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신앙이 모든 사회 질서의 중심이었던 15세기 유럽. 우주의 중심에 지구가 있고, 나머지 천체가 그 주위를 돈다는 천동설이 주류를 지배하던 시대. 이 '절대불변의 진리'에 의심을 품는 자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단자들이 모조리 처형당하는 사회에서, 금기로 여겨지는 '지동설'을 주창하는 것은 목숨을 걸어야만 하는 일. 그럼에도 역사를 움직이기 위해, 지구를 움직이려는 자들의 여정은 시작된다.
천동설과 지동설, 과학과 종교가 충돌하고 대립했던 역사에 작가의 독자적인 상상을 더한 SF만화 『지.』. 작품의 일본어 원제인 『チ。』에는 대지의 '地', 지성의 '知', 그리고 피를 뜻하는 '血'의 의미가 모두 담겨 있다. 지구의 전부를 알기 위해 합리와 이성으로 설명되는 세계를 넘어, '광기'라 불리는 영역에 자신의 인생을 맡기는 걸 주저하지 않는 자들. 이들의 이야기를 그려낸 『지.』는 스펙터클한 가상 역사 판타지이자 지성과 신념을 둘러싼 뜨거운 인간드라마라 부르기에 손색없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