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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문명의 개척자들 - 클라우드 마이닝으로 다시 쓰는 자본주의 연대기
박한일 지음 / 북새바람 / 2025년 5월
평점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쓴 솔직한 리뷰입니다.

이 책은 단순한 암호화폐 입문서가 아니다. 오히려 비트코인을 철학, 기술, 정치, 사회, 심지어 문명의 진화라는 스케일로 다루는 거대한 담론서에 가깝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비트코인을 한낱 디지털 화폐나 투기의 수단쯤으로만 여겼던 나의 기존 시선이 얼마나 협소했는지를 실감하게 된다.
책은 사토시 나카모토의 초기 비전부터 사이퍼펑크 철학, 그리고 현재 진행형인 금융·정치·지리적 파장까지 촘촘히 짚는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클라우드 마이닝’이라는 개념을 통해 사회적 약자가 자본 없이도 경제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조명한 대목이다. 쉽게 말하면, 이제 채굴은 고성능 장비를 가진 소수의 특권층만의 것이 아니라, 인터넷만 있다면 누구나 참여 가능한 새로운 경제 참여 방식이라는 것이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비트코인을 마치 하나의 문명사적 전환점으로 해석한다는 점이다. 블록체인, 탈중앙화, 디지털 주권, 경제 민주화, 심지어 우주 경제까지… 듣기엔 거창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담론들을 놀랍도록 현실감 있게 풀어낸다. 단순히 기술적이거나 투자 지향적인 내용에 그치지 않고, 비트코인이 인간 사회에 미칠 수 있는 근본적 영향을 고찰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암호화폐 서적들과는 확실히 궤를 달리한다.
읽다 보면 “나는 지금 무엇의 시작점에 서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다. 자본주의가 변하고 있고, 화폐의 개념이 재정의되고 있으며, 권력의 축이 이동하는 이 격변의 시기에 우리는 어떤 위치에 있어야 할까?
이책 비트코인 문명의 개척자들은 그런 물음에 대한 사유의 출발점이 된다. 단순히 ‘비트코인을 사야 하나?’라는 고민보다 먼저, 비트코인이 우리에게 왜 필요한가를 묻고 싶다면 이 책은 꽤 괜찮은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