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크리에이티브 전략 - 100전 99승
톰 앨스틸 지음, 김병희 옮김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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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꺼운 책 전체를 가득 흡수하고 있는 현실적인 광고계의 모습은 조금이나마 광고회사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던 나의 가슴에 축축이 내려앉았다. 이 책은 단순히 광고인이 되기 위해 준비해야할 과정이나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광고인 그 자체의 모습을 보여준다. 수많은 광고사진과 ‘광고전쟁 이야기’를 통해 실감나는 광고시장을 느끼게 해주고 이 책을 접하기 전 머릿속에 있었던 어떤 착각들을 (예를 들면 ‘카피라이터가 글만 잘 쓰면 되지’ 와 같은 생각들)한 순간에 씻어 내리는 경험 또한 느낄 수 있게 한다. 그런 느낌들이 만들어 낸 결과로 광고 제작과정이 각자의 역할 분담이 아니라 협력이며, 그 말은 곧 내 분야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다방면에 두루 능통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자의 마음과 머릿속에 깊숙이 각인되고자 하는 광고. 인식의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는 이러한 광고를 사람들에게 좀 더 밀착시키기 위한 광고인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은 분명 상상이상이었다.

 
카피라이터로서의 인생: 가능할 수도 있다. 책을 덮은 지 꽤 지난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는 문장이다. 자신의 꿈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이 없으면 영화 속에 비춰지는 허황된 모습에 유혹받지 말라는 강한 경고인걸까. 물론 모든 것은 스스로 하기에 달려있다는 것을 저렇게 표현한 것이 틀림없다. 저자는 이 짧은 한 문장을 쓰기위해 얼만 큼 고민을 했을까? 앞으로 누군가가 나에게 진로상담을 해온다면 나의 대답은 저 짧지만 깊은 한 문장이 될 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2007년 화제를 모았던 이동통신 SHOW의 범국민적 캠페인 광고를 잊을 수 없다. 캠페인의 1차적 목적인 브랜드를 지원하고 기업의 긍정적인 이미지형성 뿐만 아니라 국민의식개선에도 힘쓰기 때문에 의미 있고 기억에 남는 광고가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사람들의 공감을 살 수 있고 마음속에 깊이 무언가가 남을 수 있는 광고가 있다면 이 광고를 보고 상술이라고 말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지만 광고는 예술, 학문, 상술 그 어떤 요소에도 다 포함된다. 다만 각자의 기준대로 광고를 이해하는 것은 개인적인 가치에 의해 달라지기 때문에 소비자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다. 여기서 판단의 원인을 제공하고 실마리 또한 던져주는 것은 광고인들의 몫이다. 덧붙여 굳이 광고를 여러 요소로 분류하는 것은 별 의미 없는 일이지만 ‘광고란 내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설득시켜 최종적으로 구매에 이르게 하는 고도의 심리전’이라는 것을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 


 광고인의 필수 요소인 창의성. 내가 가끔 어떤 것을 보고 느낀 궁금한 것들을 친구들에게 말하면 왜 그런 생각을 하냐, 그런 게 도대체 왜 궁금하냐는 식으로 말문을 닫아버리는 일이 대부분이다. 생각의 끈을 끊어버린 그 친구들에게 나는 이렇게 되묻는다. 넌 왜 그런 게 궁금하지 않냐, 한 번도 그런 것이 궁금했던 적이 없었느냐고. 틀에 박힌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늘 보던 대로의 세상만을 기억하면서 재해석의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아무리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이라도 눈에 보이는 것은 다 무언가를 생각하게 만들고, 그 정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은 휴대폰을 한 번 열어 보는 정도의 시간만큼이나 짧은데 말이다.

 

 1승 정도는 실패할 수 있다는 생각에 확신이 들지 않아 100전99승이라는 제목을 붙였다면 상당히 실망이지만 이 책을 접하는 독자 중 한 명이라도 나머지 1승을 채우려는 야욕에 불타오르게 한다면 효과적인 제목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그런 시각에서라면 마치 수능 필승 전략 족집게 문제집을 받은 기분으로 광고인의 삶을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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