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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페어 컬처 - 쓰고 버리는 시대, 잃어버린 것들을 회복하는 삶
볼프강 M. 헤클 지음, 조연주 옮김 / 양철북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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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보면 책의 내용도 마찬가지겠지만 저자 자체가 좋아지기도 한다. 저자의 글에서 뿜어나오는 선한 온기나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민감하게 마음이 반응할때가 있다. 이 책이 그랬다. <리페어 컬처, 쓰고 버리는 시대, 잃어버린 것들을 회복하는 삶>이란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무언가를 쉽게 버리지 않고 자신의 물건을 아끼고 소중히 대하며 고장이 나더라도 다시 고쳐쓰고자 하는 저자의 그 태도가 마음에 든 것이다. 


처음엔 실용서인줄 알았다. 그런데 읽다보니 뭔가 다르다. 저자의 글 쓰는 방식이 전문적인 비유로 가득 차 있다. 갑자기 물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거나 생태계 전반에 대해 이야기한다. 알고보니 저자는 독일의 물리학자였다. 나는 이렇게 갑작스럽게 알게 되거나, 나의 편견을 깨뜨리는 사실들에 매력을 느낀다. 소설을 쓰는 공대생이라던지, 번역하는 의사라던지, 이 책의 저자처럼 모든 물건을 고쳐쓰고 그 경험에 대한 에세이를 쓰는 물리학자라던지 말이다. 


그는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들의 의도적인 노후화와 수리할 수 없게 만드는 디자인과 시스템을 비판한다. (특히 애플이 주 타겟인데 애플 제품을 쓰는 나로서는 쫌 찔렸다.) 고작 2-3년을 썼을 뿐인데 고장나버리는 기기들, 보증기간은 1-2년에 불과하고 그 마저도 지나면 기기내의 부품이 없어서 고치지 못한다. 빠르게 전환되는 유행도 의도적인 마케팅에 의한 것이다. 이런 일은 나만 겪은 일은 아닐텐데, 어제는 나의 네스프레소 버츄오 커피머신의 민머리뚜껑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감상에 빠져 애인에게 물었더랬다. “우리 이 커피머신 언제까지 쓸 수 있을까?” 고쳐쓸 수 있다면 10년은 더 쓰고 싶은 마음이다. (돈이 얼마짜린데!!!!!!!!) 하지만 아마 기업들은 이를 불가능하게 만들것이다. 절대로 고장나지 않아 망했다는 회사가 있다는 사실은 기업들에겐 악몽일테니. 


기업에 대한 비판은 접어두더라도 과연 우리는 어떨까? 우리의 쓰고 버리고 새로 사는 생활방식은 실상 세계를 하나의 생태계가 아닌 기계적으로 단절된 곳으로 바라보는 사고에서 기인한 것이다. 우리는 사물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지식과 세계관을 잃어버렸다. 우리는 더 이상 내가 버리는 쓰레기가 단순히 소각되는줄만 알고 있지, 제 3세계에 수출되어 그 곳에 묻힌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혹은 환류를 따라 수많은 플라스틱이 태평양에 쓰레기 섬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다. 내가 오메가3를 외치며 먹는 생선과 붉은 빛깔의 고기가 바다를 착취하는 대규모 어업에 의해 공장식 축산업에 의해 식탁에 오른다는 사실도 모른다. 모든 것이 분절되어 우리는 더 이상 생각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리페어 컬쳐, 다르게 말하자면 고쳐쓰는 문화. 나 한 사람이 하면 특이한 취미에 지나지 않겠지만 많이 사람이 하면 문화가 된다. 문화에는 대중의 관점과 태도가 묻어나온다. 하지만 태도가 모든 것을 해결 할 수 있을까? 그건 아닌것 같다. ‘착하게 살아야지’ 혹은 ‘열심히 살아야지’와 같은 말들은 결국 텅 빈 언어에 불과할때가 많다. 저자는 “리페어 컬처는 지식과 능력, 분석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다”고 말한다. 결국 소비자들이 현명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소크라테스의 말을 인용해보자면 “도덕의 결핍이란 지식의 결핍”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도전적인 질문까지 던진다. 기업이 이런 리페어 문화를 받아들여 자사의 제품을 수리가능하게 만듦과 동시에 오래 사용할 수 있게끔 제품의 질을 올린다면 과연 우리는 가격 상승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이다. 저자는 그래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사회적 충격을 완화시키기 위해 점진적으로 행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사회복지혜택을 누리고 싶어하지만 세금인상에는 반대하고, 좋은 물건을 오래 쓰고 싶어하지만 비싼건 싫어한다. 전체를 위해 개인의 이익을 일부 희생해야하는 딜레마가 여기에 있다. 사회에 대한 신뢰가 쌓여야만 가능할 것 같은 시나리오지만 어쨌든 필요한 일이다. 


이 책에는 저자가 고칠 수 없을것 같아 보였던 여러 물건들을 고친 일화나 리페어 컬쳐를 위시한 다양한 활동들도 함께 소개한다. 재미있다. 미니멀리즘이라는 유행이 살짝 시들어가는 이 시기에 과연 리페어 컬처는 그 자리를 대신 할 수 있을 것인가? 리페어 컬쳐, 아주 예쁜 말이지 않은가. 물건을 오래 아껴 써보자.

@yangchulbook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에 대한 리뷰입니다.

#리페어컬처 #수리 #수선 #미니멀리즘 #고쳐쓰기 #책 #에세이 #책추천 #에세이추천 #책후기 #책리뷰 #서평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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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동맹이라는 역설 - 새로 읽는 한미관계사
김준형 지음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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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동맹이라는 역설


김준형 / 창비 / 2021 April 



새로 읽는 한미관계사 


이 책의 제목부터 살펴보자. ‘영원한 동맹이라는 역설’ 이만큼이나 모순적인 단어들의 나열이 있을까. ‘영원’, 세상에 과연 영원한 것이란 존재하던가. 외교에서든 철학에서든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이 받아들여진 진리가 아닌가. 영원이라는 단어의 수식을 받는 ‘동맹’, 과연 동맹이란 영원할 수 있을까? 애초에 동맹은 국가간에 상황에 따라 맺어지는 언제든 변화가능한 개념이 아닌가. 영원한 동맹이라는 수식을 최종적으로 받는 ‘역설’은 전체 어구를 고조시키며 이 책의 핵심을 잘 짚고 있다. 바로 “한미 동맹”의 영원이라는 신화의 역설을 말이다. 


한미관계와 한반도 국제정치 분야의 대표적인 전문가인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트럼프에서 바이든으로 미국 백악관의 주인이 바뀌는 이 시점에 적절한 책을 펴냈다. 누가 조직의 리더에 있느냐에 따라 한낱 기업의 목표와 전략도 달라지는 마당에 과연 미국이라는 초강대국또한 당연히 그렇지 않을까. 위로는 북한의 핵위험과 아래로는 일본의 잔재한 제국주의적 야망을, 그리고 더 북쪽으로는 점점 영향력을 확대해가는 중국과 근접한 한국으로선 외교나 정치에 관심있는 사람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세계의 정세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늘 생각했기에 이 책이 반가웠다.


한미관계에서 저자가 날카롭게 제시하는 문제의식에 동의한다. 한국은 한미관계와 한미동맹을 분리하지 못한채로 미국을 신화화 해왔다는 사실. 한미관계가 군사동맹과 자본주의의 이식이라는 두 가지 축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우리는 늘 한미관계를 뭉뚱그려 일종의 ‘절대로 깨져서는 안되는’ 운명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저자는 미국과의 관계에 있어서 ‘한미동맹의 실용화와 세속화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즉 경제적이고 문화적인 차원에서는 협력하여 관계를 깊게 만들 필요가 있지만, 군사안보 차원에서는 좀 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실용성과 세속화의 필요성을 각인시켜 주었다. 그는 군사동맹을 철저히 거래적으로 접근하였고, 한국측에 갑작스런 방위비 부담금 상승을 요구했다. 전쟁이 나더라도 작은 나라에서 수천만명이 죽을 뿐이지 미국이라는 아무 상관도 없다는 식의 언사와 함께 말이다. 이전 정권과는 180도 다른 트럼프의 외교는 괘씸하면서도 다시금 한미관계의 본질과 앞으로의 가능성을 톺아볼 기회를 주기도 했다. 과연 동맹은 불변한가? 


또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위한 한미 동맹이 오히려 평화구축에 장애로 작동하고 있는 역설또한 짚어봐야 한다. “국제정치에서 말하는 안보딜레마는 경쟁적 군비확장을 초래함으로써 결국 쌍방에게 모두 안보 불안을 초래하는 것인데,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한반도는 안보딜레마의 전형적인 구조가 고착되어왔으며, 반복적으로 전쟁 반발의 위기 상황이 조성되었다. (중략) 동맹은 안보위협에 대한 대비책이지만 동시에 안보에 위협이 되는양면성을 가지고 있다.(p.498-499)” 이 역설을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이상 한반도에는 절대 평화가 구축되지 않을 것이다. 


대미추종노선을 노골적으로 따르다 국가적 정치적 정체성까지 왜곡하며 미국에 종속된 일본의 사례에서 배울점이 있을 것이다. 일본의 학자인 시라이 사토시는 <영속패전론>에서 일방적인 수탈관계로 고착된 미일 관계 속에서 일본은 좌절된 내셔널리즘을 안고 살며, 이런 좌절감의 스트레스를 아시아를 향해 분출하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을 초월할 뻔 했던 경제력을 지닌 일본은 자율을 외칠 때를 놓쳤고 영원한 자발적 가스라이팅의 상태로 들어갔다. 우리나라에도 성조기를 들고 트럼프 대선 불복과 박근혜 복권 외치는 이들이 많은 것을 볼때 보수세력의 미국에 대한 신화화는 계속 이어질 것 같다. 동시에 이 책을 읽고 한번이라도 한미관계에 대해 자율적으로 사유해볼 시민들과 신화의 파열이라는 희망을 나누고 싶다. 


한미관계, 한일관계 등 국제정치에 관심있는 분들께 강력히 추천합니다. 반면교사로서 한일관계를 다룬 마고사키 우케루의 <미국은 동아시아를 어떻게 지배했나, 일본의 사례>, 시라이 사토시의 <영속패전론>, <국체론>, 서경식&다카하시 데쓰야의 <책임에 대하여> 추천합니다. 함께 읽어보시면 생각의 좋은 레퍼런스가 될 것 같습니다. 


@changi_insta 에서 제공받은 책에 대한 리뷰입니다. 


#도서협찬 #도서제공 #영원한동맹이라는역설 #김준형국립외교원장 #한미관계사 #국제정치 #책 #책추천 #책후기 #책리뷰 #서평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 #국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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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랜드
제시카 브루더 지음, 서제인 옮김 / 엘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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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랜드


제시카 브루더 / 엘리 / 2020 april



<노마드랜드>의 첫 몇 챕터를 읽다가 옅은 기시감을 느꼈다. 읽어본 적이 있는 글 같아. 어디에서 읽었더라. 몇 페이지를 눈으로 더듬으며 생각했다. 그리고 불현듯 스친 한 소설, 바로 몇 년 전 읽었던 존 스타인 벡의 소설 <분노의 포도>였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벡의 소설 <분노의 포도>는 신자유주의와 산업화가 미국을 지배하는 과정에서 대공황 이후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이 일자리와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희망을 찾아 자동차에 몸을 싣고 떠나는 여정을 보여준다. 조드 일가를 중심으로 자동차를 타고 미국을 횡단하지만 막상 도착한 곳은 희망이 아닌 절망과 존엄의 상실이었다. 


어쩌면 <노마드랜드>가 그리는 풍경은 미국의 2008년 경제위기 이후의 또 다시 반복되는 현대판 <분노의 포도>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이들은 벽과 기둥이 있는 전통적인 의미의 주거를 포기하고 RV에 몸을 싣고 임시계약직 노동을 하며 고용의 흐름에 따라 떠돌는 노마드 생활을 한다. 집을 버리고 차에서 생활하며 일을 하고 산다고? 그게 가능하다고? 라며 놀란 마음으로 읊조려본다. 한국에 사는 내게 노마드 생활이란 부산역이나 서울역에서 노숙생활을 하는 부랑자들 외엔 다른 이미지란 존재하지 않는다. 너무나 미국적인 이 노마드 생활, 즉 차로 이동하고 계절성 일자리를 구하고 주차장에서 차를 대고 자고 피트니트센터에서 샤워를 하는 삶을 살아내는 광경은 여전히 생소하다. 마침 이런 생각이 들 무렵의 챕터의 제목은 “미국을 살아내기”였다. 


놀랍게도 노마드 생활을 하는 많은 이들이 과거에는 번듯한 직장과 가정이 있었던 중산층 계급이었다는 것이다. 또한 젊은 층이 아니라 최소 50대부터 은퇴연령이 훨씬 지난 80세까지의 노년층이라는 사실. 석사학위를 가졌고, 외국에서 일한 경험이 있었으며, 대기업 임원이기도 한 이들도 있었다. 그들은 어쩌다 추락했나, 그리고 지금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나, 이 모든 것은 어디에서 기인했을까. 제시카 브루너는 3년간의 취재를 통해 그들의 목소리를 이 책에 담았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내가 부산역에서 바쁜 걸음으로 노숙인들을 지나치는 그것과는 달랐다. 그는 노마드인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가장 가까이 다가가되 그들을 멋대로 동정하지 않는 마음으로 일정한 거리를 두고 글을 썼다. 함부로 판단하지 않은 것이다. 마치 ‘그들’이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라는 듯이. 


저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당신은 당신의 책임이다”라는 시대적 명령과 대결한다. 저자는 이들이 그토록 열심히 일하는데도 불구하고 저임금 노동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덫을 개인에게서 찾지 않는다. 집을 버리고 이동하며 살기로 한 그들의 선택을 개인을 넘어 경제, 기업환경, 사회, 문화적 영역까지 확장하여 분석한다. 이들은 2008년 이후 주택버블의 붕괴로 집값보다 비싼 대출금을 감당해야 했으며, 쌓아놓았던 연금과 주식이 고스란히 연기처럼 증발하는 것을 지켜보아야 했다. 퇴직 연령이 다가와 일을 그만두어야 했으며 이혼과 질병 등 개인적인 불운들이 겹치면서 그들을 지탱해주던 임금, 연금, 저축이라는 세 가지 기둥이 하나씩 무너졌다. 이 책의 여정을 따라가다보면 노마드라는 삶의 형태가 그들에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지였다는 것에 동의하게 된다. 


이들의 현실과 이를 야기한 다양한 상황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을 넘어 저자는 이 여정에서 파생되는 여러가지 질문을 던진다. 아마존은 젊은층이 아니라 노년층을 고용하는가. 아마존은 은퇴한 노마드 노년층에게 그들의 노동윤리와 직업의식을 존경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론 근로기회세액공제의 혜택을 받기 위해, 그리고 이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할 가능성이 낮기에 80세가 가까운 이들을 고용하는며 사탕발린 말로 착취하는 것에 더 가깝다. 아이러니하게도 노동자들은 이마저도 감사한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또한 나이가 들수록 저임금 노동에서 헤어나올 길이 없고 기회가 줄어드는 현상, 특히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임금이 낮지만 더 오래 살기에 빠듯한 돈으로 끝까지 버텨야 하는 현실에 대한 지적도 가슴 아프기 마찬가지다. 마찬가지로 왜 노마드들은 백인이 압도적으로 많은지 인종차원에 있어서도 일련의 의문을 내비친다. 


미국은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에서 평생을 모은 돈이 증발할 위기에 처한 시민들을 구하는 대신 온갖 사기와 횡령에 가까운 짓을 한 은행을 구하기로 결정했다. Too big to collapse 라는 변명아래 이루어진 국가적 결정이었다. 미국은 대공황으로부터, 혹은 존 스타인 벡의 <분노의 포도>로부터 하나도 배우지 못했다. 개인의 실패는 더욱 더 개인의 탓이 되었고, 그들을 보호해줄 사회적 쿠션은 모두 숨이 죽어버렸으며, 그 누구도 이 쿠션들을 보충해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과연 한국은 미국과 같은 수순을 밟지 않는다고 할 수 있을까? 노마드랜드의 저자 제시카 브루너는 노마드들의 이야기를 담았고, 독자들은 그 목소리를 들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의 시선은 어디로 향해야 할까. 독자에게 남겨진 질문이다. 


르포 형식의 좋은 책들이 많다. 함께 읽기를 추천하는 책들이 몇 권 있다.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노동의 배신>, 앨리 러셀 혹실드의 <자기땅의 이방인들>, 엘리스 콜레트 골드바흐의 <러스트벨트의 낮과 밤>, 알렉산드리아 래브렐의 <공유경제는 공유하지 않는다>


@ellelit2020 엘리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책에 대한 리뷰입니다. 


#도서협찬 #도서제공 #노마드랜드 #노매드랜드 #제시카브루더 #책추천 #책 #독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 #책후기 #책리뷰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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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라이프스타일 - 내 삶과 세상을 바꾸는 페미니즘
김현미 지음, 줌마네 기획 / 반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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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라이프스타일 


김현미 / 반비 / 2021 April

내 삶과 세상을 바꾸는 페미니즘  


2015년 강남역 살인사건을 기점으로 촉발된 페미니즘 리부트는 2020년을 지나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것 같다. 2015년 이후 함께하던 독서모임에서 레베카 솔닛의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로 페미니즘 대중서를 읽기 시작했으며 대학원 여성학 협동과정에서 다양한 여성정책과 철학을 공부하게 되었다. 페미니즘을 사유로서 그리고 삶의 실천으로서 깊이 공부하고 싶은 이 마음은 한국 사회에서의 여성들이 겪는 미세한 차별과 편견, 임금격차, 성폭력과 같은 현실은 우연히 일어난 것이 아니라 바로 젠더에 기반해 생겨난 것이라는 문제인식을 가능하게 했다. 이후로 페미니즘 운동은 1960년대 서양에서 그랬듯이 의식고양, 임파워먼트, 여성정치의 세력화 등 다양한 분화와 진화를 거치며 한국의 페미니즘은 여성들을 주축으로 점차 대중화된다. 


하지만 페미니즘의 대중화는 내겐 마치 페미니즘의 질적 저하를 가져온듯한 느낌을 주었다. <페미니스트 라이프스타일>의 김현미 교수님의 말씀대로 “페미니즘이 여성의 피해나 고통에만 주목하는 것도, 반대로 능력이나 탁월함을 강조하는 것(p.10)”은 페미니즘을 딜레마에 빠지게 했다. 또한 “페미니즘 대중화와 급성장한 한국형 래디컬 페미니즘 - 운동의 주체를 생물학적 여성으로 설명한 페미니즘 - 은 생물학적 여성이라는 범주 때문에 겪은 온갖 불평등과 대상화를 깨뜨리는 것을 목표로 대안적 사유와 실천을 확장해온 것인데, 여기에 대립적 성차에 기반을 둔 여성만이 독점적 행위자로 지정(p.24)”하여 페미니즘의 지평과 대화의 영토를 좁혔다고 생각한다. 여성들이 성차별을 타파하기 위해 강력한 성과주의와 능력주의를 신봉하게 된 현상도 오히려 여성이 일자리에서 더욱 과로하고 탈진하게 만들었다.(p.61) 더욱이 점차 거세어 가는 신자유주의는 페미니즘과 결탁하여 소비하는 방식으로만 페미니즘을 실천하도록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온라인 환경은 또 어떤가. 페미니즘, 즉 여성학이 하나의 학문임을 생각해볼때 “속도보다 깊이 있게 생각하면서 운동을 조망하는 것이 필요함”에도 “디지털로 유통되는 말은 너무 빨리 증폭되어 의도와 현실이 달라진 채로 판단과 판결을 내리게 했다.(p.116)” 


대중서든 학술서든 페미니즘에 관해서라면 몇 년간 닥치는대로 읽으며 공부했지만 늘 그렇듯 새롭게 들이닥치는 현상들 앞에서 늘 어리둥절했다. 도대체 페미니스트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소비로만 이루어지는 나의 페미니즘적 삶의 지향은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이성애자인 내가 남성 파트너와는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페미니스트인 나는 남성 파트너에게 어디까지의 돌봄노동을 제공해야 하는지 (더 구체적으로는, 내가 그를 위해 요리를 하거나 소소하게 챙겨주는 일은 페미니스트적 삶에 반하는 것인가?), 일은 어떤 방식으로 일구어 나가야 하는지(나를 과대평가 하는것이 임파워먼트인지, 아니면 내 능력에 대한 자기객관화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온갖 의문들이 나를 떠나지 않은채로 몇 년이 흘러버렸다. 이 책은 페미니즘의 안밖을 가로지르며 서성거렸던 나에게 어느정도의 솔루션을 제공했다. 


“자기피해와 자기불안이 너무 강해서 다른 형태의 차별에 대한 감각을 끊어버리겠다고 결심하는 행위는 페미니즘적이지 않으며, 다른 사회적 약자에게 가해지는 조롱이나 비하가 남성의 폭력을 닮아 있어서 동의하기 어렵다(p.165)”는 교수님의 글을 읽으며 사회적 약자와 피해자였던 내가 또 다른 누군가에겐 가해자이지 않은지 돌아본다. “가족 내 민주화와 성평등을 이루지 못하면 여성들 스스로가 여성이라는 자신의 자원을 남용하면서, 변화하지 못하는 남성들을 양산하는 것을 방관하고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셈”이 된다. “어떤 어머니들은 잘못 해석된 페미니즘을 들먹이며 딸에게 물 한 방울 안묻히게 하는 것이 성평등이라고 주장하는데, 그 결과 자신이 먹을 밥도 지을 줄 모르고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하향 평준화된 성인 남녀가 양산(p.150)”된다. 여성과 남성, 아니 모든 인간은 자기 돌봄을 할 줄 알아야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협동적 자아를 발휘할 수 있다. 결국 “내가 스스로 참여를 결정하고 참여과정에서 낯선 여성들,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의 관점을 확장하는 것이야말로 페미니즘의 자율성과 개방성(p.243)”이다. 


“성평등의 가치가 여성만이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으로 추구해야 할 중요한 가치라는 것을 인지하는 비여성이나 비국민도 존재한다는 점, 불평등은 섹스라는 성차에 의해서만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계급이나 인종 등 다른 사회적 범주와도 결합으로 증폭된다는 점(p.276)”을 알아야 한다. 성차별 문제를 젠더갈등이라는 이분법으로 몰아넣는 사람들의 언행을 지켜보자면 ‘도대체 그들에게 무슨일이 일어났던 것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성차별은 여성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문제라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이 책의 핵심 문제인 ‘페미니스트들의 라이프스타일’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는지를 생각하면 이 책의 의미가 더 커진다. 페미니스트로서 살아가기 위한 지속 가능한 세계관과 삶의 선택지를 ‘소비’가 아닌 관점에서 재의미화 하는 것, 즉 잘 산다는 것의 의미를 다양화하고 삶의 자율성의 관점에서 재배열하는 작업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혐오와 가짜뉴스와 막말까지도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로 포장되고 소비만이 삶의 방식으로 대표되는, 고삐풀린 마냥 온갖 저급의 자유가 난무하는 이 시대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는 페미니스트뿐만 아니라 모두의 문제다. 페미니스트든 비페미니스트든 삶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흔들려본 사람이 있다면 김현미 교수님의 <페미니스트 라이프스타일>을 읽어보는 것이 어떨까.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에 대한 리뷰입니다. #도서협찬 #도서무료제공 


#페미니스트라이프스타일 #페미니즘 #책 #책추천 #책후기 #책리뷰 #서평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 #페미니즘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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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토론수업 - 청소년부터 직장인까지 쉽게 배우는 토론의 모든 것
이주승 지음 / SISO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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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용서를 거의 읽지 않는 내가 겉보기에도 실용서인 이 책을 읽게 된 몇 가지 단순한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토론’과 ‘수업’이라는 키워드, 두 번째는 현대의 모든 이에게 토론능력이 요구되는 현실, 마지막으로는 순수한 호기심. 


 ‘토론’과 ‘수업’이라는 두가지 키워드는 내가 하는 일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나는 영어로 토론수업을 하는 선생님이다. 오랜 시간 책을 읽으며 사람들을 모아 독서 그 과정에서 토론에 대한 감각을 실전경험을 통해 훈련하게 되었다. 운이 좋아 배울점이 많은 사람들과 만나 “토론은 저렇게 하는거구나”를 배웠고, 때때로 더 운이 좋아 “절대 저렇게 하면 안되는구나”를 배우기도 했다. 하지만 늘 갈증을 느꼈던 지점은 토론을 하나의 프레임으로 구성하게 돕는 이론적 토대였다. 직접 부딪히며 경험과 감으로만 쌓은 토론감각으로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갖기에 부족했다. 그런 내게 이 책은 일종의 이론서이자 가이드라인이 되었다. 예를 들면 우리가 종종 헷갈리곤 하는 토론과 토의의 차이점, 문제점 찾기, PEEL 논증구조(요점Point, 설명Explanation, 증거Evidence, 연결고리/재강조Link), 청중의 지식수준에 대한 고려 강조, 토론의 전체 맥락을 파악할 수 있는 3W 분석법, 토론의 목표에 따른 토론방법 분류법, 문제를 뾰족하게 만드는 5Q 분석법 등등은 내가 실전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법들이다. 


 두 번째는 토론의 중요성이다. 저자는 토론을 라이프 스킬 중 하나로 강조한다. 한국에서는 토론능력이 단지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크레딧으로 여겨지는 현실에서 저자가 언급한 토론능력의 필요성, 즉 토론이 라이프 스킬이라는 점에 굉장히 동의한다. 토론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자 민주주의 의사결정 과정이며, 나의 권리를 지키는 일이고 라이프 스킬이다. 왜 토론을 해야하는지 묻는다면 나는 저자의 이 네 가지 이유가 이 책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을 살면서 무수히 많은 문제를 직면하는데 어떻게 그 문제들의 대처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능력이 결정되기도 하고, 일반 시민에게 민주주의 의사 결정 과정을 내재화하는 도구이자, 합리적인 민주 시민을 양성하는 도구이기도 하며, 잘 훈련된 토론자는 모든 사안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갖고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배워온 것들의 옳고 그름을 구분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다." (p.28-31, 중략하며 인용) 


 나는 자기계발류를 포함한 실용서를 거의 읽지 않는 독서가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집어든 이유는 순수한 호기심에 기인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실용서에 대한 편견을 어느정도 이 책이 해소해주었다. 그러나, 이 모든 장점에도 이런 종류의 실용서가 가진 내재적 한계는 명백하다. 결국 토론을 위한 충분한 인풋이 없다면 좋은 토론이라는 아웃풋 자체가 만들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양질의 독서없이 사유를 만들어 낼 수 없다. 지속적인 사고훈련 없이 의견을 형성할 수 없다. 암기와 발표훈련 없이 훌륭한 발표자와 토론자가 될 수 없다. 타인의 건설적인 비판없이는 에고만 가득찬 독선자가 되기 십상이다. 결국 좋은 토론자가 되지 않고서 과연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까지 나는 의심한다. 저자가 책의 앞부분에서 강조한대로 토론은 라이프 시킬이자 이성적 도구다. 이 책은 하나의 방법론적 길잡이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 리뷰를 읽는 많은 분들이 이 책에서 멈추지 말고 궁금한 것에 대한 책들을 찾아 읽어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리뷰를 마무리한다. 


@siso_book.official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에 대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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