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간절한 인간의 삶에 사랑의 ‘타이밍‘이 어쩌면 그리 잔인한지 모르겠다.
어찌 예술가뿐일까. 수많은 사람들이 타이밍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놓치고, 타이밍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큰 상처를 준다. 사랑의 약속은 삶의 흐름 앞에서 허무하다. 삶의 굴곡 아래서 사랑의 약속은희미해지기도 하고 사랑의 마음은 닳아버리기도 한다. - P226
향기가 기억을 가져오는 현상을 ‘프루스트 현상‘이라고 하는데, 내게 주홍색은 역으로 후각을 작동시킬정도의 이미지 컬러가 되었다. - P242
올해의 막바지에도 감귤과 함께하는 우연이 놀라운 추억을 만들고 그리움을 부르기를, 물론 꼭 감귤이 아니어도 괜찮다. 누군가는 그윽한 핫초콜릿, 쓰디쓴 커피 한 잔으로 짙은 그리움을 껴안을 것이다.
그리움은 조금 아프지만 꽤나 멋진 것이기에 추운 겨울날 다시금 그리워할 것을 얼마든지 만들어도 좋다.
그리움이란 때로 눈물겹도록 생생하다. 어떤 그리움에서는 향기까지 난다. 언제나 잔향은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아련하여아름답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가는 선물은 끝내, 그리움이다. - P243
놀라운 화가의 그림을 보면 나의 눈과 그의 눈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다. 재능과 노력은 다른 영역에 있고, 세상에 재능만큼 잔인한 것이없다. 현실의 내 재능은 부족해 슬프지만 한편으로 그의 눈을 빌려서라도 세상을 보고 싶다.
(이 열망이 나를 지탱한다.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1926는 내게 그런 작가 중 한 명이다.) - P245
참 이상하다. 누구나 다정을 바라고 누구나 애정이 필요한데, 꼭 필요한 타이밍에 애정은 찾아오지 않는다.
따뜻함이 아쉬울 때 끌어안을 대상은 자본이 먼저 알아본다. 감촉 좋은 극세사 이불이나 융털 수면바지, 밍크 천 인형은 늘 잘 팔리고, 펫 카페는 나날이 성행한다. - P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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