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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과 나아감에 대하여 - 인생의 오아시스를 만나는 예일대 명강의
마릴린 폴 지음, 김태훈 옮김 / 북플레저 / 2024년 11월
평점 :
쉴 땐 제대로 쉬어야 한다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바쁘게 사느라 쉬는 방법조차 잊어버린 현대인에게 '제대로 쉰다'는 개념은 그 자체로 생소하다. 돌이켜보면 휴식을 빙자해서 새로운 일을 하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지 않은가. 그럴 때면 분명 쉬었다고 생각하지만 더 피곤함을 느낀다.
'쉼과 나아감에 대하여'는 제목 앞에 '진정한'이라는 단어가 생략되어 있다. 저자는 우리 모두가 자신만의 오아시스를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사실 휴식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책들은 많다. 그럼에도 이 책이 의미있는 이유는 ‘왜’에 멈추지 않고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우리에게 왜 오아시스가 필요한지, 그 필요성을 조명한다. 휴식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지만, 다들 쉴 시간이 없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럴 때일수록 쉬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동시에 휴식이라는 이름으로 우리가 하는 일들이 정말 우리를 쉬게 하는지, 휴식이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한다. 휴식은 내게 유용한 일이 아니라 내게 좋은 일을 하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은 휴식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부순다.
2부에서는 어떻게 나만의 오아시스를 만드는지, 그 방법에 대해 논한다. 자기 자신이 이미 경험했듯이 저자는 우리가 어느 날 갑자기 오아시스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만의 휴식 시간, 오아시스를 찾겠다고 다짐한다 해서 눈 앞에 오아시스가 나타나지는 않는다. 저자는 우리가 오아시스를 찾기 위한 첫 발을 내딛을 수 있도록 일상생활에서 적용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과 마음가짐을 제시한다. 오아시스 타임을 시작하고 끝내는 의식 만들기, 오아시스 타임에 무엇을 할지 계획 세우기, 타인을 초대해서 요리하고 식사하기 등 이미 휴식 중에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던 행동도 있고, 새롭게 시도해보고 싶은 행동들도 있었다.
마지막 3부에서는 이렇게 연습한 오아시스 만들기를 실제 적용해본다. 저자는 우선 우리가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철저하게 점검해보라고 제안한다. 정말로 쉴 시간이 없는 것인지 따져보라는 것이다. 아울러 나만을 위한 시간을 확보할 방법들도 제시한다. 특히나 저자는 일과 휴식의 경계를 명확하게 할 것을 말한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경계를 분명히 하는데 타인의 요청을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거절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부분이었다. 사회에 속한 이상, 나만의 시간을 갖기란 내 의지만으로 되지는 않는다. 내 시간을 지키기 위해서 때로는 거절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점은 그 무엇보다 나 자신을 인생의 우선순위로 올려야 한다는 깨달음을 주었다.
혹독한 사막을 걷듯 바쁘고 힘들게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겐 오아시스가 필요하다. 그 오아시스가 어떤 모습일지는 제각각 다를 것이고, 이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연말을 맞아 한 해를 돌아보면서 자신만의 오아시스를 어떻게 가꿀지 생각해 보면 어떨까. 잠시 멈춰서 그간 걸어온 길을 되짚어봐야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제대로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