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가림
어단비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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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셋 반 
< 달가림 > 인터넷 소설과 대중 소설의 경계점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소설이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 있는 소설 속 숲처럼.

  글을 읽다 나를 멈추게 한 장면이 있다. 문영이 효주를 데리고 꼭 보여주고 싶은 곳이라면서 데리고 갔던 호숫가 토끼풀 꽃이 자라고 호수 위로 별들이 그 생명을 다해서 떨어지려고 하는 장면....읽고 있는데 눈 앞에 그 풍광이 펼쳐지면서 그림이 그리고 싶어졌다.  문영이 왜 효주의 손을 잡고 그리 급히 뛰었는지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장면이었다.

  숲이라는 공간이 새로운 세상으로 제시되었지만 그 안에 새로운 세계관을 만드는 데는 다소 부실했지만 순간 순간 잡아내는 이런 장면들이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 장면뿐 아니라 여시가 시집가는 모습이나 도깨비불이 문영을 감싸는 순간들은 환상의 세상 그 너머를 엿보게했다.

  천애고아로 자라서 늘 정에 굶주리고 누군가 나를 떠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옆에 있는 사람에게 애정을 갈구했던 효주에게 듣어본 적 없는 할머니의 유산을 받으라는 연락이 온다.  직장도 남자친구도 잃고 아무런 의욕도 없던 효주는 혹시나 싶은 마음으로 할머니가 살았던 동네를 찾는다. 충청도 꼴짝에 있는 그냥 시골집 뒤로 숲으로 가는 사당이 있다. 우연히 들어간 숲에서 만난 남자, 그와 보내게 되는 5일간의 이야기다.

  잔잔하고 예쁜 한 편의 그림같은 이야기다. 로맨스라고 치부하기엔 달달함도 진한 애정표현도 없다. 그럼에도 사랑이란 것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게 하는 글이다. 할머니의 사랑의 방법도, 나를 자꾸 뒤돌아보게 만드는 연민도,  지나가버린 옛 남자친구의 모습도 모두가 그 순간 순간의 사랑이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리고 환상의 이미지를 완성해주는 마지막 장면까지

  대단한 사랑이야기는 아니지만 예쁘고 지켜주고 싶은 이야기라 읽는 동안 푸근해지는 그 느낌이 좋았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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