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도 이렇다 할 성공을 해본 적이 없는 남자, 김성곤은 자살 시도마저 실패로 돌아갔다. 그는 매섭도록 차가운 칼바람을 방패 삼아 그날 밤 강 위를 떠났고, 연탄과 번개탄을 피워 차에서 죽겠다는 다짐은 불법주차를 한 취객 신분으로 차에 탄 채 견인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김성곤은 다시 돌아온 집에서 사업이 실패한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박스더미 사이에서 울부짖었다. 그러다 문득 유리 액자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마주했는데, 못생겼다는 말이 단박에 튀어나오는 몰골이었다. 김성곤은 어디에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휴대전화의 사진첩을 뒤적였다.휴면 게정을 살리는 귀찮은 일까지 마다하지 않고 진입한 과거에서 그는 딸아이를 안고 환하게 웃고 있는 과거의 자신을 발견했다. 썩어문드러져 가던 김성곤의 마음 속에는 이제껏 한 번도 꿈꿔본 적 없던 소망이 싹텄다.
그는 사진 속의 남자가 되고 싶었다.
김성곤은 과거의 사진과 같은 자세로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현재와 무엇이 다른지 하나하나 뜯어보며 파악하기 시작했다.
- 늙었다. 머리숱이……없다…… 좀더, 조금 더 …… 못 생겨졌다.
스스로 한 말인데도 누군가의 험담을 엿들은 것처럼 화가 치밀었다. 인정 . 다 인정. 그래, 외모부터 상황까지 모든 게 달라졌다는 거 인정. 그런데 바꿀 수 있는 건 없는 건가? 정말 하나도 없나.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정말, 단 한 개도 없단 말인가.
그렇게 생각을 이어가던 김성곤은 다른 건 모르겠고, 자세 하나만 고쳐보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가 다른 일에 집중하면 자세는 자신도 모르는 새에 자꾸자꾸 꺾였지만 김성곤은 묵묵히 해나갔다. 매일같이 사진을 찍고, 벽에 모눈종이를 붙여 기록을 하는 것으로 1부가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