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민파파의 회고록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 3
토베 얀손 지음, 따루 살미넨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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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베 얀손의 무민보다는 일본의 애니메이션으로 본 무민이 더 익숙하다. 하얗고 통통한 하마가족, 그 귀여운 캐릭터를 생각하며 읽고 싶다 손을 들었다. 책이 도착했을 때 우리 딸의 표정이 너무 웃겼다. 이 아이의 머리 속에도 무민은 귀여운 캐릭터 세상이었는지 두툼한 두께의 책을 보더니 한숨을 .....
  아이의 마음이 십분 이해되었다. 나 역시 이렇게 두꺼운 장편의 글로 만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으니 더구나 <무민파파의 회고록>은 그야말로 무민파파가 무민골짜기에 살기 전 어떻게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는지에 대한 역사이기에 살짝 지루하기도 했다. 이 지루함이 번역에서 온 것인가 역자 이름을 보니 따루다....예전 k본부 방송에서 나왔던....비전문 번역자의 한계인가 싶었는데 요 시리즈의 또다른 책 <위험한 여름>은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이 회고록이라는 내용의 한계인 듯 하다. 
  이 책의 강점는 등장동물들의 성격파악을 하는데 용이하다는 것이다. 동물인지 이름인지 헛갈린 많은 등장인물 정리편이라고 생각하고 읽으면 좋다. 대한민국의 보통 어른인 나로서는 본인에 대한 무한 자긍심 가득한 무민파파가 조금 낯설었고 그에게 매력이 느껴지진 않았다. 오히려 짧은 시간 등장했지만 따뜻하게 품어줄 줄 아는 무민마마가 훨씬 와닿았다. 유머코드도 나와 맞는 듯 하고
  고전이라 살짝 지루했던 것이라 믿고 싶다. 묘사는 굉장히 좋은 편이라 이렇게 소설보다 영상으로 만난 무민이 더 매력적이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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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가림
어단비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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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셋 반 
< 달가림 > 인터넷 소설과 대중 소설의 경계점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소설이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 있는 소설 속 숲처럼.

  글을 읽다 나를 멈추게 한 장면이 있다. 문영이 효주를 데리고 꼭 보여주고 싶은 곳이라면서 데리고 갔던 호숫가 토끼풀 꽃이 자라고 호수 위로 별들이 그 생명을 다해서 떨어지려고 하는 장면....읽고 있는데 눈 앞에 그 풍광이 펼쳐지면서 그림이 그리고 싶어졌다.  문영이 왜 효주의 손을 잡고 그리 급히 뛰었는지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장면이었다.

  숲이라는 공간이 새로운 세상으로 제시되었지만 그 안에 새로운 세계관을 만드는 데는 다소 부실했지만 순간 순간 잡아내는 이런 장면들이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 장면뿐 아니라 여시가 시집가는 모습이나 도깨비불이 문영을 감싸는 순간들은 환상의 세상 그 너머를 엿보게했다.

  천애고아로 자라서 늘 정에 굶주리고 누군가 나를 떠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옆에 있는 사람에게 애정을 갈구했던 효주에게 듣어본 적 없는 할머니의 유산을 받으라는 연락이 온다.  직장도 남자친구도 잃고 아무런 의욕도 없던 효주는 혹시나 싶은 마음으로 할머니가 살았던 동네를 찾는다. 충청도 꼴짝에 있는 그냥 시골집 뒤로 숲으로 가는 사당이 있다. 우연히 들어간 숲에서 만난 남자, 그와 보내게 되는 5일간의 이야기다.

  잔잔하고 예쁜 한 편의 그림같은 이야기다. 로맨스라고 치부하기엔 달달함도 진한 애정표현도 없다. 그럼에도 사랑이란 것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게 하는 글이다. 할머니의 사랑의 방법도, 나를 자꾸 뒤돌아보게 만드는 연민도,  지나가버린 옛 남자친구의 모습도 모두가 그 순간 순간의 사랑이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리고 환상의 이미지를 완성해주는 마지막 장면까지

  대단한 사랑이야기는 아니지만 예쁘고 지켜주고 싶은 이야기라 읽는 동안 푸근해지는 그 느낌이 좋았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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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괴괴 : 저주받은 갤러리 기기괴괴
오성대 글.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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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세개 반

  작가 소개가 인상적이다. "기괴한 만화를 그리지만 그리 기괴한 사람은 아닙니다. " 책 날개에 적힌 그의 솔직한 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한편으로 얼마나 기괴한 이야기인데? 완전 무서운 것 아냐? 라는 기대심리도 작동시작!!

  나보다 빨리 읽기 시작한 초등 3학년 둘째, 270쪽까지 읽고는 더는 못 읽겠다 책을 덮고 이불 속에 쏙~~ 그러다 자꾸 이상한 생각이 들어 잠이 안 온다며 옆에서 부비적 부비적....칭얼대다 한 참 뒤에야 잠나라로 떠났다. 우리 딸이 잠들고서야 시작한 <기기괴괴>, 역시 만화라 휘리릭 읽었다. 생각보다는 무섭지 않았다.

  기괴하긴 하지만 섬뜩하지 않아 맘에 들었다. 섬뜩하기까지 했다면 둘째딸이 아니라 내가 잠을 못 이뤘을테다.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건들지 않아줘서 고마웠다. 요물이나 귀신의 등장은 잘 견딜 수 있는데 요 분들의 등장이 다소 약한 점은 살짝 아쉬움이.....

  제목으로 걸린 저주받은 갤리리는 제목으로 뽑힌 것답게 엄청난 분량을 자랑한다. 내용상의 필요는 인정하지만 괴담치고는 조금 긴 길이...마지막까지 가면서 살짝 지루함이 있었다. 조금 더 양을 줄이고 빠른 진행으로 보여줬음 더 낫았을 듯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당첨번호, 진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우습기도 하고 섬뜩하기도 한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괴담이다. (무서워하면서도 보고싶어지는 류~~~) 탐욕으로 인간이 괴물이 되어가는 일련의 과정이 너무나 잘 묘사되어 있다.  그리고 결국 자신이 그 피해자가 된다는 설정 역시도 아~ 하는 탄식이 터져나온다.

 그러나 책을 보며 가장 즐거웠던 것은 역시나 부록으로 실린 장르파괴괴....푸하하하

  괴담이 코믹으로 변하는 그 순간 순간이 앞 부분을 다시 들쳐보고 싶게 만들 정도로 매력적이다. 한바탕 웃음까지 선사해줘서 마지막까지 즐거웠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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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에서 24시간 살아보기 - 2000년 전 로마인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생활 밀착형 문화사 고대 문명에서 24시간 살아보기
필립 마티작 지음, 이정민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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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에서 24시간 살아보기>

 요즘은 책을 선택할 때도 표지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고 제목만 보고는 이 책 괜찮네...하며 집어든다. 이 책이 그랬다. 로마 24시간 풀코스 플랜이 들어간 여행에세이 정도로 생각했다. 이탈리아는 워낙 도시 국가가 성행했던 곳이고 어느 도시도 무시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지고 있기에 하루씩 돌며 여행하려나보구나 자의적으로 판단했다. 훗, 그렇다. 자의적 판단이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로마는 서기 137년 로마의 권세가 하늘을 찌르던 최 전성기 당시를 살아가던 여러 직업군의 모습을 한 시간 단위로 쪼개서 보여주는 생활밀착형 문화사이다. 순찰대원에서부터 저녁 식사에 초대받은 식객의 모습까지 다양한 직업, 다양한 계층이 얽히고 설키어 살아가는 하루를 온전히 보여준다.

  실명을 달고 나오는 이야기를 보며 진짜 있었던 일을 모아놓은 것일까 궁금해진 것을 안다. 결론은 가짜다. 그러나 인물의 이름이 가짜일 뿐 철저한 고증을 거쳐 그들의 생활을 글로 재현해놓은 것이다. 가짜지만 진짜같은 느낌적인 느낌!을 팍팍 만끽할 수 있다.

  당시 로마의 민낯을 보는 듯 하면서도 너무나 실감나는 표현들 때문에 역사책이 아닌 한 편의 영상물을 보는 듯 하다. 한 시간 간격을 주인공이 바뀌지만 그들이 바뀌는 순간 순간도 유기적으로 어찌나 잘 구성을 해놨는지 고 부분을 기다리는 재미도 솔찬했다.

  네로의 화재 이후 불이나 주택이 타버리는 것을 조심하기 위해 집안에는 오븐이 없었다는 이야기에는 실소를 금치못했다. 그 많은 로마인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제빵사는 어마어마한 양의 빵을 만들 수 밖에 없었겠다싶고 선택의 폭이 넓은 듯 보여도 실상 갇혀 살아가는 것은 똑같은 무녀나 여사제의 삶도 흥미로웠다. 인간의 소변을 모아 빨래를 했다는 부분에서는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냄새 장난 아니었을텐데 싶었다.

  이런 생각지도 못했던 사실이 하나 하나 들어날 때마다 어찌나 그리 재미지던지 일반 대중의 생활사를 다룬 책 중 흥미면에 최고를 달리는 책이지 않을까 싶다. 소장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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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빙 미스 노마 - 숨이 붙어 있는 한 재밌게 살고 싶어!
팀, 라미 지음, 고상숙 옮김 / 흐름출판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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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첫 인상과 마지막 인상이 이렇게 다른 책이 또 있을까? 처음 몇 장을 읽고선 도저히 책을 읽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소설인 줄 알았다가 에세이라는 점에 실망했고 암에 걸린 할머니를 모시고 며느리와 아들이 캠핑카로 여행을 하는 이야기였는데 전문가가 아닌 가족이 쓴 글이라 글 속에서 투박함이 모로 들어나서 읽고 싶은 마음이 사라져버렸다. 나에게 온지 한 달이 넘는 기간동안 다른 숙제가 많다는 핑계를 대며 책을 멀리했다. 더 이상 미루면 영영 못 읽을 것만 같아서 꾸역꾸역....정말 그 기분으로 책을 읽었다.

 

  그러나 웬걸...꽤나 괜찮은 책이다.  파울료 쿄엘로에서부터 나영석까지 왜 이 책을 추천했는지 그 느낌 알겠다. 시큰둥하고 거만하게 뒤로 저쳐진 나의 몸이 어느 순간 책을 향해 기울어지는 기분이었다. 뒤의 어느 부분에선가는 나도 모르게 눈물을 훔친 곳도 나타났다. 한 마디로 표현하지면 "조용한 감동"이었다. 역시 글에서 중요한 것은 스킬이 아니라 그 글이 지닌 진실성이라는 것을 제대로 느끼게 해준 책이다. 꾸며진 글이 아닌 진짜 마음이 담긴 글을 보는 기쁨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

 

  여기 저기 떠돌면서 살아가는 아들이 몇 년만에 부모님 댁에 왔더니 집안꼴이 말이 아니다. 아버지는 몸이 아파 거동을 못하시고 어머니는 그 옆에서 온갖 기운을 잃어버린 듯 하다.  자신이 돌아온지 얼마되지 않아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암선고를 받는다. 오랜 병간호에 지쳐 이젠 병원은 쳐다도 보기 싫다는 어머니를 어찌해야할지 몰라 고민하다 그들의 여행에 함께하기로 결정한다.

 

  자유롭게만 살던 부부가 노모를 모시고 캠핑카에서 사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에 오래생각했지만 어머님의 의사가 확실했기에 함께 떠나고 그 시간을 아들과 며느리가 기록한다. 캠핑카의 구입에서부터 어머니의 건강, 여행길 중간 중간 위기가 닥칠 때마다 먼저 간 동생이 그들과 함께함을 보여주듯 일이 물 흐르듯 해결된다. 그들의 긍정적인 마인드가 큰 힘을 발휘한 것이지만 플라시보효과도 있는 듯....

 

  90넘은 나이에 캠핑카의 생활을 택한 미스노마도 대단했지만 나의 눈길을 끈 것은 이집 며느리 라미였다. 그녀가 어머니와의 여행을 하며 했던 가장 큰 고민은 시어른과의 불편한 생활이 아니었다. 그녀에게 효의 개념은 없지만 인간에 대한 측은지심이 있었다. 단지 그녀는 누군가를 위해 봉사하고 뜻깊은 일을 함으로서 긍정적 에너지를 얻곤했는데 그런 부분을 할 수 없다는 괴로움에 힘들어했다. 생의 방향을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니 이런 원대함은 정치가만이 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 상담교사가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충격이었다.

 

  물론 나 역시 아이들을 만나고 아이들이 즐거워하면 행복해지고, 그들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소리를 들으면 뿌듯하다. 그러나 그것이 세상을 발전시킨다는 것과는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어준다는 것과는 연결시키지 못하고 살았는데 그녀는 자신의 작은 행동이 세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언듯보면 근자감같은 그 생각이 나는 부럽고 또한 부끄러웠다.

 

  생각이란 것이 이렇게 중요하구나 다시 한 번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고 내가 하는 행동이 세상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자신감을 나 스스로 뿜뿜하며 살아봐야겠구나 하는 웃음기어린 생각도 해봤다.

 

  할머니의 여행기가 왜 감동을 줄까 궁금하다면 직접 읽기를 희망한다. 구차한 언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생명력을 글 속에서 느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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