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구 위기 - 스웨덴 출산율 대반전을 이끈 뮈르달 부부의 인구문제 해법
알바 뮈르달.군나르 뮈르달외 지음, 홍재웅.최정애 옮김 / 문예출판사 / 2023년 7월
평점 :
인구 위기와 해법에 관한 책인 <인구 위기>를 읽으면서 절망에 가까운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우리나라가 정확히 이 책이 말하는 해법에 반대되는 모든 것들을 인구정책이라며 시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이 책의 문제 진단과 해법을 따라가며 살펴보면 한국 사회에 대한 시니컬하면서도 재밌는 비평 작업이 될 것 같다. 간단히 말하면, 이 책은 모든 것이 역행하는 한국 사회에 대한 가장 급진적인 비판서다.
우선 출산율 감소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은 그 원인이 "가족제도의 변화된 사회구조 및 변화된 사회윤리적 내용"에 있다고 말한다. 산업화 과정을 겪으면서 사람들에게 있어 가정을 이루려는 사회적, 경제적 근본 이유가 바뀌면서 가족과 출산, 양육에 대한 사람들의 입장과 생각도 바뀌었다. 즉, 출산율의 감소는 실제로 이전 사회에서 물려받은 가족제도가 오늘날의 경제, 사회에 맞추기 어려워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열쇠는 "여성"에게 새로이 부여된 동기에 있다. 그 동기란 노동시장에 참여함으로써 이룰 수 있는 생활수준의 향상이다. 그런데 바로 "출산과 양육"이 이 동기의 실현에 점점 더 방해 요소로 인식된다. 출산율 저하를 막기 위해서는 바로 이 심리적인 동기를 없애는 방법 외에 달리 다른 방법이 없다. 여성들이 가족을 구성하고 생활 향상을 위한 노력에 자녀가 방해 요인이 되는데, 이런 여성들이 사회생활을 하는데 자녀가 방해 요인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간단히 말해 가족제도의 사회적, 경제적 기반을 조직적으로 변경해 그에 따른 구조와 의미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진단과 해법에 대해 우리나라는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가? 인식적인 측면에서 이제 어느 정도는 성 평등이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지만, 사회경제적인 측면에서 여전히 여성에 대한 차별이 횡행하다. 남성이 가부장으로서 한 가정을 오롯이 책임질 수 있었던 경제구조는 이미 끝난지 오래다. 이제는 남성조차 여성이 가정 내에만 머무르길 원하지 않는다. 맞벌이의 시대는 열렸지만, 여전히 양육을 포함한 가사노동의 많은 부분은 여성의 일이라 여겨진다. 이런 현실과 더불어 여성들의 일자리는 안정적이지 않다. 경력단절이라는 말은 이미 너무나 많이 논의되어서 이제는 듣기도 지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이 회사에 오래도록 일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적극적으로 출산과 양육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우리 정부는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두 번째로, 저자들은 우리가 "국민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하며, 동시에 자녀 양육에 대한 기본적인 부담을 전체 사회의 중요한 의제로 설정함으로써 급진적인 분배정책을 현실화하는 예방적 사회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청년세, 출산축하금, 출산장려금, 다자녀 가정 세금 혜택 등과 같은 경제적 분배의 소규모 조정만으로는 전혀 충분하지 않으며, 이런 정책들은 출산율 증가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그 이유로 자원의 부족이 아닌 사회가 비효율적으로 조직되었다는 것을 강조하는데, 이러한 예로서 노동시장, 보육부담, 공공 의료 서비스, 무상급식, 계층 간의 차이를 나열한다.
현재 우리는 출산과 양육에 대해 각각의 개인들이 전적으로 경제적 부담을 지고 있다. 하지만 부모들의 임금과 소득 또한 노동시장의 불평등과 불안정으로 인해 더욱 위태로운 상황인데, 출산축하금이나 출산장려금은 그 혜택이 우스울 정도로 작아서 비웃음만 살 뿐이다. 적어도 직접적인 비용 부담은 오히려 공공이 개입해 그 비용을 담당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 비용을 각 가정에 발생하는 만큼 제공해야 하지 않는가? 출산율을 유지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면 사회는 다음 세대를 길러내는 가정에 경제적인 지원을 할 의무가 있다.
공공의료 서비스와 관련해서도 우리나라의 현실을 살펴보면 절망스럽다. "소아과 대란"이라고 불리는 공공의료 서비스의 붕괴는 더 이상 대한민국이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객관적인 이유를 보여준다. 이 문제에 대해 책의 저자들 또한 의사들이 종종 그들의 소명과 직업문제를 사회적으로 보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들이 개별 인간의 걱정에는 관심이 있지만, 사회적 문제의식과 그 영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따라서 의학적인 것뿐만 아니라 사회정책적으로 중요한 "의사 교육의 광범위하고 합리적인 개혁"을 제시하며, 미래의 공공 의료진은 기존 의료진에게 부족했던 사회위생학적인 혜안을 대학 교육 때부터 기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에서 이미 이익집단이 돼버린 의사집단은 인구에 비해 너무 적은 의사를 증원하라는 시민들과 국가의 요청에 극렬히 반대했다. 그들은 의료 서비스를 단순한 "노동 노조"의 문제로만 바라보는 것을 멈춰야 하지 않을까. 무상급식 제도나 필수 식자재에 대한 할인 도입 등 아이들 간의 계층 간의 차이도 줄여야 하는 중요한 문제가 남아있다. 우리나라의 복지는 그 성격상 경멸적이다. 자신의, 혹은 부모의 가난을 적극적으로 증명하고 또 증명해야만 쥐꼬리만한 혜택이라도 받는다. 당신이 복지병이나 복지의 덫이라는 개념을 운운하든 말든 나라의 미래인 출산율의 감소를 진지하게 걱정한다면 무조건적인 복지는 무조건적으로 뒤따라야 한다. 특히 아동수당은 어떤 방식으로든 경멸적인 성격을 띠어서는 안 된다. 보육에 대한 사회적인 비용은 가능한 많은 아이에게 부모의 경제적인 조건과 관계없이, 즉 이 제도의 수혜를 입어야 할 이유를 증명할 필요 없이 적용되어야 한다. 보육 부담의 재분배를 위한 구체적인 사회정책을 추진해 아이들에게 직접적인 효과가 전달되고 부모들의 남용을 막을 수 있게끔 전개한다면 우리가 원하지 않은 결과들은 선제적으로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국가가 아이에 대해 공동 책임을 진다는 철학이 함께 더해져야 한다.
이 책을 진지하게 읽어내려가면서 모든 게 역행하는 사회에 살며 다다른 결론은 비관적이었다. 나 개인으로서는 출산과 양육을 선택하지 않을 예정이지만 사회가 더 살만하다면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이라면 왜 안되겠느냐라는 생각도 있다. 지금 이 사회를 살아가는 성인들조차 행복하지 않은데, 심지어 지금 태어난 아이들조차 제대로 보호받고 있지 않는데, 과연 희망이 있을까. 어쩌면 이 책이 하나의 희망이 되길 바라면서 더 많이 바뀌길 바란다. 무상급식 제도나 필수 식자재에 대한 할인 도입 등 아이들 간의 계층 간의 차이도 줄여야 하는 중요한 문제가 남아있다. 우리나라의 복지는 그 성격상 경멸적이다. 자신의, 혹은 부모의 가난을 적극적으로 증명하고 또 증명해야만 쥐꼬리만한 혜택이라도 받는다. 당신이 복지병이나 복지의 덫이라는 개념을 운운하든 말든 나라의 미래인 출산율의 감소를 진지하게 걱정한다면 무조건적인 복지는 무조건적으로 뒤따라야 한다. 특히 아동수당은 어떤 방식으로든 경멸적인 성격을 띠어서는 안 된다. 보육에 대한 사회적인 비용은 가능한 많은 아이에게 부모의 경제적인 조건과 관계없이, 즉 이 제도의 수혜를 입어야 할 이유를 증명할 필요 없이 적용되어야 한다. 보육 부담의 재분배를 위한 구체적인 사회정책을 추진해 아이들에게 직접적인 효과가 전달되고 부모들의 남용을 막을 수 있게끔 전개한다면 우리가 원하지 않은 결과들은 선제적으로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국가가 아이에 대해 공동 책임을 진다는 철학이 함께 더해져야 한다.
이 책을 진지하게 읽어내려가면서 모든 게 역행하는 사회에 살며 다다른 결론은 비관적이었다. 나 개인으로서는 출산과 양육을 선택하지 않을 예정이지만 사회가 더 살만하다면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이라면 왜 안되겠느냐라는 생각도 있다. 지금 이 사회를 살아가는 성인들조차 행복하지 않은데, 심지어 지금 태어난 아이들조차 제대로 보호받고 있지 않는데, 과연 희망이 있을까. 어쩌면 이 책이 하나의 희망이 되길 바라면서 더 많이 바뀌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