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동맹이라는 역설 - 새로 읽는 한미관계사
김준형 지음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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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동맹이라는 역설


김준형 / 창비 / 2021 April 



새로 읽는 한미관계사 


이 책의 제목부터 살펴보자. ‘영원한 동맹이라는 역설’ 이만큼이나 모순적인 단어들의 나열이 있을까. ‘영원’, 세상에 과연 영원한 것이란 존재하던가. 외교에서든 철학에서든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이 받아들여진 진리가 아닌가. 영원이라는 단어의 수식을 받는 ‘동맹’, 과연 동맹이란 영원할 수 있을까? 애초에 동맹은 국가간에 상황에 따라 맺어지는 언제든 변화가능한 개념이 아닌가. 영원한 동맹이라는 수식을 최종적으로 받는 ‘역설’은 전체 어구를 고조시키며 이 책의 핵심을 잘 짚고 있다. 바로 “한미 동맹”의 영원이라는 신화의 역설을 말이다. 


한미관계와 한반도 국제정치 분야의 대표적인 전문가인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트럼프에서 바이든으로 미국 백악관의 주인이 바뀌는 이 시점에 적절한 책을 펴냈다. 누가 조직의 리더에 있느냐에 따라 한낱 기업의 목표와 전략도 달라지는 마당에 과연 미국이라는 초강대국또한 당연히 그렇지 않을까. 위로는 북한의 핵위험과 아래로는 일본의 잔재한 제국주의적 야망을, 그리고 더 북쪽으로는 점점 영향력을 확대해가는 중국과 근접한 한국으로선 외교나 정치에 관심있는 사람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세계의 정세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늘 생각했기에 이 책이 반가웠다.


한미관계에서 저자가 날카롭게 제시하는 문제의식에 동의한다. 한국은 한미관계와 한미동맹을 분리하지 못한채로 미국을 신화화 해왔다는 사실. 한미관계가 군사동맹과 자본주의의 이식이라는 두 가지 축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우리는 늘 한미관계를 뭉뚱그려 일종의 ‘절대로 깨져서는 안되는’ 운명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저자는 미국과의 관계에 있어서 ‘한미동맹의 실용화와 세속화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즉 경제적이고 문화적인 차원에서는 협력하여 관계를 깊게 만들 필요가 있지만, 군사안보 차원에서는 좀 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실용성과 세속화의 필요성을 각인시켜 주었다. 그는 군사동맹을 철저히 거래적으로 접근하였고, 한국측에 갑작스런 방위비 부담금 상승을 요구했다. 전쟁이 나더라도 작은 나라에서 수천만명이 죽을 뿐이지 미국이라는 아무 상관도 없다는 식의 언사와 함께 말이다. 이전 정권과는 180도 다른 트럼프의 외교는 괘씸하면서도 다시금 한미관계의 본질과 앞으로의 가능성을 톺아볼 기회를 주기도 했다. 과연 동맹은 불변한가? 


또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위한 한미 동맹이 오히려 평화구축에 장애로 작동하고 있는 역설또한 짚어봐야 한다. “국제정치에서 말하는 안보딜레마는 경쟁적 군비확장을 초래함으로써 결국 쌍방에게 모두 안보 불안을 초래하는 것인데,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한반도는 안보딜레마의 전형적인 구조가 고착되어왔으며, 반복적으로 전쟁 반발의 위기 상황이 조성되었다. (중략) 동맹은 안보위협에 대한 대비책이지만 동시에 안보에 위협이 되는양면성을 가지고 있다.(p.498-499)” 이 역설을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이상 한반도에는 절대 평화가 구축되지 않을 것이다. 


대미추종노선을 노골적으로 따르다 국가적 정치적 정체성까지 왜곡하며 미국에 종속된 일본의 사례에서 배울점이 있을 것이다. 일본의 학자인 시라이 사토시는 <영속패전론>에서 일방적인 수탈관계로 고착된 미일 관계 속에서 일본은 좌절된 내셔널리즘을 안고 살며, 이런 좌절감의 스트레스를 아시아를 향해 분출하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을 초월할 뻔 했던 경제력을 지닌 일본은 자율을 외칠 때를 놓쳤고 영원한 자발적 가스라이팅의 상태로 들어갔다. 우리나라에도 성조기를 들고 트럼프 대선 불복과 박근혜 복권 외치는 이들이 많은 것을 볼때 보수세력의 미국에 대한 신화화는 계속 이어질 것 같다. 동시에 이 책을 읽고 한번이라도 한미관계에 대해 자율적으로 사유해볼 시민들과 신화의 파열이라는 희망을 나누고 싶다. 


한미관계, 한일관계 등 국제정치에 관심있는 분들께 강력히 추천합니다. 반면교사로서 한일관계를 다룬 마고사키 우케루의 <미국은 동아시아를 어떻게 지배했나, 일본의 사례>, 시라이 사토시의 <영속패전론>, <국체론>, 서경식&다카하시 데쓰야의 <책임에 대하여> 추천합니다. 함께 읽어보시면 생각의 좋은 레퍼런스가 될 것 같습니다. 


@changi_insta 에서 제공받은 책에 대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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