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빙 미스 노마 - 숨이 붙어 있는 한 재밌게 살고 싶어!
팀, 라미 지음, 고상숙 옮김 / 흐름출판 / 2018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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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첫 인상과 마지막 인상이 이렇게 다른 책이 또 있을까? 처음 몇 장을 읽고선 도저히 책을 읽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소설인 줄 알았다가 에세이라는 점에 실망했고 암에 걸린 할머니를 모시고 며느리와 아들이 캠핑카로 여행을 하는 이야기였는데 전문가가 아닌 가족이 쓴 글이라 글 속에서 투박함이 모로 들어나서 읽고 싶은 마음이 사라져버렸다. 나에게 온지 한 달이 넘는 기간동안 다른 숙제가 많다는 핑계를 대며 책을 멀리했다. 더 이상 미루면 영영 못 읽을 것만 같아서 꾸역꾸역....정말 그 기분으로 책을 읽었다.

 

  그러나 웬걸...꽤나 괜찮은 책이다.  파울료 쿄엘로에서부터 나영석까지 왜 이 책을 추천했는지 그 느낌 알겠다. 시큰둥하고 거만하게 뒤로 저쳐진 나의 몸이 어느 순간 책을 향해 기울어지는 기분이었다. 뒤의 어느 부분에선가는 나도 모르게 눈물을 훔친 곳도 나타났다. 한 마디로 표현하지면 "조용한 감동"이었다. 역시 글에서 중요한 것은 스킬이 아니라 그 글이 지닌 진실성이라는 것을 제대로 느끼게 해준 책이다. 꾸며진 글이 아닌 진짜 마음이 담긴 글을 보는 기쁨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

 

  여기 저기 떠돌면서 살아가는 아들이 몇 년만에 부모님 댁에 왔더니 집안꼴이 말이 아니다. 아버지는 몸이 아파 거동을 못하시고 어머니는 그 옆에서 온갖 기운을 잃어버린 듯 하다.  자신이 돌아온지 얼마되지 않아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암선고를 받는다. 오랜 병간호에 지쳐 이젠 병원은 쳐다도 보기 싫다는 어머니를 어찌해야할지 몰라 고민하다 그들의 여행에 함께하기로 결정한다.

 

  자유롭게만 살던 부부가 노모를 모시고 캠핑카에서 사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에 오래생각했지만 어머님의 의사가 확실했기에 함께 떠나고 그 시간을 아들과 며느리가 기록한다. 캠핑카의 구입에서부터 어머니의 건강, 여행길 중간 중간 위기가 닥칠 때마다 먼저 간 동생이 그들과 함께함을 보여주듯 일이 물 흐르듯 해결된다. 그들의 긍정적인 마인드가 큰 힘을 발휘한 것이지만 플라시보효과도 있는 듯....

 

  90넘은 나이에 캠핑카의 생활을 택한 미스노마도 대단했지만 나의 눈길을 끈 것은 이집 며느리 라미였다. 그녀가 어머니와의 여행을 하며 했던 가장 큰 고민은 시어른과의 불편한 생활이 아니었다. 그녀에게 효의 개념은 없지만 인간에 대한 측은지심이 있었다. 단지 그녀는 누군가를 위해 봉사하고 뜻깊은 일을 함으로서 긍정적 에너지를 얻곤했는데 그런 부분을 할 수 없다는 괴로움에 힘들어했다. 생의 방향을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니 이런 원대함은 정치가만이 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 상담교사가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충격이었다.

 

  물론 나 역시 아이들을 만나고 아이들이 즐거워하면 행복해지고, 그들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소리를 들으면 뿌듯하다. 그러나 그것이 세상을 발전시킨다는 것과는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어준다는 것과는 연결시키지 못하고 살았는데 그녀는 자신의 작은 행동이 세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언듯보면 근자감같은 그 생각이 나는 부럽고 또한 부끄러웠다.

 

  생각이란 것이 이렇게 중요하구나 다시 한 번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고 내가 하는 행동이 세상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자신감을 나 스스로 뿜뿜하며 살아봐야겠구나 하는 웃음기어린 생각도 해봤다.

 

  할머니의 여행기가 왜 감동을 줄까 궁금하다면 직접 읽기를 희망한다. 구차한 언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생명력을 글 속에서 느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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