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다스리는 사람,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 / 완보완심>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완보완심 緩步緩心 - 느리지만 꾸준한 걸음으로 느리지만 따뜻한 마음으로
김경집 지음 / 나무수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느림에 관한 책들이 많이 나오지만 요즘은 그런 책들에 잘 손이 가지 않는다. 신자유주의를 들먹이지 않아도, 정신 없이 살아가야 하루를 마감할 수 있는 다이내믹 코리아가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의 특징이 아니던가.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말이 정신없이 '빨리빨리'를 외치면서 살아가야 하는 우리나라와 다른 분위기를 체험하고 돌아온 것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말한다. 

느림의 미학을 모르는바 아니다. 느림의 소중함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느리게 삶을 음미하고 삶의 매 순간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를 모르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어디 그렇게 살 수 있게 세상을 만들어 놓고 그렇게 살아보라고 하라. 이 세상의 문법은 느림은 게으름이고, 게으름은 낙오라고 말한다.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게 사다리를 치워버리기 전에 사다리를 올라가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느리게 살아라는 것은 두 부류의 사람들 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이미 사다리 위쪽에 있는 사람들. 그래서 느긋하게 세상을 바라볼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그 첫째다. 두번째 부류의 사람들은 사다리의 아래에 머물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치열하게 싸워서 사다리를 올라가기를 그만 둔 사람들. 그래서 자신의 느긋한 삶을 즐기면서 사다리 위의 사람들과 비교하거나 그들과 같아지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모든 것을 너무 극단적으로 보지 말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 세상의 모든 비정치적인 행위들이 결국은 정치적인 의미를 함의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는 것이 사실아닌가. 나는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투표를 기권하는 것은 그 나름의 정치적 행위가 아니던가. 느리게 살아간다는 것도 역시 정치 경제적 의미가 있음에 틀림이 없다. 

그런데. 내가 동원할 수 있는 그 모든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참 매력적이다. 평화롭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세상의 모습이 달라보인다. 느리게 가는 사람이 멀리 가는거 같고, 서두르지 않는 사람이 더 빨리 갈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혹 느린 것이 더 빠른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느리게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이란 말인가. 

각박한 세상에서, 혹은 나 스스로가 각박하다고 규정한 세상에서, 홀로 외로움에 떨면서 지내던 아픈 마음에. 이 책은 큰 위로가 되는 책이다. 홀로 외로이 달려가다 쉬고 싶을때, 지쳐서 약간의 위로가 필요할때. 이 책의 고운 말들을 읽으면서 위로를 얻을수 있을 것 같다. 느리게 가는 것이 진정 빠른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내 고된 발길에 위로가 되는 것은 틀림없을것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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