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은 마음에 남아 - 매일 그림 같은 순간이 옵니다
김수정 지음 / 아트북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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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지옥같을 때마다 <그림에, 마음을 놓다>라는 책을 읽었다. 살 수록 마음 지옥이 작아질 줄 알았는데 ... 지옥의 평수와 깊이는 점점 그 세를 확장해 나간다. 그래서 비슷한 책 몇개를 더 들였다. 그림으로 지옥을 다독여 본다.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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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간절한 인간의 삶에 사랑의 ‘타이밍‘이 어쩌면 그리 잔인한지 모르겠다.

어찌 예술가뿐일까. 수많은 사람들이 타이밍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놓치고, 타이밍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큰 상처를 준다. 사랑의 약속은 삶의 흐름 앞에서 허무하다. 삶의 굴곡 아래서 사랑의 약속은희미해지기도 하고 사랑의 마음은 닳아버리기도 한다. - P226

향기가 기억을 가져오는 현상을 ‘프루스트 현상‘이라고 하는데, 내게 주홍색은 역으로 후각을 작동시킬정도의 이미지 컬러가 되었다. - P242

올해의 막바지에도 감귤과 함께하는 우연이 놀라운 추억을 만들고 그리움을 부르기를, 물론 꼭 감귤이 아니어도 괜찮다.
누군가는 그윽한 핫초콜릿, 쓰디쓴 커피 한 잔으로 짙은 그리움을 껴안을 것이다.

그리움은 조금 아프지만 꽤나 멋진 것이기에 추운 겨울날 다시금 그리워할 것을 얼마든지 만들어도 좋다.

그리움이란 때로 눈물겹도록 생생하다. 어떤 그리움에서는 향기까지 난다. 언제나 잔향은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아련하여아름답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가는 선물은 끝내, 그리움이다. - P243

놀라운 화가의 그림을 보면 나의 눈과 그의 눈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다. 재능과 노력은 다른 영역에 있고, 세상에 재능만큼 잔인한 것이없다. 현실의 내 재능은 부족해 슬프지만 한편으로 그의 눈을 빌려서라도 세상을 보고 싶다.

(이 열망이 나를 지탱한다.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1926는 내게 그런 작가 중 한 명이다.) - P245

참 이상하다. 누구나 다정을 바라고 누구나 애정이 필요한데, 꼭 필요한 타이밍에 애정은 찾아오지 않는다.

따뜻함이 아쉬울 때 끌어안을 대상은 자본이 먼저 알아본다. 감촉 좋은 극세사 이불이나 융털 수면바지, 밍크 천 인형은 늘 잘 팔리고, 펫 카페는 나날이 성행한다. - P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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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없는 인생에서 답을 찾아보려고 허우적거리는 몸짓이 인간의 슬픔이다.

답 없는 몸짓은 말 못할 슬픔을 부른다. 죽음처럼 슬픈 케테콜비츠Kathe Kollwitz, 1867~1945의 청동 작품 「애통, 자소상」을 보라. - P101

한 사람, 간신히 얼굴을 가려내는 손이 아프다. 눈물을 쏟고 싶지 않아서비명을 지르고 싶지 않아서, 얼굴을 가려 막아보려는 허우적거림이다. 눈물이 범벅된 얼굴이 차라리 낫겠다.

슬픔마저도 마음 놓고 드러낼 수 없는처절함이라니. 도무지 못 견디겠다. - P103

케테 콜비츠는 제1차세계대전에 참전한 아들을 잃었다. 콜비츠의둘째 아들 페터는 18세의 나이로 전사했고, 죽은 아들의 이름을 물려받은손자 페터도 28년 후 제2차세계대전으로 인해 전사했다. 전쟁이라는 이유로 잔인하게 아들을 잃은 후, 분신처럼 사랑하던 손자까지 허망하게 잃어야 했다는 것은 어미에게 끔찍한 일이다. 남편 역시 집에 떨어진 포탄으로 목숨을 잃었으니, 그녀가 전쟁과 맞설 때 어떤 마음이었겠는가. 생각만해도 억장이 무너진다.


결국 항상 우는 것은 여자다. 긴 역사를 통틀어 전쟁은 늘 여자를 울렸다. 남자는 전쟁을 일으키고 남자를 데려가고 전장에서 사망해버리지만, 그들을 보내고 가슴을 졸여야 하는 쪽은 여자였으며, 남은 어린것들을 먹이려 험한 날들을 버텨야 하는 이도 여자였다. 적군의 파렴치한 노략에희생당해야 하는 이도 여자였고, 전사한 남자를 가슴에 품고 오열하는 이도 끝내 여자였다.
케테 콜비츠도 그런 여자였다.

그리고 그녀는 예술가였다. 울지만은않았다. 언젠가는 말라버릴 눈물보다 더 오래갈 것을 남겨야만 했다. 이끔찍한 비극을 세상에 알려야 했다. 고통이 콜비츠를 움직였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고서는 살 수가 없었다. 화가는 검은 눈물을 기록한다. 찢어지는 애통을 깊은 검정으로 절제한 그림과 판화, 떨리는 손자국이 확연한 소조가 화가의 탄식 같은 작품이다. - P104

슬픔은 거대한 것이다. 감히 평가할 수 없는 크기이며, 감히 참견할수 없는 깊이이며, 감히 조언할 수 없는 복잡함이며, 감히 직면하기 두려운 세상의 불합리함이다.

누군가의 슬픔에 참견하지 않는 것, 그 슬픔 곁에 그저 머무는 것, 그의 슬픔을 존중하는 것만이 한낱 인간이 할 수 있는최선이다.

(슬픔의 깊이가 끝없다는 것을 알수록 어른이 된다. 깊고 얕은 슬픔을 두루 겪어온 나는 이제 조금 어른의 모양새를 갖춰간다. 이제 누군가의슬픔에 "힘내!" 혹은 "힘내세요" 라고 섣불리 말할 수가 없다.)

자신의 슬픔을 알리고 싶은 사람은 하나도 없다. 힘을 낼 만한 기력이 남았다면 슬픔을 분명 감출 수 있었을 터, 숨길 여력이 있다면 슬픔이 드러나지도 않을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 P162

사람의 마음이 모이면 권력이 된다.

(권력에는 돈도 따라온다. 밀레이는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부를 얻었으며 사회적 지위도 얻었다.
「나의 첫 설교」와 「나의 두번째 설교」 연작은 밀레이의 그림 중에서도 특별한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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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마음먹기 달렸어"라고 말하는 사람을 나는 힘겨워한다. 그는 알지 못한다. 자신이 크게 운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마음과 노력과 상황이 같은 타이밍에 같은 방향으로 흐르는 행운은 모두에게 주어지지 않는다.

강하고 약함을 구분 짓는 이는 ‘현재‘ 강한 사람들이다.

삶의 무차별공격에 정통으로 맞으면 그 누구라도 속수무책, 무너지는 게 당연하다.

어떤 사람은 결코 알지 못한다. 바닥에 나뒹군 채로 간신히 숨만 쉬는 게 오늘 하루의 최선인 사람도 있다는 것을.

삶은 언제나 인간 위에 있다. 거대한 삶이 몸을 부풀려 내려오면 작은 인간은 쉽게 감당치 못한다. 무게를 지탱하는 노동이 버거워서 비명도 못지르는 순간이 온다. 이때 감사하려는 억지는 감정 노동일 뿐이다. 감사하라는 강요는 폭력일 수도 있다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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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으로부터,
정세랑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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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만약 당신이 어떤 일에 뛰어난 것 같은데 얼마 동안해보니 질린다면, 그 일은 하지 않는 것이 낫다. 당장 뛰어난 것같지는 않지만 하고 하고 또 해도 질리지 않는다면, 그것은 시도해볼 만하다.
-『어쩌다보니 마지막으로 남은 사람』(2002)에서 - P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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