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고도 달콤한 성차별
다시 로크먼 지음, 정지호 옮김 / 푸른숲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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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다 잘해야 하는 여자와

한 가지만 잘해도 되는 남자의 탄생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제목도 끌렸지만 부제목에 더욱 끌렸다. 요즘 아는 동생이 워킹맘으로 가정과 회사에서 고군분투하면서 제일 힘든 건 '남편의 잔소리와 불평, 불만'이라고 하소연을 했는데 동생을 위로하며 나도 오랜시간 동안 구분되지 않은 역할분담으로 힘들었던 것이 생각나서 함께 '어쩜 그러니 참 힘들겠다. 남편이 너무 했네.' 맞장구를 치면서 가부장 남편과의 결혼생활은 마냥 전통적인 습속이라고 여길 만한 정말 단순한 문제가 아니구나 느끼며 보다 구조적, 사회적인 관점에서 문제점을 헤집어보고 변화방향을 모색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수전 팔루디의 책 <<백래시>>란 책을 인용하며 "많은 여성들이 불의를 공격하는 대신 거기에 적응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하며 이제는 적응을 멈출 때가 됐다고, 진부한 잘못된 인식과 편안히 사느니 차라리 명백한 진실을 안고 불편하게 사는 게 낫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가 왔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우리가 모든 성차별주의를 노골적으로 적대시하기 시작해야 저항이 생기고 불평등한 가정을 정당화하는 일을 종식시킬 수 있다(P365)"는 문장이 와 닿았다.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중간 중간 문장들이 내가 쓴 것 같단 느낌이었다. 책 속에 주말 내내 식탁 구석에 붙박이처럼 앉아 폰질만 한 남편의 모습도 보이고 일하면서 내 육아노동은 줄지 않았다는 사실을 나타내는 문장이 보이고, 특히 남편은 돈벌어 오니 아무일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 결혼 후 아이가 생겨도 남편의 우선순위는 변하지 않는다는 말. 이 모든 것 성차별이 구조적인 문제라고 하였다.


  직장에선 당연히 직원이 집에서 의식주의 돌봄을 받고 올거라 생각하는 자본주의의 떠받듦의 문제와 얼마전 '정아은 작가님'의 강의, '자본주의사회에서의 역할분업'에 대한 문제도 생각났다. 작가님 강의에서 '남자가 더 여자보다 더 벌여야 한다는 생각, 여자는 버는 것 외에 모두 자신의 책임이라 인식하는 것, 다른 측면에서 비혼자는 가정을 이루지 못했다는 부담감 등이 가족 이데올로기의 핵심이며 먹고, 자고, 교육하는 모든 책임을 자본주의사회는 '가족'에게 지우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했는데 그런 차원에서 비슷한 결의 책이란 생각이 들어 흥미있게 읽었다.







  책의 저자는 미국의 임상심리학자이자 저널리스트로, 약 20년간 성인과 부부를 대상으로 상담해왔다. 여러 매체에 페미니즘, 성차별, 부부관계에 관한 글을 기고하고 있다. 그녀의 두 번째 책<<은밀하고도 달콤한 성차별>>에서는 "왜 남자들은 일을 더 하지 않는가?" "평등주의자인 남녀는 왜 가정에서 불평등한 관계를 유지하는가?"의 근원을 추적하기 위해 100명의 엄마들을 인터뷰하고 가정에서의 성차별 실상을 파헤치기위해 생물학, 신경과학의 최신 연구 사례를 수집해 편견과 과학의 오류를 짚어냈다.

  얼마전에 본 영화 <벌새>의 감독님이 쓰신 추천사와 엊그제 김신식작가를 통해 알게된 <<모멸감>>의 저자, 김찬호작가의 추천사를 먼저 읽어보는 것도 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가늠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 마음에 남는 글귀 >


페이지 12

가사노동 분담은 마치 언제라도 날아가 버릴 듯한 화약 가루처럼 불안한 부부 관계에 기여하는 일등 공신이라는 것.


페이지 19

이들은 자기들이 과거의 아버지보다 가정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정도로는 충분치 않다는 아내의 현실적인 항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응대하지도 못하며 혼란스러워한다.나는 나 자신에게 가장 사악한 적이 되었고, 도움을 구할 수 있으면서도 고민하고, 화가 치밀어 오를 때마다 괜히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결국은 나 자신의 몫이 될 일을 두고 사사건건 싸울까, 아니면 그냥 내가 할까를 고민했다.


페이지 20

아이를 키우는 처음 몇 년 동안에는 이런 어려움이 명백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나 역시 분노가 언제부터 골 깊은 불협화음으로 바뀌었는지, 나는 아기 음식을 한 번 더 잘라주느라 바쁜데 남편은 그냥 식사를 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어느 시점부터 이런 현실에 몇 시간동안 분개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페이지 54

엄마의 유급 노동시간이 늘어날수록 엄마가 집안일에 들이는 시간은 줄어들지만, 육아에 들이는 시간은 자신의 고용 여부와 거의 관계없이 일정하다.


페이지 128

양육이 여성만의 특별한 재능이라는 이야기는 불평등을 숨기고 우리 자신을 독려하면서 아이들에게 엄마 혼자 모든 무게를 감당해야 한다는 믿음을 주입할 뿐이다.


페이지 153

이때 남편이 극복해야할 문제는 집에서 좀 더 많은 일을 소화하고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고, 아내의 경우는 경제적인 부담을 같이 지면서 전통적인 가정 통제권을 내주는 것이다.


페이지 161

처음부터 가사 분담을 확실히 팀 목표로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차분하게 차이를 조정하며 서로 목표를 맞춰나가기보다는, 내가 화를 내고 우리 사이만 더 나빠졌던 것이다.


페이지 175

여자는 가정의 감성 온도를 확인하고 마음속으로 해야 할 일을 항상 챙기며, 일상에서 많은 양의 가사와 육아를 담당할 뿐 아니라, 자기 들의 수입이나 외적인 책임, 이데올로기와는 상관없이, 남자보다는 이런 일에 좀 더 많은 책임감을 느낀다.


페이지 177

젠더 시스템은 사회경제적 변화와 개인의 저항이라는 도전이 이 시스템에 매일 장기적이고 꾸준히 쌓이는 경우에만 허물어진다.

페이지 185

사람들은 여자의 일정이 남자보다 자유롭다고 가정한다.항상 엄마의 시간을 뺏는 게 더 수월하다. 엄마는 침해당하는 사람이다.


페이지 213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에서 훅스는 이렇게 쓴다."가정내에서 여성이 온종일 다른 사람을 수발하느라 바쁘다면 집은 그녀에게 쉬면서 편안함과 즐거움을 얻는 공간이 아니라 일터일 뿐이다.


페이지 346

온정적 성차별은 "남성 지배를 애정을 담아 또는 기사도 정신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여자는 도덕적 나침반 기능이 탁월하지만 남자의 보살핌과 보호 역시 필요로 하며, 여자는 남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존재한다는 믿음을 조장한다. 성공한 모든 남자 뒤에는 여자가 있다.(.

..) 적어도 남자들의 반경 안에서는 자기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하지 말라. 언론인 레베카 트레이스터는 이렇게 지적했다."여자가 살면서 다른 사람을 도와주지 않고 자기 일만 하면 바로 이상한 여자로 낙인찍힌다"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상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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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블로그로 책 쓰기다! - 블로그 글쓰기로 책도 쓰고 작가도 되자
신은영 지음 / 세나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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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영 작가님'은 「기억을 파는 향기가게」라는 책으로 알게 되었다. 서평단 지원으로 책을 받아 보았는데, 우체국 등기우편으로 보낸 책을 단번에 못 받고 두 번인가 우체국으로 발걸음을 해서 조금 힘들게 받았다. 그러는 중, 이름이 내 친한 대학 친구와 같아서 혹시 친구가 뭘 보냈나 착각하기도 했다. 막상 책을 받았는데 함께 넣어주신 짧은 손편지와 초콜릿에 마음이 훈훈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때 받은 책이 작가님의 3번째 동화책으로 알고 있었는데, 블로그 이웃을 맺고 소식을 들을 때마다 놀라웠다. '어? 이 분 얼마 전에 신간 내신 것 같은데? 또??'


일반인들이라면 1년에 한 권 책 내기도 정말 힘든 일인데, 이 분은 동서문학상 아동문학 부문에서 은상을 수상하신 이력대로 남다른 필력이 있으시구나 생각되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동화 작가인 것은 알고 있었으나 어느 날은 서평단 카페에서 「이런 경험 나만 해봤니?」라는 에세이 책을 쓰셨다는 것을 알았다. 그 책도 궁금해서 지원해서 받아보았는데 글 속의 에피소드들도 신선하고 글이 물 흐르듯 읽혀서 단숨에 재미있게 읽었다.


요즘에는 블로그에 '동화책 필사'를 매일 하시고, 가끔 일상 이야기도 올리시고 간단한 그림(이라 말하지만, 나는 감히 흉내도 내지 못하는)도 멋지게 그려 올리신다. 늘 작가님의 블로그를 가면 새로운 신간 소식이 있어서 그 비밀이 궁금했는데 마침 나의 궁금증을 해소시켜주시기라도 하듯 「이젠 블로그로 책 쓰기다! 」라는제목의 책을 출간하셨다.






1년 전만 해도 평범한 전업주부였던 저자는

어떻게 1년 만에 4권의 책을 쓰고 작가가 되었을까?

이 책에 나오는 방법대로만 한다면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

「이젠 블로그로 책 쓰기다!」



책의 띠지처럼 인쇄된 책 아랫부분의 문구가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 거란 생각이 들었다. 작가님을 알고 있고 작가님의 책을 읽은 나도 궁금해서 들썩들썩하는데, 특히나 엄마 작가가 되고 싶은 분들이 많은 관심을 가질 것 같다.

어제 책을 받고 자기 전에 조금만 읽어보려 했는데 책이 술술 잘 읽혀서 반 정도 읽고 잠들었다가 덥다고 짜증 내며 깬 둘째 아이 덕에 잠이 완전히 달아나 마저 읽기 시작했다.



블로그로 책을 쓴 나의 경험을 이 책에 담았다. 어쩌면 대단한 비법이나 노하우가 아닐 수도 있다.

그저 작은 끈기를 발휘한다면 누구나 블로그로 책을 쓸 수 있으니까.

많은 분들이 매일의 작은 끈기를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가 책을 통해 위로를 받듯,

누군가는 당신의 위로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당신의 언어로, 당신의 온도로 그들에게 손을 내밀면 좋겠다.

「이젠 블로그로 책 쓰기다!」 프롤로그 중



아침에 미라클 모닝 인증을 한 글에 이웃님이신 '누리마루님'이 '끈기'이야기를 하셨는데, 역시 핵심을 잘 짚으셨다. 작가님도 끈기가 중요하다고 그 끈기를 발휘하면 책을 쓸 수 있다고 한다.



책은 총 5장으로 되어 있으며, 아래와 같다.


1장 블로그로 책 쓰기 기본편

2장 블로그로 책 쓰기 실천편

3장 블로그로 책 쓰기 고급편

4장 블로그 글쓰기로 책 저자 되기

5장 블로그에 매일 한편씩 올린 에세이



작가님의 이력은 특이한데, 동화 공모전에 참가하여 상을 받은 이래로 7권의 동화책과 1권의 자기 계발서, 3권의 에세이를 내셨다. 그것도 작년부터 블로그에 올렸던 글로 시작을 했다니 '우연히 작가가 되었다'라는 말에는 누구나 반기를 들 것이다. 저자는덕에 그렇게 되었다고 답한다.


저자는 아이를 키우는 동안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책 읽기와 글쓰기를 하셨고, 나처럼 '서평'을 쓰는 일을 주로 하다가 본격적으로 자신의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책을 보면서 짧은 시간 동안 다양한 글들을 쓸 수 있었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바로 편집 감각을 통해 하나의 에피소드로 보이는 것도 2~3개 꼭지로 나누어 풍성한 글감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리고 제한적인 경험을 늘리는 시도를 하고 이미 한 경험도 다른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특히, 사물이나 사람, 주변 환경에 대한 관찰도 중요하다.


저자의 책을 보면서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경험을 자주 하게 되는데 '남다른 관찰력'과 세세한 묘사와 재치 있는 글솜씨 덕인 듯하다.


블로그에 쌓인 글들만으로 그 많은 책들을 내셨다고 하는데, 그 비법은 무엇일까? 첫째는 꾸준한 글쓰기이고 둘째는 계획성 있는 글쓰기이다. '계획성 있는 글쓰기'의 자세한 부분은 책을 통해 발견하길 바란다.

상상력이 풍부하신 작가님의 앞으로의 행보도 궁금하다. 많은 이들에게 공감 어린, 뭉근한 따스함을 주는 글들을 계속 써주셨으면 좋겠다.



♥ 마음에 남는 글귀 ♥


페이지 62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처음에 익숙지 않아서 문장이 허술하고 표현이 투박한 사람일수록 쓰면 쓸수록 실력이 눈에 띌 정도로 빠르게 향상된다. 몇 줄 쓰기도 힘들었던 사람이 한 단락을 쓰다가 어느새 A4 2장을 뚝딱 쓰는 수준으로 성장하는 것을 나는 여러 번 목격했다. 그러니 글쓰기가 어색한 사람일수록 무한한 가능성을 가졌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상승 폭이 누구보다 큰 사람일 텐데 시도하지 않거나 중간에 포기해버린다면 너무 아깝지 않은가!



페이지 73

"정말 쓰고 싶다면 쓰세요. 이건 당신 인생이잖아요. 그러니 책임을 지세요. 천년만년 살 것도 아닌데 언제까지 기다릴 건가요?"

내일, 다음 달, 내년.... 그렇게 단신이 미룬 일만 해도 엄청나지 않은가? 글쓰기도 그중 하나일 게 분명하다.



페이지 78

솔직히 고백하건대, 나는 몇 번 기가 죽은 적이 있다. 그들의 현실적이고 경제적인 조언에 귀가 솔깃해져, '그래, 책을 읽는 게 무슨 소용이야, 글을 써서 뭐 하겠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 몇 번도 진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스스로를 더 믿고 지지해 줄걸, 남들이 뭐라든 귀 닫고 못 들은 척할걸, 하는 생각들이 뒤늦게 들었기 때문이다.



페이지 88

나는 매일 아침 블로그에 글 한 편을 쓰고 나서 아침을 먹는다. 사실 글을 쓰는 시간보다 노트북을 닫는 시간과 아침을 먹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어쩌면 글을 쓰고 난 후의 그 통쾌한 즐거움을 얻기 위해 글을 계속 쓰는 건지도 모른다. 그러니 만약 글쓰기의 괴로움을 견디기 힘들다면 나처럼 글쓰기 이후에 하는 일에서 즐거움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페이지 114

어떤 일이든 꾸준히 하다 보면 정도의 차이는 있을 뿐 슬럼프는 온다. 그 슬럼프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내성의 정도도 달라질 것이다. 


페이지 146

책은 전적으로 독자를 위해 쓴 글이어야 한다. 글쓴이가 서술하는 경험이 독자들과 완전히 무관한 것이라면 누군가가 그 책을 읽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글감을 선택할 때는 그 글감을 통해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적당한가를 따져봐야 한다. 만약 메시지가 불분명하거나 깨달음과 연결되지 못한다면 그 글감은 적당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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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는 습관이다 - 적당한 거리에서 행복한 인간관계를 만드는 태도
김진 지음 / SISO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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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든 유독 사람들 마음을 훔치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대개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는데도 항상 주변에 사람이 모여든다. 비결이 뭘까?'

출판사 'SISO'의 신간 도서 마케팅 홍보글을 보고 마음이 동했다. 내 주변 가까이에도 사람의 마음을 잘 움직이는 친구가 있는데 그 비결이 뭔지 궁금했다.



프로필을 보는데 글을 쓰고 싶어하는 열망이 느껴진다. 글을 쓰기위해 퇴사를 한 저자(?)는 「마흔, 나를 위해 펜을 들다」를 쓰고 두번째 책으로 위의 책을 펴냈다.

적당한 거리에서

행복한 인간관계를 만드는 태도

출처 입력

살면서 점점 인간관계에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관계를 맺고 소통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나의 카카오톡 프로필명도 '적당한 거리'인데 왠지 책을 읽기전부터 나에게 잘 들어맞을거란 기대감이 생겼다.

책은 총3개의 파트로 되어 있다.

Part1. 끌리는 사람은 무엇이 다른가

Part2. 어딜 가나 환영받는 사람의 관계 법칙 10

Part3. 끌리는 사람을 넘어 성장하는 사람으로

Part1의 소제목을 살펴보니 '행동, 표정, 말투, 태도 혹은 마음가짐' 이렇게 5개의 키워드가 보였다.



페이지 7

어느 순간부터 현실이 고되고 버겁게 느껴지면 책을 찾습니다. 제가 경험한 삶은 사람보다 글에서 더 큰 위로를 받는 삶이었기 때문입니다. 뭔가 힘을 내고, 희망을 품기 위해서는 글이 필요합니다.


페이지 11

..사람의 마음, 즉 마음가짐에 따라 행동의 방향이 생깁니다. 걷고자 하는 마음은 걸음을, 달리고자 하는 마음은 달리는 행동을 만들어내죠. (중략) 목표를 정하든 꿈을 꾸든 무언가를 해하기 위해서 먼저 행해야 할 것은 마음먹기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좋은 사람이 되겠다는 마음만 있으면 많은 사람의 마음을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습니다.

(중략) 누구나 좋은 마음을 알아보고, 모두 그 쪽을 향한다는 거죠. 품은 마음이 훌륭하면 어쩔 수 없이 사람의 마음을 끌어들일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 위의 문장을 보면 저자의 글을 쓴 목적과 방향을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옮긴 문장의 후반부 다음에는 '저의 글은 새롭지 않습니다. 누구나 마음속에 있는 것을 썼기 때문입니다'라고 쓰여 있다. 사실 그 문장을 보고 책을 덮을 뻔했다. 뻔한 얘기 말고 진짜 인간관계에서 매력적인 사람으로 보일 수 있는 특별한 기술이나 팁을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페이지 26

부끄럽지 않게 자기 자신을 돌볼 줄 아는 사람은 누구에게나 환영받습니다. 혹시 자주 무표정한 얼굴이었다면 먼저 기분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힘들이지 않고 모두의 마음을 훔칠 수 있는 비밀입니다. 마음을 얻는 문제는 결국 마음가짐의 문제입니다. 누가 알아주든 아니든 먼저 괜찮은 사람이 되겠다는 마음이 사람들을 끌어들일 것입니다.


페이지 47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어필하기 위해서는 지나치지 않아야 합니다. 너무 다가가서도 안 되고, 너무 멀어져서도 안 되죠. 서로의 마음이 편안하게 닿을 수 있을 정도의 거리에서 관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적당하지 않은 거리와 눈높이가 맞지 않는 상황은 어느 한쪽이 불편함을 느껴 밀어낼 수밖에 없습니다. 마음은 불편함 뒤에 숨으니까요.


페이지 61

그동안 봐온 매력적인 사람은 외모 혹은 소리가 좋지 않아도 충분히 매력적이었어요. 물론 말을 잘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남들과 차별되는 다른 매력이 있었지요. 가볍지 않고 밀도 높은 대화가 내내 공간에 함께 있었습니다. 그 밀도를 만들어 낸 게 저는 진정성이 담긴 말투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페이지 73

호감을 이끌어내는 사람의 모습을 찬찬히 살펴보면 남들과는 차별되는 에너지가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들은 어떤 말이나 행동없이도 사람을 기분 좋게 해주는 기운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략) 호감은 선한 얼굴, 환한 미소, 겸손이 느껴지는 몸가짐 등에서 나옵니다. 사실 호감을 얘기하면서 '겸손'이란 단어를 빼놓고 말할 수 없습니다. (중략) 누군가를 존중한다는 것은 자신이 아니라 상대방을 귀하게 여기는 태도이니 존중을 행하는 순간 자신을 내세우지 않게 됩니다. 겸손 역시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행위이니 겸손하면 자연스럽게 상대방으로 하여금 존중의 감정을 느끼게 해줄 것은 당연합니다. 즉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태도가 결국 상대방을 높인다는 말입니다.


페이지 151

제가 살아온 세월은 마음을 다시 먹는 것, 즉 마음과 또 다른 마음의 싸움이었습니다. 제 머릿속에는 자주 두 마음이 부딪히곤 했습니대 항상 부정과 긍정의 생각이 선택을 강요하곤 했지요.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지만요. 결국 저의 나태하고 나약한 마음을 떨쳐내는방향으로요. (중략) 마음가짐이란 결국 어떤 일이든 극복할 수 있게 하는 강력함 힘인 것 같습니다.


페이지 159



「관계는 습관이다」



이 책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 위의 내용이다. '부유하지 않더라도 마음은 부자다'라는 소제목아래의 글귀인데 저자는 과거, 미래말고 현재를 강조하며 마음이 가난하지 않은 자는 현재를 풍요롭게 산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을 뒷받침하는 저자의 경험적 근거가 부족해 보였다. 내가 미래지향적이라 그런지 "미래도 현재도 과거가 된다는 사실입니다. 조금 더 나은 미래를 소망했던 현재가 크게 변하지 않을지라도 과거라는 시간 안으로 흘러갈 겁니다."라는 말을 보며 어차피 시간은 지나가는 것이니 현재에만 집중해서 살라는 말인지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의아했다. 그냥 현실에 안주하면서 살라는 말인가.

"저는 별다른 진전이 없는 저의 삶을 보면서, 현 상황을 유지하는 것이 제 기대의 전부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자의 이 문장도 '현재'를 강조하는 포인트를 벗어나고 있는 듯 하다.


패이지 186

누구나 절실한 목표를 행동으로 옮기면 몸이 먼저 반응한다고 말입니다. 더 자고 싶어도 잠들 수 없는 전혀 다른 풍경이 벌어질 겁니다. 정신과 몸이 만들어낸 상쾌한 새벽은 기분 이상의 것을 담고 있습니다. 꿈을 향한 구체적인 초석이 만들어진다고 할까요? 누군가 새벽 일찍 눈이 떠진다면 꿈으로 조금씩 다가가는 상태라 감히 말하겠습니다. 평소보다 잠이 줄었을지라도 졸음도 피곤함도 느낄 새가 없습니다.


++ '매력적인 하루를 만드는 마음가짐'이라는 제목의 부록을 보면, '저절로 눈이 따지는 새벽 맞이하기'라는 제목아래 위의 문자의 나오는데 공감되어 적어보았다. 요즘 새벽시간을 활용하여 미라클 모닝을 하고 있는데 몸은 조금 피곤할지라도 하루 시작을 긍정적인 기운으로 할 수 있어 참 좋다.



「관계는 습관이다」이 책은 우리가 평소 살아오면서 인간관계에 있어 봐오고 생각해왔던 것들이 담겨있다. 그래서 너무 평범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오히려 그렇기에 놓치고 있었던 부분을 다시 상기시키며 자신에게 쉽게 적용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좀 아쉬움이 남은 책이지만 '역시나 중요한 기본기는 어려운것이 아니구나, 실천하는 것이 어려울 뿐이구나.'하는 생각으로 책장을 덮는다.



++ 위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글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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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에도 휴가가 필요해서
아리(임현경) 지음 / 북튼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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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나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가져도

괜찮습니다.

결혼한 여성에게 강요되는 수많은 역할에서 벗어나 내 안의 목소리에 온전히 귀 기울였던 우붓에서의 시간들



위의 문구에 왠지 설렜다.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휴가가 아니라 결혼한 여성, 혼자만의 휴가라니..... 그것만으로도 대리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저자 소개 글 중 '나답게 살아간다','약 4년간 우붓이라는 자유로운 공간에서 자신 안에 숨겨진 수많은 가능성들을 열어젖히며 '진짜 나'를 만나는 경험을 했다.'라는 문장에 마음이 꽂힌다.



기분전환하는 마음으로 상쾌한 공간에서 펼쳐보기



속 내지의 오토바이를 탄 여성의 모습이 자유스러워보인다



...모두가 집 안으로 모여들면서 돌봄 노동과 가사 노동의 강도가 이전보다 강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숨통을 틔워줄 나만의 '작은 여행'을 해야한다고 감히 권해본다.

아이의 책을 사면서 내가 읽고 싶은 책도 망설이지 않고 구입하는 일, 부엌 식탁이나 남편의 책상에 앉지 않고

나를 위한 책상을 따로 장만했던 일,

그리고 시간이 날 때마다 그곳에 앉아

나의 꿈을 적어 내려가던 일...

(중략)

내안의 욕구가 막힘없이 흘러가도록 그 소리를

들어주고 길을 내어주는 행위야말로 인생의

진짜 여행이 아닐까?

「결혼에도 휴가가 필요해서」




목차를 보면

Part1은 2018년 가을(결혼한 여자, 혼자 따나는 여행)

Part 2는 2013년 봄~2014년 가을(다른 곳, 다른 삶)

Part3는 2014년 겨울~2016년 봄(가족의 재탄생)

Part4는 2016년 여름~2017년 여름(새로운 날들)+다시,2018년(집으로 가는 길)

시간의 순서로 글을 쓴 것을 알 수 있다.

그럼, 저자와 설레는 마음으로 휴가를 떠나보자.





책에는 이따금 발리 우붓의 정겨운 풍경과 사람들이 나온다. 사진으로라도 휴가지에 가 있는 듯한 마음을 잠시나마 느껴볼 수 있어 좋다.

저자는 발리로 가족 여행을 왔다가 우붓이란 동네에 며칠 묵으면서 시내의 허름한 도서관을 갔다고 한다. 거기서 회원가입을 하고 아이가 읽을 책을 빌려 읽은 후 반납을 하면서 '여기서 살아보고 싶다'라고 생각한 것이 계기가 되어 다시 휴가지로 정했다고 한다.

「이국의 땅에서는 그동안 타인의 눈빛을 반사하는 데 써야 했던 에너지를 온전히 나를 들여다보는 데 쓸 수 있었다. 다시금 마음이 말랑말랑해졌고 매일 밤마다 토하듯 일기를 쓰며 머릿속의 엉킨 실타래를 풀기 시작했다. (중략)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은 혼자였을 때보다 더 깊은 성찰을 가능하게 했다. 아이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천진한 표정으로 내가 충분히 들여다보았다고 생각했던 나를 몇 겹씩 벗겨내어 더 깊이 들여다보게 만들었다.(중략) 아이는 서울에서든 로마에서든 장소에 상관없이 빛났다. (중략) 아이한테는 내 고민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를 옭아매는 자리에서 빠져나와야 했다. 그래서 다시 떠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여행이 아닌 삶을 꿈꾸며.」 -결혼에도 휴가가 필요해서p73-74

위의 내용은 저자가 왜 '우붓'에 터를 잡고 살게 되었는지에 대한 배경이다.

「시댁에서 나와 새집으로 이사를 가게 되자 큰맘 먹고 새 책상부터 샀다. (중략) 그 공간이 너무 좋아 할 일이 없어도 반들반들한 표면을 쓰다듬으며 앉아 있곤 했다. 그 책상에서 내 이름이 박힌 첫 책을 번역했다. 책상은 나를 돌보는 공간이었고 꿈을 찾는 공간이었으며 결국 나를 사용하는 공간도 되었다. 아이를 낳고 난 뒤에도 끝내 포기하지 못했던 번역가로서의 꿈도 그 책상에 앉아서 보낸 시간들로 이뤄냈다」-결혼에도 휴가가 필요해서p79



결혼에도 휴가가 필요해 99


상대와의 호흡을 가장 중요시하는, 테크닉보다 감각을 중요시하는 춤인 키좀바를 즐기는 여자. 그녀의 사진을 보고 있자니 내 마음도 살랑살랑 춤추는 듯 하다.

「모든 감각이 되살아났다. 눈을 감고 그가 이끄는 대로 음악에 몸을 맡겼다. 내가 사랑했던 순간, 그토록 그리워했던 순간들이 그대로 다시 펼쳐졌다. 솜사탕처럼 가벼운 발끝이 매끈한 마룻바닥을 누볐고, 마음은 둥실 떠올라 하늘에 가닿았다. 그래, 나는 이 순간이 그리워 우붓에 돌아오고 싶었다」 -결혼에도 휴가가 필요해서p100


저자가 마냥 부러운 순간이다. 춤추는 순간, 오로지 자신만 생각하고 감각에만 집중하면 정말 황홀한 기분이 들 것 같다.


「아침에 아이를 깨워 파란 하늘을 보며 아침을 먹이고, 오토바이를 타로 바람을 맞으며 학교에 데려다주었다. 길은 매일 달려도 매일 새로웠다. 집에 돌아와 커피 한 잔 마시고 마당을 바라보며 도서관이나 이웃에서 빌려온 책을 읽거나 번역 일을 했다. 한낮에는 옆집에 꼬박꼬박 수다를 떨러 갔고 때때로 요가를 하거나 장을 보러 가기도 했다. 그러고 나서 오후가 되면 다시 학교에 가서 아이를 데려왔다.」-결혼에도 휴가가 필요해서p133


단조롭지만 소박한 일상이 부럽다. 바쁠 것 없이 조바심내지 않는 여유로운 삶이 지면으로 느껴진다.



결혼에도 휴가가 필요해서 147

"아이들은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이 되는 법을 배우면서 세상을 탐험했다"라고 서술하는 문장을 보며 다방면으로 깨어있는 엄마를 만나 아이가 참 아이답게, 행복하게 자라가는 구나 싶어 부럽기도 하고 보기 좋았다.

「여전히 아이와 함께 하는 일상이었기에 우붓이었다고 해서 일과 육아의 저글링을 피할 수 없었다. 아이를 위한 일과 나를 위한 일이라는 두 개의 공만 공들여 저글링하는 삶은 손이 모자를 만큼의 많은 공을 정신없이 돌려야했던 한국에서의 삶과 비교하면 그래도 한결 수월한 편이었다. '번역하는 사람'이 내 정체성의 전부는 아니었지만, 그 일을 하는 동안에는 내가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아내가 아닌 그저 나일 수 있다는 사실도 좋았다.」-p151-152





「결혼에도 휴가가 필요해서」에서는 우붓에서 가사도우미로 고용했던 '얀띠'와의 에피소드, 아이스크림가게를 인수받아 사장님이 되어 가게관리를 하면서 좌충우돌했던 일, 남편이 합류하여 완전체가족으로서의 적응기, 요가 수업이야기 등 책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이야깃거리에 유쾌하고 흥미진진하다.


있는 그대로, 네가 되어라


「친절하라, 지혜로워라, 진실하라, 그리고 네가 되어라, 나마스테.」

요가 반에서 뽀글 금발머리의 벡스의 말에 우붓의 그녀는 "내게 꼭 필요한 말을 언젠가 어디에선가 듣게 되는 마법, 그것이 우붓의 마법인지도 모르겠다"라고 말한다. 우붓의 공간을 우붓의 문화를 우붓의 사람을 우붓의 요가를 사랑하는 그녀를 보고있자면 참 행복한 삶을 살아봤구나,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구나 싶다.

평범한 한국 남자와의 결혼이란 제도속에서 불거지는 몇 몇 갈등에도 지혜롭게 해결해나가며 조화로운 가정을 만들어가는 모습도 참 보기 좋았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꼽고 싶은 문장을 남겨본다. 일상이 무료하고 진전없는 결혼생활에 지칠때 다시금 꺼내보고 싶은 책을 만나 기쁘다.


춤을 추는 동안에는 상대와 나,

그리고 음악만 존재했다.

과거의 망령도, 미래의 위협도 그 순간 음악과

뒤섞여 있는 나를 침범하지 못했다.

춤은 나중에 출 수 없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사람과 손을

맞잡지 않으면 그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지금 누리지 않고 아껴뒀다가

나중에 누릴 수 없다.

춤을 추면서 나는 그 순간에 온전히

존재한다는 것의 의미를 몸에 새겼다.

결혼에도 휴가가 필요해서 중



++ 본 서평은 '엄마의 꿈방 서평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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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엄마 - 이번 생(生)에 나를 살릴 방법을 발견하다
윤슬 지음 / 담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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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서평을 쓰기 위해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 같다. 자주 쓸때는 1일 1서평 쓰다가 거의 일주일만에(?) 서평을 쓰려니 뭔가 엄청 어색하다. 바쁜 와중에도 틈틈히 책을 읽었지만 서평을 남기기까지 여유는 없었다. 사실 이번 글도 약간은 의무감으로 책을 읽고 글을 남긴다. 책 한 권을 내려면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나의 이전과 다른 태도로 책을 대해 작가님께 조금 송구스럽긴 하다.

사실 『글 쓰는 엄마』 이 책은 질투심에 서평단 지원을 해서 받아본 책이다. 우선 제목이 나를 사로잡았고, 나도 이런 주제로 글을 쓰고 싶단 생각이 있었기에 어떻게 이 주제로 글을 쓰셨나 궁금했다.

이번 생(生)에 나를 살릴 방법을 발견하다

 

부제목도 맘에 든다. 저자 윤슬님은 도서출판 '담다'의 대표님이시다. 아침에 잠깐 찾아보았는데 '윤슬책방'이라는 독립서점을 운영하고 계신듯 하다. 독서지도사, 평생교육사, 인생 상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성인과 주니어를 대상으로 독서모임과 글쓰기, 책 쓰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저서로는 『오늘, 또 한걸음』 , 『책장 속의 키워드』 , 『살자, 한번 살아본 것 처럼』 , 『기록을 디자인하다』 , 『글쓰기가 필요한 시간』 , 『시간관리 시크릿』 등을 썼다.

 

목차는 위에서처럼 간단하다. 1부는 글 쓰기에 대해, 2부는 엄마의 삶에 대해 기록한다.

삶을 유지하는 것, 되돌아보는 것, 한 걸음 나아가는 것 모두 용기가 필요했다.

나는 그 용기를 글쓰기로 배웠다.

그뿐만 아니라 순간적인 감정의 변화에 휘청거리지 않는 방법에 대해서도

함께 배웠다.

오늘도 어디선가 날아온 무법자가 내 안의 어떤 것을

건드리는 느낌에 대한 글을 쓰면서

아침을 열었다.

세상과 보폭(步幅)을 유지하고,

나만의 보법(步法)을 잊지 않게 위해,

뚜렷한 목표와 체계는 없지만

확장하는 삶을 위해, 오늘도 나는 글을 쓴다.

『글 쓰는 엄마』

직 시간이 남아있다는 것과 무언가를 해 보고 싶다는 의지의 발견은 글을 쓰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그 특권을 꼭 누렸으면 좋겠다.

『글 쓰는 엄마』 페이지 26

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도구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도구가 아닌 새로운 생각, 새로운 역할, 새로운 인식인지도 모른다. 진짜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보이지 않는 진짜, 지금 우리에게는 진짜를 가려내는 눈이 필요하다.

『글 쓰는 엄마』 페이지 30

 

 

위의 문장을 보면서 '진짜를 가려내는 눈'이 내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쓰는 것은 이미 하고 있기에, 글 쓰는 것이 삶에서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다움에 대해 고민하다.

이렇게, 저렇게라는 의도성보다 오히려 우연을 가장한 행동이 더 근원적일 수 있다. 반복적인 행동이라면 더욱 그렇다. '나다움'에 대한 사적적인 정의를 찾는 것이 아니라면, 지금까지의 흔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긍정이나 부정의 평가가 아닌, 어떤 것을 해왔는지, 무엇을 했었는지, 판단 없이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중략) 인생이 우리에게 던진 질문에 대해 '행동'이 '생각'보다 많은 메세지를 담고 있다. 보다 더 진실하고 명쾌하게 묘사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나다움'의 해답도 거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나다움'도 행동이나 태도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거기에 평소 어떤 말을 자주 하는 지 살펴보는 것도 좋은 접근 방법일 수 있다.

『글 쓰는 엄마』 페이지 33-34

 

 

'나다움'에 대한 고민을 가장 많이 할 때가 언제일까? 아무래도 정서적 격변기를 맞이하는 '청소년기'와 아이를 낳고 바뀐 삶을 살아가는 '엄마로서의 시간'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하나 더 추가하자면 의도치 않은 사회적, 국가적 격변기인 지금의 '코로나시대'가 아닐까 싶다. '대면, 비대면'이라는 이상한 신조어가 나타나고 사람들과의 교제도 실물영접이 아닌 '영상'으로 하는 이 시대일 것이다. 여기 저기서 코로나 이전 시대로는 우리가 돌아갈 수 없으니 포스트 코로나시대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비록 워킹맘이고 휴가조차 마음대로 낼 수 없는 시간제 직장인이라 이 사태에도 아이들을 긴급보육으로 어린이집에 맡기고 출근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남들보다는 비교적 기존의 삶과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는 있다. 뉴스를 봐도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반복적으로 쏟아져 나와 뉴스를 안 본지 오래되었다. 그러다보니 조금 덜 불안하고 덜 우울해하며 일상을 살아낼 수 있었다. 내가 하고자 하는 것에 집중하며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으려 노력했더니 일상이 어떻게든 살아졌다. 어서 빨리 코로나가 종식되길 바라지만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기에 앞으로의 나의 삶에 대한 고민을 더욱 깊게 하게 된다. 그런 고민들 속에 '나다움'에 대한 발견도 가능해 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 과정이 난 어렵지만 기대된다.

로나가 아니더라도 세상은 변화를 추구한다. 어떻게 보면 변화는 과정이며, 살아있음의 반증이다. 멈춘다는 것이 죽음이며, 이별이다. 코로나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코로나의 역사에 밀려 자신의 역사까지 포기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코로나로 인해 일상의 수레바퀴가 잠시 주춤거리기는 했어도, 그 지점에서 다시 출발하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예상하지 못한 방향, 생각지도 못한 속도였다. 그런 상황이면 세게 한방 맞을 수밖에 없다. 나비처럼 춤추다가 벌떼처럼 달려들면 어떨 수 없는 일이다.

(중략) 무슨 일이든 손에 익으면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면 지루해지기 마련이다. 코로나였든, 아니었든, 어느 상황에서든 익숙함이 있었고, 지루함이 있엇다. "하지 않을 이유"와 "할 수 없는 이유"는 항상 존재했었다.

『글 쓰는 엄마』 페이지 44,48

글쓰기는 나를 알아가는 학습의 시간이었다. 나와 화해할 수 있는 공간이었으며, 복잡한 것 속에서 일련의 구조를 만들어 보는 실험의 장이기도 했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그림으로 그려지지 않아도 괜찮았다. 글을 써 내려가면서 느끼는 만족감, 내 인생의 주인은 '나'라는 확신은 내게 일어난 문제 앞에서 당당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왜 그런 선택을 했었는지, 마음 상태나 생각이 어떠한지 머릿속에서 상상으로 끝내는 것이 나니라 종이 위에 펼쳐놓은 것만으로도 정리가 되는 기분이 들었다. 그 과정에서 '나'라는 존재에게 가장 필요한 힘이 무엇인지도 덤으로 배울 수 있었다.

『글 쓰는 엄마』 페이지 51

한창, 육아로 지쳐 있을 때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많은 것을 실험했다. 한 두 번의 글쓰기로는 아무 효과를 기대할 수 없지만 꾸준한 글쓰기는 정말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 그래서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했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

모두 비슷하구나. 노력하니까 힘이 드는 거구나. 노력하지 않으면 힘들 일도 없을텐데 말이야. 모두 노력하면서, 방황하면서 살아가는구나'

『글 쓰는 엄마』 페이지 63

 

요즘 몸도 마음도 지쳐가면서 나도 '뭔가를 하려고 노력하니까 힘이 들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일을 벌이지 않고 단순하게 주어진 일만 해도 이렇게 힘들진 않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힘들다고 멈추긴 싫다. 아직 시작인데, 이렇게 포기하기엔 너무 이른 듯하다. 얼마동안 방황할지, 얼마동안 헤맬지 모르겠지만 이런 과정속에 분명 깨달음이 있을테니 멈추지 말고 계속 노력해야겠다.

...그렇게 하얀 종이는 나의 선택을 받아주었다. 모든 순간, 모든 감정에 대해 판단 없이 받아주었다. 큰 호흡이 나올 때까지, 큰 울음이 나올 때까지, 가슴이 말랑말랑해질 때까지 모든 시간을 허락해 주었다. 하얀 종이는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면서 엄마가 된 나에게, 엄마가 되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려주었다. 편견 없이 차분한 마음으로 기다려주었다. 내 이름을 잃어버린 것 같은 절망감에 빠졌을 때도 그랬다. 속상한 마음에 가슴 무너져 내린 날에도, 나라는 존재의 쓰임을 확인받지 못한 날에도 하얀 종이의 위로는 계속되었다.

『글 쓰는 엄마』 페이지 113

글쓰기는 참 이상하다. 어느 때는 즐거우면서도 어느 때는 무척 힘이 든다. 내 삶속에서 뺄래야 뺄 수 없는 친구 였다가도 갑자기 등을 돌리고 싶은 친구가 되기도 한다. '하얀 종이는 모든 순간, 모든 감정에 대해 판단 없이 받아주었다. 큰 호흡이 나올 때까지, 큰 울음이 나올 때까지, 가슴이 말랑말랑해질 때까지 모든 시간을 허락해 주었다' 이 문장에 가슴에 와닿는다. 난 아무래도 평생을 무언가 끄적이고 살아야 할 듯하다. 아직은 말보다 글이 편하다. 내 안의 내가 너무도 많다는 걸 알기에 하얀 종이에라도 조심스레 끄집어 내어 살펴봐주고 보듬어줘야 할 것 같다.

이번에 만난 책, 『글 쓰는 엄마』 는 나처럼 책 읽기를 좋아하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춰볼 책이다. 책도 가볍고 글밥도 많지 않아 편하게 읽을 수 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책 속지가 두꺼워 책장이 자꾸만 넘어가서 꼭 붙들고 읽지 않으면 놓쳐버린다.

"글 쓰는 당신을 응원합니다"라는 문구로 위로를 받으며 책장을 덮는다.

++ 위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쓴 솔직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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