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케티의 사회주의 시급하다
토마 피케티 지음, 이민주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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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란 말이 누군가에게는 위협적이고 불온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피케티의 전작인 <21세기 자본>과 <자본과 이데올로기>를 읽은 내겐 그가 주장하는 조세정의, 노동가치, 그리고 지속가능성이 우리 사회가 당연히 함께 이룩해야 할 하나의 지향점으로 보인다. 좌와 우라는, 시대를 관통하며 극명하게 차이를 보여온 이 대립, 바로 우리 인식의 차이가 이데올로기의 힘이다. 그리고 이데올로기는 바뀔 수 있다는 것, 아니 우리가 바꿀 수 있다는 것이 바로 피케티가 강조하는 바이다. 사회주의가 지닌 의미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이 책을 읽는 일은 필요하다. 


이 책은 토마 피케티가 프랑스 르몽드지에 2016-2021년 간 써온 경제 논평을 모은 책이다. 가끔 한국판 르몽드지에서 피케티의 기사를 한 두개 정도 읽었지만 여전히 양적 측면에서 불만족스러웠다. 프랑스어를 못하는 내가 르몽드 프랑스판을 직접 읽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감사하게도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표지부터 붉은 기운이 선명하게 감도는 피케티의 논평집을 번역해서 출간했다. 서평단으로 책을 제공받기로 했는데, 출간직전까지 프랑스 현지에서 발행된 피케티의 글을 추가적으로 싣고 편집하느라 굉장히 수고를 많이 하신것 같다. <21세기 자본>으로 일명 스타덤에 오른 이 훌륭한 경제학자는 전세계적으로는 유명해졌지만 ‘사회주의’에 대한 다른 역사인식을 지닌 한국인들에겐 별로 인기가 없을지도 모른다. 이를 감안하고 탁월한 책을 내주신 출판사에 감사한다. 


위에 언급했듯이 누군가에게 사회주의는 불순하다.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한국인에겐 더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피케티가 말하는 사회주의란 “새로운 형태의 사회주의”를 의미한다. 즉 “참여적이고 지방분권화된, 연방제 방식이며 민주적이고 또 환경친화적이며 다양한 문화가 혼종되어 있으며 여성 존중의 사상을 담은 사회주의” 말이다. 우리는 사회주의라는 말을 재활용할 수 있다. 


피케티의 논평집을 읽을 때 독자들이 전제하고 가야 할 것은 바로 “불평등이란 무엇보다 이념적이고 정치적인 개념이지 경제적이거나 기술적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전작과 이 논평집에서 현재 존재하는 다양한 문제들의 역사적으로 구성하여 바라본다. 내가 이해한 “역사적”이라는 말은 어떤 제도나 구조가 필연적이라기 보단 역사속에서 크고 작은 인과들이 알 수 없는 방식으로 영향을 주고 받아 생긴 “우연적”인 결과를 의미하는것 같다. 즉 역사에 “만약에”란 말이 없다고는 하지만 우리는 작금의 문제들을 더 잘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해 역사의 항에 “만약에”를 삽입해봄으로써 우리가 이루었을 수도 있었을 평등과 정의를 역사적 궤적안에서 이해해보자는 것이다.


이데올로기, 즉 우리 시대에 만연한 “부유세를 폐지해야 한다”, “상속세는 불공정하다”, “기업이 살아야 국민이 산다” 등의 관념들은 누구의 이데올로기인가? 왜 우리는 부가 많지도 않으면서, 상속받을 재산도 없으면서, 기업에 착취당하면서 오히려 그들의 편을 드는가? 결국 우리 개개인은 신자유적인 기업과 국가의 사고방식의 지배를 받고 있으며, 이것이 바로 이데올로기의 강력한 힘이다. 피케티는 이에 대해 우리가 “다른 선택”을 한다면 새롭게 분화될 방정식들을 제시한다. 


전작들이 정치경제학적인 측면을 역사적으로 다루고 있다면, 이 논평집은 좀 더 현재적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유럽 특히 프랑스, 독일, 영국과 미국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에 아시아에 대한 자료는 많이 없지만 그의 문제제기는 여전히 유효하다. 현재의 정치와 경제, 그리고 정의, 평등, 공정과 같은 보편적인 가치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들에 대해 알고 싶다면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피케티의 책들을 학교에서 공식 교재로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모든 사람들이 피케티를 읽었으면 좋겠다. 조던 피터슨 같은 협잡군에게 열광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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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mi9 2021-06-26 0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이 저에게 매우 유용했고 쓰신 분의 해석과 통찰에 감탄했습니다.(무엇보다도 ‘조던 피터슨같은 협잡꾼..‘이라는 부분이 제일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