이 여성미의 극치라고 보는 편이지만, 사람마다 취향은 제각각이니까.


 다만 내가 놀란 것은 예상보다 언니가 아닌 네 몸매가 더 탄탄하고 육감적이었단 거야. 실명을 말해주지 않았다면 착각을 할 뻔했어. 아무런 정보도 없다면 누구나 다 똑같은 생각을 할 거야. 전혀 과장하지 않고 당신처럼 탱글탱글하고 새하얀 유방을 가진 여자를 아직 본적이 없거든. 정점에 찍혀 있는 붉은 유두는 케이크의 딸기꼭지를 보는 것처럼 앙증맞게 촉촉했어. 그 크기는 도무지 어떤 과일이나 사물에 비유를 해야 할까. 만지고 싶다는 욕정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어. 그걸 부정한다는 건 기만에 불과해


 특별히 연기 지도 없이도 포즈 선정에 어려움을 겪지 않은 이유는 언니 역시 욕정을 느꼈기 때문인 것 같아. 혹은 질투심인지도 모르겠네. 욕정은 성별을 가리지 않는 법이거든. 욕정은 본질적으로 공격적이야. 시기심과 소유욕이 강한 법이지


 안부를 물어왔는데 쓸데없는 서설이 길었다. 서문에 엄살을 조금 떨긴 했지만 사실 별반 어려움은 없어. 내 생활은 괜찮은 편이야. 고대도는 좋은 동네인 것 같아.


 생각만큼 역사적 유적이나 고풍스런 건물이 줄지어 있지는 않아. 하긴 그런 지역이었다면 이미 관광명소로 유명한 동네였겠지. 인위적인 개발로 내가 기대하는 날 것 그대로의 역사는 사장되어 버렸을 지도 모르겠군. 비록 기대만큼 잘 드러나진 않지만, 어딘지 오래된 기억들을 많이 숨기고 있단 느낌이 들어. 아주 오래되고 어두운 기억들이 곳곳에 숨어있는 느낌말이야.


 이 지역 건물들의 양식은 비교적 현대풍이지만 지탱하고 있는 자제들에는 세월의 채취가 느껴져. 어떤 건물들은 일제강점기 시대에 지어진걸 아직도 개축해서 사용하고 있는 듯해. 건축학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정확한 설명을 못하겠지만, 지반이 상당히 무른 편이라서 그런지 이곳엔 철제 구조물들이 거의 없어. 부산이란 대도시에 속해 있으면서 2층 이상의 건물이 전무한 곳을 여행하게 되다니, 참으로 신기하기만 해.


 내륙 강서구청의 토성동으로부터 13킬로미터, 가장 인근의 부속도인 절지도로부터는 4킬로미터 떨어져 있다고 여행책자에 나와 있어. 내가 묵고 있는 민박집은 주도에서 북쪽으로 1.5킬로미터쯤 떨어진 야산 둔덕에 있는데, 산 뒤편으로는 약 5천 평 정도 되어보이는 너른 대지가 펼쳐져 있지. 그곳의 야생적인 황폐함은 이루 형용하기 힘들 정도야.


 향나무와 은사시나무가 주를 이루는데, 이름을 모를 잡목들과 함께 어지럽게 얽혀서 첩첩 덤불을 일구고 있어. 쓸쓸하고 황량한 들판이 쭉 이어지다, 마을과 경계를 잇는 부분에 우중충한 조명탑이 우뚝 솟아 있어. 그건 구 일본군의 막사가 폐허로 방치된 채로 있다 폭우로 무너져버린 잔해라더군. 해질녘이 될 때면 이끼로 뒤덮인 조명탑이 쓸쓸한 들판을 향해 컴컴한 그림자를 불쑥 드리우지.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면 나같이 무덤한 사람조차 은근히 소름이 느껴질 정도로 오싹한 풍경이야.


 그래. 그 조명탑의 사단 마크 표식을 우연히 보고 우린 놀랐지. 오스트리아 예술가 모트의 작품속에서, 또 영국에서만 평생을 살았던 마스덴의 사진속 배경에 간간히 찍혀 있던 표식과 똑같았으니까. 스쳐가는 소품처럼 언뜻 보여지는 것이었지만, 우린 그것이 예술가들끼리의 교감 신호이거나 혹은 기막힌 우연의 일치를 넘어서는 무엇이 있다는 의혹을 품게 됐지.


 오늘처럼 부슬비가 추적추적하게 내리는 날에는 그곳이 나를 은근하게 유혹해. 눈앞에 보이는 모든 사물들이 축축한 잿빛의 상념에 젖어드는 것 같으면 조명탑의 머리에 있는 표식이 사악한 눈을 뜨는 것 같아. 북향에 걸린 마름모꼴 창문 너머로 음침한 달이 떠오를 때면 그것은 눈을 반짝이지. 달도 없는 밤에는 하얀 박쥐처럼 거대한 은빛 날개를 펼쳐. 그리고 검은 하늘로 비상하는 것 같아.


 주민들은 왠지 이 장소에 대해서 얘기하길 꺼려하는 것 같아. 이토록 음침한 장소는 누구에게나 기피 대상이 되는 게 당연하겠지. 그럼에도 어딘지 이곳 사람들의 반응은 히스테리컬한 구석이 있어. 사람들은 외향포라는 이름 자체를 꺼내길 싫어하는 것 같아. 동단위의 행정 구역을 형성해도 이상할 것이 없을 면적인데, 이 장소의 개발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보여.


 그렇다고 사람의 발길이 전혀 닿지 않는 무간지란 뜻은 아니야. 일본군이 떠난 후에도 막사나 요새 건물들을 개조해서 민박소로 운영했던 주민들은 몇 있었던 것 같아. 지금은 모두들 떠나버리고 황량한 폐가만이 남아 있을 뿐이지. 이윤이 나지 않는 사업일 수도 있고, 아주 개인적인 사정일 수도 있어. 하지만 뭔가 더 은밀한 흑막이 있을 것 같은 기분이야. 그런 기분을 떨쳐낼 수가 없어.


 이 년 전 이 지역의 고고학 자료를 탐사한 후에 실종된 역사학자의 사건을 기억하지? 내 머릿속에서도 지워지지 않고 계속 맴돌고 있어. 그 사람도 표식이 뿜어내는 음험하고 주술적인 힘에 사로잡혔던 걸까. 한반도 구석기 시대의 기원을 더 높여서 새로 쓰게 할 만큼 놀라운 유적이 이 섬에서 발견됐단 기사가 나돌았던 일을 너도 기억하고 있을 거야. 이 조그만 섬이 어설프나마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 사건이었으니까.


 덕분에 서부경남권 신항만 사업의 진척에 차질이 예상된다느니, 강단에서 학자연 노릇하는 지리멸렬한 부류들과 마찰을 빚게 됐다느니, 하는 소식이 자자하게 퍼졌지. 하지만 주민들은 지역 개발도, 유적 발굴에도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것 같아. 그저 자신들을 향한 외부의 시선을 쓸데없이 치부하고 귀찮게 여기는 분위기가 다분해.


 역사학자의 돌연한 실종 사건이 터질 무렵부터 세상의 한켠을 차지했던 시시한 열기조차 완전히 사그라졌지. 어쩌다 내가 그에 대한 질문을 마주치는 사람들한테 꺼낼 때에는 질색하는 반응이야. 동네 사람들 모두가 외향포니, 구 일본군 기지 같은 단어를 입에 올리기를 꺼려해. 무엇보다 고대의 거석 유적에 대해 물어보면 얼굴이 샛노래져. 제발 그런 얘기는 하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까지 하고 있어.


 하지만 수수께끼와 의혹이란 억누를수록 더 크게 반발하는 법이 당연하지 않겠어? 보통사람도 그럴진대 나 같은 사람은 어련할까. 눈 만 감으면 케르눈노스 이 단어에 대한 설명은 차후에 하도록 할게 - 의 뿔과 머리를 간소하게 양식화한 그 사단의 표식이 어둠속에서 어른거려. 너도 인정했듯, 우연의 일치라고만 보기에는 너무나도 기이한 일치야. 어떻게 뿔에서 뻗어 나온 가시의 개수와, 토클(고대 켈트 문화권의 유적에서 자주 발견되는, 목에 거는 장신구를 뜻해)의 숫자까지 완벽하게 일치하는 표식이 네 개가 넘는 대상에서 동시에 발견될 수 있단 말이야.


 심지어, 네 언니가 페루를 여행하다 어느 집시 여인에게서 시술받았다는, 그 왼쪽 쇄골에 자그마하게 새겨 놓은 앙증맞은 타투의 문양까지도 그 표식을 완벽하게 묘사하고 있었잖아. 대체 그게 무얼 의미하는 걸까. 이토록 엄청난 우연의 일치가 가능한 거지?


 저 무성한 덤불 숲 속 어딘가에, 그 고대의 거석 유적이 숨죽이고 있어. 오로지 내 눈에 발견되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아. 지금까지 주민들의 따가운 눈총과 무언의 압박에 눈치를 봐야 했지만, 이제 더는 내가 참고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어. 더 어두워지기 전에 숲속으로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아. 지금 시간은 네 시 오십분이야. 다섯 시만 조금 넘겨도 오늘처럼 안개 짙은 저녁에는, 한치 앞도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덤불 숲속은 어두울 거야. 탐사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진 않아. 내 안녕을 빌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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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사람에 대해서 말하고자 한다. 그는 작가였다.


 다섯 달 전 나는 그의 부음을 들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장소에서, 뜻밖의 소식이었다.


 그때 나는 미술관을 서성이고 있었다. 초가을이라 다소 쌀쌀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지만, 정오에는 햇볕이 여전히 강렬해서 바람막이 점퍼를 팔짱에 끼고 있었다. 2층 전시관의 좌측 마지막 코너에 들어서면서, 한 평 남짓한 공간에 전시된 몇 편의 화폭들이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주류에 대한 현대의 저항을 담은 스타일에 싫증을 느끼고 있던 터라 그 사진들에 담겨 있는 의식적인 고풍스러움에 기묘하게 마음이 끌려버렸다. 사진가의 앵글에 잡혀있는 풍경들은 전혀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장소들이었는데, 거기에 담겨있는 역사성과 고전성이 이질적인 현실감을 포커스에 부여하고 있었다. 사이먼 마스덴을 의식적으로 모방하는 듯하면서 이계인의 시선을 훔쳐보는 듯한 역사적 괴기미와 흡사한 느낌이었다.


 고풍스러운 괴기함만이 아름다움의 전부는 아니었다. 그 안에는 퇴폐적인 관능미가 함께 감돌았다. 피사체에 잡힌 여자 모델들이 관객을 응시하는 시선에서 헤아릴 수 없는 황홀감이 전해져 왔다. 나체의 모델들 모두가 역사속에 묻힌 깊은 어둠, 그리고 죽음과 악의 상상이 불러오는 미묘한 쾌감에 전신을 내맡기고 있었다. 그런 면은 크리스트 모트적인 분위기와 비슷한 상상을 불러 왔다.


 흡사 역사에서 배제된 자들의 어두운 신화가 시각적 스토리텔링이 되어 내안의 지극히 사적이고 은밀한 곳에 숨겨진 상상력을 증폭시키는 듯한 착란을 일으켰다. 마녀들의 흑미사, 사탄숭배자들, 교외의 은밀한 장소에서 벌어지는 사악한 자들의 비밀스럽고 외설적인 제의에 대한 불경한 상상력을 끝없이 자극하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그림을 향해 손을 뻗었던 모양이었다. 보안요원의 경고에 화들짝 놀라고서야 정신을 차렸던 것이다. 한눈을 팔았단 사실을 깨닫고서야 내가 주술적인 힘에 사로잡혔단 사실을 속절없이 인정했다. 특히 내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흔들의자에 앉아 있는 소녀의 전경 뒤로 거대한 그림자가 소름끼치도록 날카롭고 기다란 손가락과 이빨을 소녀에게 뻗고 있는 사진이었다. 다섯 폭의 사진 중에서 가장 후작업을 많이 가한 인위적 작품이었지만, 거대하고 위압적인 배경에 압도당해 버렸던 것이다.


 영혼을 탈취당한 듯한 얼얼한 기분이었다. 그런 감정에서 벗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이 그림을 사고 싶단 말을 기계적으로 꺼냈다. 보안요원에게 내 꼴이 아주 우습게 비쳐진 모양이었다. 얼굴에 황당스럽다는 반응이 자연스레 드러났고, 웃음기까지 띠고 있었다.


 그녀가 보안요원이 아니라 작품의 사진가라고 소개했다. 그 말이 이상스럽게 다소 안도감을 주었다. 마녀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 주인이었단 사실에서 느껴지는 안도감이었을까. 적어도 눈앞의 여자는 사람이었다. 나이는 서른을 약간 넘긴 듯한, 백 육십 센티미터쯤의 키에 머리칼이 찰랑이는, 이목구비가 정갈하고 어느 한 부분 튀지 않게 평범했다.


 거기에다 적잖이 애교와 사교성까지 겸비하고 있었다. 그녀가 타준 모카향이 진한 커피를 마시는 동안 나는 입이 마르도록 그녀의 사진을 칭찬했다. 사회성이 없는 성격인 탓에 그 모든 말에는 사심이 전혀 없었다. 내 영혼에 나는 이 단어를 쓰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 격렬한 감흥을 불러오지 않았다면, 그렇게 과도한 칭찬을 할 이유는 전혀 없으니까.


 “칭찬은 정말 고마워요. 하지만 너무 과분한 것 같아요. 갤러리 측에서도 전시회는 허락해주겠지만 그림이 너무 어두운 탓에 팔릴 수는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거든요.”


 과연 그렇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성이 강한 예술가의 비애가 전해졌다. 괜찮다면 나 혼자서라도 다섯 점을 다 사고 싶었지만, 사실은 한 점을 사기도 힘겨운 처지였다. 직장을 잃은 떠돌이 신세인터라 하루하루 연명하기도 어려운 사정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허세를 포기하기는 싫었다. 그녀가 눈치 빠르고 자상한 성격의 소유자가 아니었다면, 나는 허세의 무게에 스스로 짓눌려 버렸을 것이다. 적당하게 내 허세를 간파하고 체면을 살려준 덕에 나는 돈과 관련된 이야기는 두루뭉술하게 넘기고 보다 비평적인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었다.


 “사실 이렇게 깊은 관심을 보여준 것만도 고마울 따름이에요. 동기들 몇 명이 전시회 첫 날에 찾아와 준 것을 빼면 아무도 관심을 보이질 않았거든요. 이제서야 제 사진을 유심히 보아주는 유일한 한 사람을 만난 것만 해도 어디일까요. 사람들은 흡사 폐가에서 도망치려는 것처럼 제 전시 코너만 피해다니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안목이 없군요. 아무리 저 마다의 취향이라지만 너무 하네요. 자존심을 건드릴까 저어되긴 하지만, 저는 사이먼 마스덴과 크리스트 모트를 떠올렸어요. 두 사람 다 흑백 사진만 찍는데 마스덴은 풍경만을, 모트는 인물을 부각시키죠. 하지만 둘 다 어둠의 암부를 잡아낸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마스덴이 역사의 암부라면, 모트는 무의식의 암부라고 할까요. 또 강렬한 광노출로 피사체를 담아내어 어둠과 빛의 대립을 극단화시켜 버리죠. 그 어두운 부분에 감춰진 야사들이 있을 것 같은, 자연스러운 스토리텔링을 이끌어내요. 그런 미스터리한 감정을 고조시키는 미학을 성취한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어머, 크리스트 모트, 사이먼 마스덴, 그 이름들을 어떻게 아시죠? 실제로 제가 참조를 했던 작가들이거든요. 그 두 이름을 동시에 안다는 건 아주 어려운 일 같은데.”


 그녀는 자신에게 두 사진작가를 소개해준 어떤 소설가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그 인연을 통해 내가 우연과 운명 사이의 길고도 기이한 진입로에 들어서게 된 것이다.


 아주 오랫동안 잊고 있었지만, 나도 어렴풋이 그 이름을 알고 있었다. 그는 내가 출판사에서 일하던 시절에 몇 편의 원고를 보낸 적이 있었던 것이다. 필명이 굉장히 독특했고, 적어도 내게는 완성도와 깊이에 울림이 있었다. 그럼에도 회사는 그의 원고를 무시했다.


 나 자신의 미묘한 끌림 같은 것으로 다수의 논리를 이길 순 없는 것이다. 그런 류의 원고를 보내는 사람들은 수도 없이 많다. 셀 수 없는 작가지망생들이 있고, 셀 수 없는 원고들이 밀려온다. 어떻게든 출간되어도 세상에 공개되는 원고들 대다수는 그저 잊혀버린다. 누구의 관심도 끌지 못하고 사라져간다.


 ‘아우터사이더라는 다소 장황한 필명은 H.P 러브크래프트와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를 깊이 염두에 뒀을 것이다. 그는 경계보다 더 바깥에 있는 존재들에 대한 선대 작가들의 상상력을 즐겨 인용했다. 그는 감히 헤아릴 수 없는 심연을 탐험하려 했고, 단어보다 더 깊은 지옥을 음미하는 듯했다. 실제로 만나본 적은 없지만, 그의 원고를 검토해본 내 인상은 그러했다. 사이먼 마스덴과 크리스트 모트란 인물들도 그 작가의 원고를 통해 접한 이름들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그 이름을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그 괴기소설가의 부고 사실을 그런 과정을 통해 알게 된 것이다. 그녀조차 그 소설가를 실제로 만나본적은 없다 하였다. 그래서 이주 전에 부고 메시지를 알림 받았을 때 느꼈던 감정을 지금도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하였다. 그의 죽음은 아사에 가까웠다 한다. 굶주림이 동반하는 복합적인 질병이 여러 원인이 될 수 있겠지만, 직접적인 사인은 역시 굶주림이었다.


 그녀는 유산상속인이 아니었지만, 고인의 유일한 지인이나 다름없어서, 보잘 것 없는 그의 유품을 소장하게 됐다는 것이다. 원고 몇 편이 들어있는 usb가 전부였다. 그리고 사이먼 마스덴과 크리스트 모트, 미쓰다 신조 같은 괴기 화가, 소설가들에 대한 감상평들도 있었다.


 usb 소켓을 보여주면서 그녀는 내게 이 파일들을 가져가보기를 권했다. 죽은 자의 유품이란 사실에서 저어되는 감이 없지는 않았지만, 딱히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


 그때까지 인생이 내게 보여준 유일한 패는 우연이었다. 생이 반대 손에 쥔 운명이란 패를 슬며시 꺼내들 때, 이미 그것은 보이지 않는 끈을 당겨서 우리를 자기 쪽으로 끌어버린다.


 그리고 죽은 자들 주위를 떠돌게 한다.


 그가 남긴 유작중에 소설이라 할 것은 없었다. 투아다 데 다난01, 02. 누아다 아르케틀람01, 02 같은 단어로 표기된 일기장 비슷한 것들뿐이었다. 그는 특히 누아다란 단어에 굉장히 집착하고 있었다. 거기에다 노덴스란 각주까지 첨가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일기장 곳곳에서 태고의 인장혹은 불가역한 사악한 존재들과 같은 표현들이 반복적으로 쓰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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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자료 조사와 경제적 사정 때문에 연재가 길어질 것 같습니다. 적어도 올해 안에는 끝내기 힘들 것 같네요. 북유럽 신화에 비해서 켈트 신화는 접할 수 있는 정보가 극히 적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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