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신경 건강법
김순렬 지음 / 들꽃누리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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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째 아프다. 하지만 병원에 가면 병명이 확실하게 나온진 않는다. 그나마 들은 병명은 '역류성 식도염'이라고 한다. 위와 식도의 연결 부위에 분문이라는 문이 있는데 여기에는 자율근육이 있어서 이 근육이 음식이 들어올 때는 열리고, 음식이 다 들어오고 나면 자동적으로 닿게 만드는 작용을 한다. 근데 나는 이 근육이 작동하지 않아 항상 분문이 열려 있다보니 음식을 먹었을 때 소화시키기 위해 위에서 나오는 위산이 식도까지 역류하여 밀고 올라오는 증상이다. 위산은 매우 세다. 그러나 위벽은 이 위산을 견딜 수 있는 구조인 반면 식도는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위산이 역류하여 식도로 올라오면 식도벽은 무척 고통스럽게 된다. 타는 듯한 증상. '작렬한다'고 하는 증상이 나타난다. 영어로는 'heart burn'이라고 한다.

이런 고통을 겪으며 산 지 만 2년이 넘는다. 때로는 좀 약화되었다가 어떤 때는 심해지곤 한다. 심할 때는 덩달아 머리까지 어지럽다. 그럴 땐 아무 것도 못한다. 그냥 쉴 뿐이다. 기분은 더럽다. 뭐라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기분이 더럽다.

 

이 증세를 해결하기 위해 이러저런 시도도 해 봤지만 신통한 게 없었다. 인터넷에서는 '노루궁뎅이 버섯'을 먹으라고 하는 조언도 있던데, 별로 신뢰하고 싶지 않았다. 일시적일 뿐, 근본 처방인 것 같지 않았다. 그렇게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김순렬이라고 하는 한의사의 사이트를 보게 되었다. 그의 책 <자율신경 건강법>에 대한 소개도 보았다.

뭔가 도움이 될 것 같아 돌고돌아 구매해서 읽었다. 참 좋다. 맞는 말이다. 나의 전문지식 부족과 글 솜씨 부족 그리고 게으름 때문에 이 책의 진수를 전하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 그 만큼 좋다는 말이다.

어쨌든, 내가 이 책을 읽고서 생각한 것은 한마디로 신은 우리에게 완벽한 오토매틱시스템을 주었구나, 근데 우리가 함부로 굴려 이 오토매틱 시스템이 망가진 것이로구나 하는 것이었다.

저자의 책 제목 그대로 '자율신경'이 있어서 자율적으로 조절이 다 되게 되어 있다. 근데, 이걸 벗어나서 억지를 부리고 무리를 하고 오버를 하면 '자율신경' 조절에 실패하는 '자율신경 실조증'이 나타난다. 이러면 골치다.

인간은 이렇게 '실조' 상태가 되어야만 반성을 하고 성찰을 한다. 나 역시 그랬다. 물론 나는 진도를 많이 나간 탓에 실조를 다시 조화로 바꾸려면 많은 시간과 정성이 필요할 것 같다.

조절, 조화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 사이의 조화이다. 근데 우리는 주로 오버를 한다. 그러면 교감신경이 항진된다. 스트레스, 과로, 음주, 분노, 과식, 탐욕, 명예욕 등이 그것을 부른다. 이럴 때 이를 낮출 수 있는 부교감신경이 작동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부교감 신경이 활동할 여지를 주지 않고 계속해서 교감신경을 항진시키는 오버를 하고 싶어 한다. 큰 탈이 나고나서야 돌이켜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부교감신경이 활동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과로 대신 휴식을, 스트레스 대신에 즐거움을, 음주는 살짝, 분노 대신 사랑을, 과식 대신에 소식을, 탐욕 대신에 소박함을, 명예욕 대신에 평범함을, 이렇게 살아가야 한다. 하지만 그건 내 병이 나은 뒤, 아니면 내 병을 치료해가면서 할 일.

일단 급한 내 병은 어떻게 해야 하나.

이 책에서 언급한 역류성 식도염의 원인은 세 가지다. 먼저 자극성 음식물, 술, 농약 등이다. 이건 내 경우가 아닌 것 같다. 두번째, 이게 내 경우다. "간에 질병이 있는 경우다. 간경화가 생기면 간으로 들어가는 정맥혈인 간문맥이 막히게 되고 복강 내의 혈액은 다른 우회로를 통해 심장으로 돌아간다. 이때 식도 정맥이 부풀어오르면서 식도가 부어 좁아지고 염증과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주행한의원 좌원장도 내게 비슷한 말을 했다. 간이 우선 문제라고. 그리고 그 순환이 문제가 생겨 주변 혈관이 충혈된 것이라고. 그러니 간을 풀어야 한다고.

그렇다면 왜 내 간이 이렇게 된 것일까. 뻔하다. 우선은 과로와 스트레스였다. 지난 8년간 4시간 자면서 나는 무리를 했다. 그리고 사적으로 스트레스 받을 일도 많았다. 그게 만든 병이다.

어쨌든 원인을 알았으니 이젠 대처다. 꾸준히 간 기능 정상화를 위한 처방을 해야 한다. 뜸도, 약도, 침도, 음식도 그렇게 맞추자.

일단 이 책에서 권하는 건강 생활. 뻔한 이야기지만 옮긴다. 1. 운동  2. 따뜻한 목욕  3. 야채, 과일 식사  4. 꿀물 등으로 점액을 보완해준다.  5. 스트레스를 최소화-기쁨으로 바꿔라  6. 따뜻하게 만드는 음식인 인삼, 생강, 유자, 대추, 모과 등을 먹고  7. 반대로 술, 담배, 커피, 맵고 짠 음식 피하라.

 

요즘 나는 계속 내가 재배한 야채를 먹고 있다.  운동도 그럭저럭 하고 있다. 마음도 기쁘게 가지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좋아지겠지. 무리하지 말자. 욕심내지 말자.

 

재미 있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야기 몇. 감기로 온 몸이 아픈 것은 감기 바이러스와의 전투에 모든 면역계가 온 힘을 쏟고 있으니 나머지 기관들은 쉬고 있으라는 신호란다. 즉 통증은 우리 몸이 정도를 넘어 과열하지 않게 하고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지 않도록 도와주는 안전판이라는 것이다. 통증마저 없으면 우리는 오버에 오버를 더할 것이고 그러다간 완전히 망가진다는 것이다. 그러니 통증을 증오할 것이 아니라 그 통증에 감사할 일이다.

 

고통은 사람들이 뭔가를 이룰 수 있는 긍정적인 힘을 주기도 한다는 것. 맞다. 이건 내가 겪어봐서 공감한다. 그러면서도 고통이 오지 않길 바란다.

 

그러니 책에서도 "혹시 질병이 사람의 삶에 필요한 요소는 아닐까? 고통스런 인생을 피하기 위한 도피처가 혹시 질병은 아닐까?"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니 병 앞에서 겸허해질 일이다. 내 삶을 성찰할 일이다. 신께서 내린 오토매틱 시스템에 감사하고 다시 그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성찰할 일이다.

 

병에 대해서 감사할 수 있는 것. 그걸 배우는 게 병이 내게 준 교훈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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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주는 부모 치유하는 부모
스즈키 히데코 지음 / 생활성서사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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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읽는 책이 다양해졌다. 2-3년 전 고통 속에 빠지면서 그 동안 전공과 사회과학서적과 시사관련, 생태 관련 책만 읽던 내가 달라진 것이다.

그 중 하나가 치유, 상처, 내면, 신앙, 심리학, 대화 등의 단어가 들어간 책들이다. 내가 아팠고, 또 그 아픔이 단순히 육체적인 아픔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작년 그러니까 2008년 초 무렵 제주에 있는 바오로 서점에 들렸다가 그냥 집어든 책으로 기억한다. 제목이 다가왔다. 솔직히 말하지면 그 책을 사던 날 아침, 애들 엄마가 애들에게 엄청 상처를 주는 게 아닌가 하는 행동을 봤던 것이 직접적인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근데, 암튼 우리 가족은 지난 2년 동안 너무도 달라졌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애정의 폭이 훨씬 커졌다. 우선 나부터가 집안에서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진 것만으로도 물리적 변화를 볼 수 있다. 공 들인 만큼 변화가 있다.

 

어쨌거나 그 때 사두었던 책을 잡았다. 근데 내 관심이 많이 떠난 탓인지, 아니면 아직도 철이 없어서인지, 책이 팍 꽂히지는 않았다. 그냥 '다 좋은 말이네. 그럼 그럼 애들 입장에서 이해해 주어야지' 이런 생각 정도였다. 나의 책읽기 준비 부족이다.

 

고통은 사람을 성숙시킨다는 것. 의미 없는 고통은 없다는 것. 익히 들었고 내가 직접 체험해던 일이다. 물론 앞으로도 겪을 고통을 생각하면 자신감이 없어지긴 한다.

그래도 좋은 말들이다.  그 중 한 구절만 옮긴다.

 애들이 좋은 일을 했을 때는 '언제나' '누구에게나' 라는 표현을 집어 넣어서 말한다. 그러나 부정적인말을 해야 할 때에는 그와 정 반대여야 한다. '지금' 너는 기분이 좋지 않구나 라는 식으로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너는 늘 이 모양'이라는 표현을 쓰면 안 된다고 한다.

쉽게 지나치기 쉬운, 일상 속에서 자주 발견되는 상황이다.

 

그 외에도 어떤 상황을 직접적으로 나무라지 말고, 그에 대한 부모의 감정을 이야기 하라고 한다. '방을 어지럽혀 놓으니까 이 엄마는 마음이 불편하다'라고. 들었던 이야기지만 다시 강화한다.

 

이런 책은 머리보다 가슴과 몸으로 읽어야 하는데, 나는 그게 잘 안 된다.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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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기경 김수환 이야기
평화신문 엮음 / 평화방송.평화신문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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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 구술, 평화신문 엮음, <추기경 김수환 이야기>, 평화방송.

 

작년(2008년) 평화신문 구독자 모집의 일환으로 우리 신제주성당에 어떤 분이 오셨다. 그때 나는 평화신문 구독신청을 했다. 도움이 되는 신문이다. 근데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김수환 추기경님 일대기를 다룬 책이 있다며 권했다.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아마 조용귀 목사 책이 나왔다고 하면 순복음교회 모든 신도가 다 그 책을 구입할 것이다"라고 했다. 그 말 때문이다. 그 말 때문에 의무감에서 샀다. 그리곤 책장에 꽂아 두었다.

 

얼마 전 그 김수환 추기경님이 선종하셨다. 선종 소식을 들은 건 월요일 성경공부가 끝나갈 무렵이다. 교구청에 근무하시는 분이 강우일 주교님이 서둘러 서울로 가셨는데, 추기경님이 위독하시다는 소식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이 책을 한 번 읽어야겠다 싶었다. 읽고 나서 한 마디로 느낌을 적으면,

"이렇게 좋은 책을 책장에 꽂아만 두었다니"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듯, 추기경님의 훌륭함을 그리고 이 책의 뛰어남을 몰랐다.

 

김수환 추기경님, 내가 고등학교 시절 이시돌에 피정 갔을 때 직접 뵌 적이 있었다. 그때는 신학교 진학해서 신부가 될까, 아니면 나중에 평범하게 가정을 꾸리고 살까 하던 시절이다. 마침 내가 어느 신성여고 학생을 좋아하게 될 무렵이라 나는 후자를 택했다. 그런 시절에 그분을 직접 뵈었을 뿐, 나머지는 사진 속에서 뵌 분이다.

 

대학 시절, 그 전까지만해도 사회적 발언을 많이 하셨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인가 그게 줄었다. 주위에서는 이상한 루머도 있었다. 가톨릭의 부패 때문에 추기경님이 발목잡히셔서 그렇다는 둥.

물론 나는 그때 신앙을 버리고 살 때여서, 가톨릭이 더 강한 사회적 발언을 해주시지 않는 것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을 뿐, 다른 생각은 없이 살았다.

 

근데 이 책을 읽으니 추기경님의 고뇌를 눈앞에서 보는 것 같았다. 교회의 분열을 막기 위해 노력하시는 모습, 과격하지 않고 보수적인듯 하면서도 항상 민주화 운동의 결정적인 대목에서는 필요한 발언을 잊지 않으셨던 분. 그 분의 이야길 읽었다.

 

어린 시절부터 사목에서 물러선 뒤의 일까지. 근데 그 분도 나처럼 결혼해서 평범한 삶을 살고 싶었노라고 한다. 나와 다른 분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어떤 깜짝 놀랄 신비적 체험도 없었다고 한다. 성령기도회에 가면 그렇게 많은 기적들과 증언들이 쏟아지는데, 추기경님은 그런 적이 없었다고 한다.

"위대는 평범이외다"

중학교 국어 시간에 읽었던 구절이 여기서 떠오른다. 정말 튀는 구석이라곤 전혀 없으신 분이다. 그런데도 한국 가톨릭을, 뿐만 아니라 사회를 이끌어 오신 분이다. 너무도 평범했기에, 나와 다름이 없는 분이시기에 편안하게 그분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가 그렇게 평범하게 다가왔던 것은 그분의 겸손 때문일 것이다. 항상 낮은 곳을 지향하고, 항상 자신의 죄인임을, 비겁한 사람임을 고백하는 대목에서 절로 머리가 숙여졌다. 사실 그분이 왜 대단한 구석이 없겠는가. 어찌 비범함이 없겠는가. 그런데도 그분은 그런 티를 전혀 내지 않으신다.

 

내가 본받을 많은 점들, 그 중에서도 특히 남의 시선을 너무 의식하면서 뭔가 잘 난 사람이 되고자 하는 어리석은 모습들. 추기경님의 선종 소식과 함께 나를 돌아볼 기회를 준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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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을 바꾼 칭찬 한마디
김홍신 외 31인 지음 / 21세기북스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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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신 외 31인, <내 삶을 바꾼 칭찬 한마디>, 21세기북스, 2008.

 

이런 책 기획 의도는 뻔하다. 그리고 대부분 무난히 경영 성과를 이룬다. 소위 자기 계발서. 어려운 시기 삶에 힘을 주는 책이다. 이 책만 해도 초판은 2004년인데 벌써 2008년에 14쇄다.

뻔한 책인 줄 알면서 샀다. 실용적 이유 때문이다. 직장에서 올해도 맡은 일이 인성교육이다. 그 중 하나가 칭찬의 날 운영인데, 좋은 취지와는 달리 시들해져 있다. 어찌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면서 이런 종류의 책을 많이 사고 읽는다. 이 책보다 더 뻔한, 그러면서도 대히트작이었던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역시 사서 봤다. 별 내용 없다. 단 한 줄이면 끝날 책이다. 칭찬하면 힘을 받아 일을 잘하게 된다는 것. 너무도 뻔하고 단순한 이야기다. 그래도 잘 팔린다.

이건 무얼 말하나? 우리 사회가 그 만큼 칭찬에 굶주려 있다는 이야기, 칭찬이 너무도 필요한 사회라는 이야길 것이다.

그래서 우리 학교에서도 칭찬 생활화를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김홍신 외 31명, 박지성도 있고, 최불암도 있다. 섬진강의 김용택 시인도 있고. 다들 좋은 말들 하셨다. 그리고 결론적 공통점은 칭찬은 보약이라는 것이다. 돈도 안 드는 보약. 그렇담, 애들에게, 동료 교사들에게 칭찬 정말 많이 해야 되겠다.

물론 안다. 근데 그게 잘 안 된다. 습관이 안 되어서 그렇다. 또한 쉽게 칭찬하면 사람이 너무 가벼워 보일 염려도 있다. 그래도 해야 한다. 진실된 마음을 담아서.

이 책의 주인공 중 특히 눈길을 끌었던 이는 환경음악가라는 이기영 교수다. 음대 교수가 아니다. 자연과학부 교수인데도 환경음악을 한다. 예전에 한겨레신문에서 봤던 것 같다. 다시 보니 반갑다. 저렇게 산다면 참 좋겠다 싶어 부럽기도 했다.

또 하나, 부부가 두 달 동안 하루 한 번 이상 칭찬하는 숙제를 내는 프로그램. 괜찮을 것 같다. 평소엔 그렇게 칭찬할 게 없어 보여도 이런 프로그램에 들어가서 보면 칭찬 거리가 많다고 한다. <칭찬 일기>를 쓰게 하는 것도 좋긴 하겠다.

 

암튼 좋은 책인 줄은 알겠는데, 더 이상 쓸 말은 없다. 다만 금요일마다 있는 칭찬합시다 캠페인에 몇 번 써먹을 소재를 잘 골라내면 본전은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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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맛 좀 볼래! - 특성화 대안학교 양업고 성공 교육기 그 10년 동안의 생생한 기록
윤병훈 지음 / 다밋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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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훈 신부, <너 맛 좀 볼래!>, 다밋, 2008.

 

대안 교육에 관심을 가진 것, 벌써 10년은 넘었다. 하지만, 항상 머리에서만 맴돌 뿐, 그대로 주저 앉았다. 예전에 돈이 없어서 못할 것 같았는데, 이제는 다른 이유다. 내가 그런 일 할 만한 재목이 못됨을 알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엔 건강이 허락하지 않아서 어쩌지도 못한다.

 

그런데 애가 커가니, 내가 대안 교육을 하지는 않더라도, 애만큼이라도 제도권 학교에서 빼내어야 함을 생각한다. 지금 한국의 제도 교육은 교육이 아니다. 창의성을 말살하고, 인성 교육은 전혀 없고, 그저 점수 많이 따서 서울대 가는 것만이 목적이 되었다.

 

그래서 이리 저리 대안학교를 둘러본다. 지난 겨울엔 석주가 있는 제천 간디학교엘 다녀왔다. 두 가지 목적이었다. 늦게나마 내가 대안교육으리 해 볼까, 여기 제주도에서 하는 생각과 다른 하나는 우리 딸들을 나중에 어느 대안학교에 보낼까 하는 궁리 때문이다.

 

한국에 대안학교가 많아졌다. 물론 아직도 부족하긴 하다. 작년 평균 대안학교 지원 경쟁율이 4:1이었다고 하니. 그래서 나 역시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거기다가 요즘은 대안교육도 교육이지만, 그 속에 신앙이 있어야 함을 절절하게 느낀다. 청소년기에 신앙교육이 되지 않으면 인생이 상당히 팍팍해진다. 삶의 의미를 제대로 가르쳐주는 신앙 교육이 들어간 대안 교육, 그걸 하고 싶고, 그런 교육을 우리 애들이 받게 하고 싶다.

 

그러던 중 가톨릭에서도 대안학교를 운영하는 곳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양업고등학교. 청주 쪽에 있나보다. 윤병훈 베드로 신부님이 10년 전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근데 소문을 들으니 말이 가톨릭 대안학교이지, 제도권 교육 탈락자들을 모아 놓은 곳이라고 한다. 이상한 말로 해서 문제아들 모아 놓은 곳이라는 것이다.

 

이건 아닌에, 우리 딸들을 그곳에 보낼 순 없는데, 그러면서도 이 책을 사서 읽었다. 읽어보니 10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시작은 그랬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이 학교가 많이 탈대안학교가 된 것 같다. 반가우면서도 아쉽다. 반가운 것은 그만큼 내외적으로 정돈이 되었다는 것, 그래서 안심하고 애를 맡길만 하다는 것, 그러면서도 아쉬운 것은 초창기 같은 정열이나 도전정신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 그래도 솔직히 대한민국에서 여기 말고 애를 맡길 곳이 있나 싶다. 왜냐하면 신앙교육이 있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새벽 미사가 있다고 한다. 이것만 있어도 어디인가 싶다.

 

물론 선택은 내 딸들이 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가급적 권하고 싶다. 이 학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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