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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ㅣ 과학은 내친구 16
칸자와 토시코 글, 쿠리바야시 사토시 사진, 엄기원 옮김 / 한림출판사 / 2004년 8월
평점 :
그림책 서가에 이 책이 꽂혀있다. 아이들용 반딧불이에 관한 사진 책이다.
이 걸 언제 들였지? 책표지를 열고 면지를 보니 큰애와 작은 애 이름이 나란히 적혀 있고
그 옆에 2007. 4. 9이라고 씌어 있다.
2007년이면 열여덟 살인 작은 녀석이 아홉 살. 초등학교 2학년 땐가 보다.
맞아. 그때 한창 녀석이 곤충에 관심 많아 사슴벌레며 장수풍뎅이를 키우곤 했지.
'반딧불이' 하면 유년 시절 여름밤이 아련하다.
우리 집은 동네에서도 한참 떨어진 외진 집이다.
집 앞은 너른 들판이고 뒤는 나무와 수풀이 우거진 산이어서 해지면 사방에서
풀벌레 소리가 흥건했다.
여름밤이면 생풀로 피운 모깃불, 덕석 위에 도란도란 앉아 먹던 수제비, 팔베개하고 누워 잠들기 전까지 바라보던 밤하늘,... 그 속에서 추억 하나를 꺼낸다면 반딧불이 욘석 얘기다.
친구한테서 첨 들은 욘석의 이름 개똥벌레. 이름이 재밌어서 그 후론 개똥벌레. 개똥벌레 하고 불러줬다.
해가 어둑어둑하면 친구들이랑 빈 병 하나씩 들고 논가나 풀밭을 헤치고 다니면서 반딧불이를 잡겠다고 쏘다니곤 했다.
수풀 사이에서 반짝반짝하면 금방 잡을 것 같다가도 다가가면 이내 사라지곤 했다.
허탕 치고 돌아와 저녁을 먹고 멍석 위에 누워 있으면 눈앞에서 놓친 녀석들이 번 해지곤 했지.
그때 그 반딧불이가 책 속에 들어와 살고 있다.
알에서 깨어나 애벌레가 되고 번데기에서 빛을 발하는 욘석들의 삶을 일본의 사진작가가 공들여 찍어 놨다.
어둠 속에서 파르라니 빛나는 욘석이 밤하늘의 별 같다.
우리 삶이 바뀌면서 주변에 흙이 사라지고 아스팔트나
바닥을 메우고 있으니 반딧불이를 사진으로 보는 게 당연하다.
더워지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녹록지 않으니 들꽃은 식물도감 속으로 들어가고
벌과 나비를 보려면 곤충도감을 들춰 봐야 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꽁무니에 불을 켜고 풀잎에 아스라하게 앉아 있는 반딧불이를 보려면
부러 시간을 내 오지 들판을 가거나 지자체에서 상품화한 반딧불이 축제를 찾아가야 한다.
그 때문일까. 이 사진 책은 추억을 떠올릴 수 있어서 더 반갑다. 여름밤 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보면 그때 놓친 반딧불이가 생각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