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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년 은일당 사건 기록 2 - 호랑이덫 ㅣ 부크크오리지널 5
무경 지음 / 부크크오리지널 / 2022년 7월
평점 :
은일당 사건 기록 1에 이어서 또 다시 사건에 휘말린 경성의 모던보이, 에드가 오. 러시아에서 돌아온 친구 세르게이 홍을 만나러 나갔다가 눈 앞에서 사람이 총에 맞아 죽는 걸 본 에드가 오는 남정호 순사부장에게 끌려가 취조를 받게 되고, 세르게이 오가 범인으로 의심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편 경찰에서는 조선박람회를 앞두고 호랑이덫이라는 비밀작전을 수행 중인데, 에드가 오가 목격한 살인사건과 사라진 세르게이 홍, 호랑이덫 이 3가지 사건이 뒤얽히며 독자를 1929년 경성으로 끌어당긴다.
지난 작품이 1920년대 일제강점기가 배경임에도 시대의 아픔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면, 이번 작품은 관동대지진이라는 아픈 역사가 작품을 관통하며 역사인식을 일깨워 준다. 에드가 오가 지닌 관동대지진의 기억 한 조각은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오히려 더 아프게 느껴지고, 여기에 조선 땅에서 일본인들이 보여주는 적나라한 조선인에 대한 멸시와 차별은 분노를 불러 일으킨다.
여전히 에드가 오는 철딱서니 없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전작보다 심각해진 작품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데 큰 역할을 한다. 세르게이 홍의 행적에 대해 파헤치며 사건에 좀 더 진지하게 몰입하는 걸 보고 있자면 전작에 비해 그가 탐정으로서 조금은 성장했다는 생각도 든다.
전작의 인물들이 대거 등장해서 반가운 와중에, 이번에는 선화보다는 연주가 맹활약을 펼친다. 여전히 다방 흑조에서 고고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녀는 에드가 오가 놓친 사실들을 짚어주며 탁월한 추리력을 보여준다.
선화는 경성에서 떠도는 소문의 핵심을 꿰뚫는 명민함을 보여주는데,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소문의 본질이 똑같다는 점은 여전히 변하지 않은 사회와 우리를 돌아보게 만든다.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에 대한 무차별하고 무자비한 학살도 결국 소문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마지막에 사건을 해결하는 부분은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에서 포와로가 사건 관련자들을 모두 모아서 진실을 밝히는 클리셰의 오마주같다. 다만, 연주가 어마어마하게 판을 크게 벌렸을 뿐. 드러난 진실은 식민지 조선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줘 어딘가 씁쓸하지만, 일제의 비밀작전을 무력화시킴으로써 통쾌감을 주기도 한다.
이번 작에서는 1편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인물들의 서사가 더 자세히 드러나면서 ‘1929년 은일당 사건기록’이 시리즈물로서 확실하게 자리매김한다. 은일당의 속사정이나, 선화와 연주의 관계, 계월과 연주 사이의 비밀 등이 드러나면서 그간의 궁금증이 해소된다. 하지만 여전히 모호한 선화와 연주가 멀어지게 된 계기나 선화와 계월이 마지막에 나누는 대화는 앞으로도 은일당 사건 기록이 이어질 것임을 암시하며 기대감을 자아낸다. 다음번에는 에드가 오가 어떤 사건에 휘말릴지, 벌써부터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