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페스트 - 문예 세계문학선 096 문예 세계문학선 96
알베르 카뮈 지음, 이휘영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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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어둠 속에서라는 진리를 체험으로 얻었던 그는 자신을 둘러싼 어둠을 응시하며 악마를 쫓아버리기나 하듯 그런 작품을 쓴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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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래도 그는 이 기록이 결정적인 승리의 기록일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기록은 다만 공포와 그 공포가 가지고 있는 악착같은 무기에 대항해 수행해나가야 했던 것, 그리고 성인이 될 수도 없고 재화를 받아들일 수도 없기에 역시 의사가 되려고 노력하는 모든 사람이 그들의 개인적인 고통에도 아랑곳없이 아직도 수행해나가야 할 것에 대한 증언이 될 수는 있으리라.

시내에서 올라오는 경쾌한 환호성을 들으면서 리외는 그러한 기쁨이 항상 위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했다. 왜냐하면 그는 그 기쁨에 들떠 있는 군중이 모르고 있는 사실, 즉 페스트균은 결코 죽거나 사라지지 않으며 몇십 년간 가구나 속옷들 사이에서 잠자고 있을 수가 있고, 방이나 지하실이나 트렁크나 손수건이나 헌 종이 같은 것들 틈에서 꾸준히 살아남아 아마도 언젠가는 인간들에게 교훈을 일러주기 위해서 또다시 저 쥐들을 흔들어 깨워 가지고 어떤 행복한 도시로 그것들을 몰아넣어 거기서 죽게 할 날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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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권리다. 하지만 계속해서 행복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행동은 인간에게 독이 된다. 점점 더 많은 마약을 복용하기 위해 끊임없이 레버를 누르는 실험실의 쥐와 마찬가지로, 계속해서 행복해지려는 사람은 결국 그 때문에 죽음에 이를 수 있다. 행복한 상태를 유지하는 데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결국 행복해지는 데 계속해서 에너지를 소비하는 바람에 우리는 더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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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번 유행병에서 배운 거라곤 하나도 없고, 있다면 여러분 틈에 끼어 그 병과 싸워야 한다는 걸 배웠을 뿐입니다. 내가 확실히 알고 있는 것은(그렇습니다, 리외, 아시다시피 나는 인생 만사를 알고 있지요) 사람은 제각기 자신 속에 페스트를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면 세상에서 그 누구도 그 피해를 입지 않은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늘 스스로를 살피고 있어야지, 자칫 방심하다간 남의 얼굴에 입김을 뿜어서 병독을 옮겨주고 맙니다. 자연스러운 것, 그것은 병균입니다. 그 밖의 것, 즉 건강, 완전함, 순결성 등은 결코 멈춰서는 안 될 의지의 소산입니다.

나는 인간의 모든 불행은 그들이 정확한 언어를 쓰지 않는 데서 온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정확하게 말하고 행동함으로써 정도를 걸어가기로 결정했습니다. 따라서 나는 재화와 희생자가 있다고 말할 뿐 그 이상은 더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비록 내 자신이 재화가 되는 일이 있다 할지라도 나는 그것에 동조하지 않을 겁니다. 나는 차라리 죄 없는 살인자가 되길 바랍니다. 보시다시피 그리 큰 야심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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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이해했으리라 생각하지만, 이것은 결국 그들이 가진 가장 개인적인 것을 단념했다는 뜻이다. 페스트의 초기에 그들은 남이 보면 하등의 존재 가치가 없지만 자신들에게는 대단히도 중요한 자질구레한 일들이 너무나 많은 데 놀랐고, 거기에서 개인 생활이라는 것을 체험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와 반대로 남들이 흥미를 갖는 것밖에는 흥미를 갖지 않고 일반적인 관념만을 갖게 되었으며, 그들의 사랑조차도 그들 눈에는 가장 추상적인 모습을 띠게 되었다. 그들은 이제 잘 때나 이따금씩 희망을 갖게 되었고, ‘그놈의 멍울, 이젠 좀 끝장이 났으면!’ 하고 생각할 정도로 페스트에 매인 몸이 되었다. 그러나 실제로 그들은 이미 잠들어 있었으며, 이 기간 전부가 하나의 긴 잠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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