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 영화 - 배혜경의 농밀한 영화읽기 51
배혜경 지음 / 세종출판사(이길안) / 2017년 11월
평점 :
품절


52편의 영화와 51편의 리뷰. 한 영화가 평균 2시간이라고 생각했을 때, 100시간이 넘게 영화를 보고 또 그만큼 생각하며 이 글을 썼을 것이다. 무려 200여 시간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오랜 시간 깊은 생각으로 태어난 책 한 권을 나는 너무도 쉽게, 그것도 재밌게 읽었다.


정말 신기했던 건 이 책 안에 나온 51편 영화가 내 취향에 안 맞는 것도 있을 만 한데 단 한 편도 그런 영화가 없었다. 절반 정도는 내가 일부러 찾아 본 영화였다. 마지막 부분에 나온 실비아라는 영화는 강렬한 리뷰 때문에 한참 실비라 플레어에 빠져 그녀 삶에 들어가 한 오랜 시간 우울한 감정을 공유했다.


저자가 쓴 글 또한 걸리지 않고 내 마음에 그대로 담겨졌다. 한 문장 한 문장 저자를 통과한 영화는 또 다른 작품이 되어 종이에 차분히 내려앉았다. 이미 봤던 영화조차도 작가가 쓴 리뷰를 읽으며 내가 얼마나 가볍게 영화를 대했는지 반성하게 만들었다. 지루한 예술 영화라고만 생각했던 그 영화가 이렇게 보면 달라진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발견했다.


나도 사실 영화 리뷰를 재밌게 쓰고 싶었다. 특히 책과 함께 영화를 같이 묶어 조화를 이룬 글을 생각했다. 마음처럼 쉽게 써지지 않았다. 글 솜씨의 부재일까, 생각 깊이 문제일까. 저자는 얄밉게도 영화를 통해 책을 끌어내고 또 책과 영화가 조화되어 하나가 되는 일을 쉽게 해냈다. 물론 쉽진 않았겠지만 재밌게 읽는 독자는 그렇게 느껴진다. 한 영화에 빠져있으면 또 다시 읽고 싶은 책이 몇 권 쌓이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런 책에서도 살짝 아쉬운 면이 보인다. 글이 아닌 책 편집에 따른 문제다. 나는 자전거 타는 소년을 이미 봤다. 자세한 내용은 기억이 안 나지만 소년이 자전거를 타며 씩씩하게 집에 가는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린 그 때 감정만은 아직도 그대로 품고 있다. 이미 본 영화라는 오만함 때문이었을까? 글과 내 기억이 뒤섞이며 글이 잘 읽히지 않았다. 어떤 영화였는지도 저자가 어떤 부분을 설명하는 건지도 몰라 내 눈은 허공에서 움직였다. 각 영화마다 앞부분에 간단한 줄거리를 쓰고 본문으로 들어갔다면 좀 더 쉽게 글에 빠져들 수 있었을 텐데 살짝 아쉬웠다.


취향이 같은 친구를 만난다는 건 쉽지 않다. 글을 읽으며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느낄 정도인 작가를 만나는 것도 쉽지 않다. 글 한 문장 한 문장이 걸리지 않고 힘이 들어갔다 느껴지지 않는다. 참 진솔하고도 심오하다. 이 분이 쓰셨다는 예전 에세이 책도 구입해 읽어야 겠다. 좋은 책을 만난 것 같아 이 책을 들고 있던 한 달이 참으로 행복했다. 아마 이 즐거움은 저자가 본 영화를 한 편씩 따라 보며 계속될 것이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8-04-24 1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24 1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24 14: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05 0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05 09:5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