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이 머무는 공간으로의 여행
윤정인 지음, 이부록 그림 / 알마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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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책방이란 공간이 주는 의미는 남들과 조금은 다를 거라 생각한다. 책방이라는 공간에 추억까지는 아니지만 자기 나름의 기억을 가지고 있을테다. 나 역시 그렇다. 학교 다닐 때는 정말 자주 책방에 들락거렸고 주머니사정이 여의치못해 조금씩 조금씩 도둑독서를 하기도 했고 누군가 생일선물을 사준다치면 서점으로 데려가기도 했다. 그때 내 손에 들린 책들을 아껴가며 읽곤 했다.

 

  이 책의 저자 윤정인도 비슷했나보다. 그녀에겐 자주 드나들던 헌책방이 있었다한다. 꽤 오래된 동네 서점이 없어지는 것을 목격하면서 그녀의 추억이 묻혀있던 안식처를 더이상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살아 있는, 책이 있는 공간을 찾아다니기로 마음먹었단다. 우리나라 방방곡곡에 있는 서점들을 찾아가고 인터뷰해서 정리한 이른바 그녀만의 책방 탐방기를 정리해 책을 내었다.

 

  그녀가 찾아간 서점은 13곳, 도서관9곳, 책마을 1곳 총 23곳이다. 그 중 내가 이름을 들어봤던 곳은 겨우 4곳...나머지는 모두 그녀 덕에 알게된 곳, 내가 가고싶은 곳이 되었다.

 

  읽으며 가고싶은 곳을 찾아 인덱스를 붙였더니 저리 덕지덕지가 되어버렸다. 23곳 중 12곳에 표시를 하였으니 그녀가 적어놓은 탐방기가 적어도 나에게는 성공이지 않을까 싶다. 찾아갈 곳을 챙겨넣는 독자가 나 하나만은 아닐꺼라 믿는다. 아니 그런 독자를 여럿 알고 있다. 함께 가자 약속한 이도 있으니

 

  우리가 기존에 알고있는 대형서점의 형태에서 벗어난 이색서점들이 많다. 독립출판물을 다루는 곳도 있고, 책방주인이 읽은 책만 파는 곳도 있고 청소년과 함께 인문학을 공부하는 서점도 있다.잡지만 다루는 곳, 추리소설만 있는 곳, 지역의 이야기를 만들어 출간하는 서점 등등 세상에 이렇게 다양한 서점이 많았다. 외국 책 속의 서점들만 부러워하고 있었는데 그만한 서점이 우리에게도 있다는 것이 좋았고, 어딘가에 내가 찾아갈 장소가 있다는 것이 든든하다 여겨졌다.

 

  글은 대체적으로 저자가 찾아갔을 때 받았던 인상을 중심으로 서술한다. 서점 입구에서부터 책을 만나고 서점사람을 만나기까지의 과정이 길게 묘사되어 있다. 글 중간 중간 자신의 이야기, 혹은 서점사람의 이야기가 섞이고 마지막엔 서점사람이 추천하는 책을 실었다. 서점사람이 추천하는 책들 중 사사키 아타루의 <잘라라 기도하는 저손을>이 눈에 들어왔다.

 

  전에 사사키 아타루의 <이 치열한 무력을>을 읽은 적이 있는데 읽는 내내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읽는데만 4주가 걸렸지만 읽고 나서 다시 한 번 이 사람의 글을 꼭 읽고 싶다는 느낌이 강하게 느꼈던 바 여기서 그의 이름을 들으니 반가웠다. 올해 숙제책은 이것이 되겠구나 싶었다. 미스터 버티고의 주인장이 소개해준 책인데 그 역시 여러 사람에게 권했는데 읽는 이들마다 반응이 좋았다한다.

 

  책 크기도 작고 내용이 무겁지 않아 쉽게 빠르게 읽었다. 서울을 오가는 기차에서, 이동하는 지하철에서 읽었는데 옆 사람이 책을 보고 궁금해 질문을 한 경우는 처음이었다. 내 앞에 앉았던 예쁜 아가씨는 핸드폰을 꺼내 검색하는 것을 보았다. 예쁜 표지, 독특한 제목이 다른 이들로 하여금 궁금증을 자아낸 듯 하다. 가볍게 읽고 싶은데 그렇다고 아무것도 없는 말장난 같은 책은 싫다면 이 책이 당신에게 해답이 되어 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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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나무 2017-04-18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으셨을지도 모르겠지만 사사키 아타루의 책 중에서는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이란 책이 아마 제일 많이 읽힌 책일 거에요. <이 치열한 무력을>보다는 조금 더 잘 읽히더라구요. ^^

늘봄처럼 2017-04-21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이 더 많이 읽히고 반응도 더 좋다하더라구요. 아직은 읽지 못했고 올해가 가기 전 꼭 읽어야겠다 생각하고 있는 책입니다. 조언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