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발견 - 나의 특별한 가족, 교육, 그리고 자유의 이야기
타라 웨스트오버 지음, 김희정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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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섯 살까지 학교에 가본 적 없던 소녀가 케임브리지 박사가 되기까지


- 책 뒤표지에서


저자 타라 웨스트오버는 열여섯 살까지 학교에 가본 적이 없었다.

미국 공교육이 가지고 있는 문제 때문에 자녀를 집에서 공부시키는 홈스쿨링을 하는 부모들이 있지만 저자의 경우에는 그러한 이유에서 학교에 가지 못한 게 아니다.

저자가 학교에 다니지 않았던 이유는 모르몬교(몰몬교) 원리주의와 피해 망상에 빠진 저자의 아버지가 학교는커녕 병원도 가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었는데, 정부에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까 봐 저자의 7남매 중 네 명은 출생증명서도 나중에서야 받게 되었다.

나는 그가 아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앗아갔다는 것에도 화가 났지만, 가족이 자동차 사고로 다쳐서 피를 흘리고 조수석에 앉았던 아내는 사고 직후부터 갈수록 얼굴 붓기와 멍이 심해졌으며 뇌 손상으로 착란 증상까지 지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는 것, 아이들도 병원에 가지 못해서 타라의 셋째 오빠 타일러는 차사고로 다쳐서 덜렁이는 이빨을 그대로 가지고 생활해야 했고, 타라의 다른 오빠인 루크는 화상으로 비명을 지르고 고통스러워했는데도 모르핀도 맞지 못하고 집에서 치료받았다는 이런 이야기들이 이어지는 것에 경악해서 욕이 다 나왔다.

아이들의 보호자로서도, 배우자로서도 제대로 된 사람이 아니었던 타라 아버지의 피해 망상이 처음부터 이렇게 심했던 것은 아니지만 타라가 회상하는 어린 시절부터는 이랬다고 한다.

이런 아버지 때문에 저자 가족은 미국 아이다호 산 아랫집에서 세상의 종말이나 정부군이 올 때를 대비해서 식량을 비축하고 정비하는 일을 하며 살았다.

타라의 어머니는 아이들을 집에서나마 교육하고자 했지만 타라의 아버지는 탐탁지 않아하며 그것마저도 방해했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타라에게 배움의 세계의 존재감을 알려준 이는 셋째 오빠 타일러였다.

타라가 보기에 옛날부터 식구들과는 다른 리듬으로 움직이는 듯했다던 타일러는 미적분을 독학하려고 학교에서 수학책을 얻을 정도로 배움을 갈망했고 어느 날 대학에 가겠다며 집을 떠났는데, 타일러 덕분에 타라가 대입자격시험(ACT)을 준비하고 대학에 입학하게 된 것이다.

이 책 가장 앞에 쓰인 헌사의 대상이 되었을 정도로 타라를 격려하고 큰 영향을 준 인물이 타일러다.

나도 이 둘이 함께하는 풍경이 보기 좋았고, 개인적으로 타일러에 대한 부분을 흥미롭게 읽어서 그의 이야기 또한 알고 싶기에 그도 책을 써줬으면 좋겠다.

 오빠는 그 디스크를 검은 붐박스 안에 넣고는 책상에 앉아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나는 오빠 발치에 쭈그리고 앉아 카펫에 손가락으로 무늬를 만들었다. 음악이 시작됐다. (...) 익숙한 성가였다. 교회에서 늘 부르는 노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배를 한다는 마음만으로 뭉친 우리의 불협화음의 목소리들과 이 소리, 지금 들리는 이 소리는 달랐다. 경배의 느낌도 있었지만 뭔가 다른 것이 있었다. 공부하고, 단련하고, 서로 협력하는 데서 나오는 것. 아직 내가 이해하지 못한 것이었다.


p.81

 나는 다른 오빠들만큼이나 소란스러웠지만 타일러 오빠와 함께 있을 때는 완전히 딴사람이 되곤 했다. 어쩌면 음악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음악의 우아함. 아니면 오빠의 우아함 때문이었을까? 왜 그런지, 오빠는 내가 나 자신을 오빠의 눈으로 보도록 만들었다. 나는 고함을 치면 안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려고 노력했다. 리처드 오빠와 싸우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특히 오빠는 내 머리채를 움쳐쥐고 나는 오빠의 얼굴을 손톱으로 할퀴면서 둘이 한데 영긴 채 바닥에 구르는 것으로 끝나는 식의 싸움은 삼가려 애썼다.


p.82

그렇게 타라는 이전과는 다른 세상에 발을 들이게 되었지만 그 이후가 마냥 행복하거나 평탄했던 것은 아니다.

열일곱 살이 되기 전까지는 학교에 다니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집에서도 미국 교육과정을 따른 공부를 차근차근하지 못한채 단기간에 대입자격시험을 준비했고, 자라온 환경 또한 남달랐기에 대학에서의 생활이 어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책소개나 저자 소개를 읽은 사람이라면 이미 아는 바와 같이, 저자 타라 웨스트오버는 이 어려움 속에서도 최우수 학부생상을 받으며 대학을 졸업하고 케임브리지에서 박사 학위까지 받는다.

이 과정이 담긴 회상록인 이 책을 통해서 저자 타라 웨스트오버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학문으로서의, 학업으로서의 교육만이 아니라는 것을 책을 읽으며 알 수 있었다.

배움으로 이전과는 달라진 저자의 이야기는 보통 '교육'하면 떠오르는 개념을 확장시킨다.

 그 순간까지 그 열여섯 살 소녀는 늘 거기 있었다. 내가 겉으로 아무리 변한 듯했어도 내가 학업 성적이 아무리 우수하고 내 겉모습이 아무리 많이 변했어도 나는 여전히 그 소녀였다. 좋게 봐준다 해도 나는 두 사람이었고, 내 정신과 마음은 둘로 갈라져 있었다. 그 소녀가 늘 내 안에 있으면서, 아버지 집 문턱을 넘을 떄마다 모습을 드러냈다.

 그날 밤 나는 그 소녀를 불렀지만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를 떠난 것이다. 그 소녀는 거울 속에 머물렀다. 그 이후에 내가 내린 결정들은 그 소녀는 내리지 않을 결정들이었다. 그것들은 변화한 사람, 새로운 자아가 내린 결정들이었다.

 이 자아는 여러 이름으로 불릴 수 있을 것이다. 변신, 탈바꿈, 허위, 배신.

 나는 그것을 교육이라 부른다.


p.506-507

<배움의 발견> 책소개를 읽었을 때부터 나는 <길 위에서 하버드까지>라는 책이 떠올랐는데, 둘 다 미국을 배경으로 하며 공부하기에 어려운 환경에 있으면서도 노력해서 대학에 진학함으로써 이전에 자신이 속해있던 환경에서 벗어난 소녀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배움의 발견>을 읽으면서 나처럼 <길 위에서 하버드까지>를 잘 읽었던 독자라면 이 책도 좋아할 거라, 반대로 <배움의 발견>을 잘 읽은 독자도 <길 위에서 하버드까지>를 좋아할 거라 생각했다.


저자 타라 웨스트오버의 삶은 대한민국의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나의 삶과 많이 달랐는데, 내가 알지 못하는 세상을 (책을 통해서 간접적으로라도) 경험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기 때문에 책을 내려놓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계속해서 읽어나간 책이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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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 출간 70주년 기념 갈리마르 에디션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정장진 옮김 / 문예출판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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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을 출판해주다니 그저 고맙읍니다...' 하면서 읽게 되는 책이 있다.

디자인 측면에서나 내용 측면에서나 만족스러워서 소장가치가 있는 이 <어린 왕자 : 출간 70주년 기념 갈리마르 에디션>이 그렇다.

2013년에 프랑스에서 출간된 책을 이번에 문예출판사에서 국내 출간했는데, 아름다운 외형을 가진 이 책은 구성도 탄탄하며 풍부한 자료들로 가득한 사랑스러운 책이다.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앞서 말한 대로 탄탄한 구성과 풍부한 자료들 덕분에 눈을 반짝거리면서 읽었다.


먼저 1부라고 할 수 있는 '어린 왕자의 탄생'에는 <어린 왕자>의 작가 앙투안 생텍쥐페리에 대한 정보와 <어린 왕자>가 만들어진 과정과 관련 자료, 그리고 지인들이 말하는 앙투안 생텍쥐페리와 관련된 일화들이 담겨있다.

첫 장을 읽으며 앙투안 생텍쥐페리라는 작가와 작품 <어린 왕자>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는데, 내가 이 책을 읽기 전에 막연히 가지고 있었던 이미지와는 많이 달랐다.

나는 앙투안 생텍쥐페리는 <어린 왕자>로 유명해졌으며 <어린 왕자>는 프랑스에서 가장 먼저 출간되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앙투안 생텍쥐페리는 <어린 왕자>를 출간하기 전에도 작가로서 그리고 비행기 조종사로서 유명해서 신문에 사진이 실리기도 했으며 <어린 왕자>는 프랑스가 아닌 1943년에 미국에서 가장 먼저 출간되었고 3년 뒤에서야 프랑스에서 출간되었던 것이다.

그 이유는 제2차 세계대전 때문이었는데, <어린 왕자>에 안투안 생텍쥐페리의 비행기 조종사 경험이 반영된 것을 알았을 때처럼 이런 <어린 왕자>가 만들어지던 때의 시대적 배경을 생각하면 작품이 더 의미 있게 다가온다.

 "나는 모든 일이 시작되기 전에 다음과 같은 사항들에 대해 내가 먼저 결정하길 강력히 원합니다. a) 그림들의 위치 b) 그림들의 크기 c) 꼭 컬러로 인쇄를 해야 할 그림들 d) 그림들에 삽입할 글들. 예를 들어 내가 '이 그림이 내가 그를 그린 그림들 중 가장 귀여운 그림이다'라고 썼을 때 난 내가 거기에 어떤 그림을 넣고 싶은지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크게 그리고 싶은지, 작게 그리고 싶은지, 혹은 흑백으로 하고 싶은지, 색을 입히고 싶은지를. 또 그림만 그릴지, 아니면 글도 써 넣을지 등을 내가 알고 있다는 말입니다."


p.24-25

 "일이 그토록 지연된 것은 다름 아니라 그림 없이 글만 보낼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출판사 측에서는 내가 보낸 그림을 인쇄하는 데 무려 4개월이나 걸렸습니다(그만큼 내 그림들이 아름답다는 거겠죠.......)."


p.25

<어린 왕자> 표지에 그려진 그림과 삽화는 작가 앙투안 생텍쥐페리가 그린 것으로, 생텍쥐페리는 <어린 왕자>에 넣을 그림이 글과 조화를 이루도록 정성을 기울였다고 한다.

그만큼 <어린 왕자>에서 그림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그래서 <어린 왕자>에 영감을 준, 앙투안 생텍쥐페리가 그린 데생과 수채화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생텍쥐페리가 직접 그린 그림들은 종이가 접혔던 자국, 잉크가 번진 자국 , 약간 탄 흔적까지 그대로 드러나있어 더 매력적이었다.

그 밖에도 앙투안 생텍쥐페리의 여러 사진들, 지인과 함께 하거나 <어린 왕자>에 등장하는 양의 모델로 추정되는 강아지와 함께한 사진, <어린 왕자>를 집필했던 집 사진, 당시 <어린 왕자>의 광고판이나 계약서와 필사본, 초고 사진도 흥미롭게 보았다.




책 전체가 그런 느낌을 주었지만, 미출간된 한 장이라고, <어린 왕자> 책에 실리지 않았던 장면에 대해 읽을 때도 수많은 책이 쌓인 헌책방에서 희귀한 책을 발견한 듯한 짜릿한 느낌을 받았다.

다른 판본을 비교한 것도 흥미로웠는데, 당시 미국에서 삽화를 가져올 수가 없어서 프랑스에서 출간된 판본에는 앙투안 생텍쥐페리의 삽화가 아니라 그것을 잘 모방한 그림이 들어갔다는 것은 (그 책을 구매했던 사람이라면 서운할 일이겠지만 나에게는) 재미있는 뒷이야기였다.

그래도 다행히 나중에는 생텍쥐페리가 그린 삽화롤 교체되었다고 한다.


지인들이 말하는 앙투안 생텍쥐페리와 관련된 일화를 읽고 나면 2부로 삽화가 그려진 <어린 왕자> 본문을 읽을 수 있다.

나는 어렸을 때 <어린 왕자>를 읽은 이후로 오랜만에 다시 <어린 왕자>를 손에 들었는데, 어른이 되어 읽은 <어린 왕자>는 어렸을 때 읽었던 것과 퍽 다른 감상을 주었다.

<어린 왕자> 가장 앞에는 앙투안 생텍쥐페리의 친구 레옹 베르트에게 바치는 헌사가 있는데, 그 헌사부터가 나에게 진한 자국을 남기며 시작했다.

헌사 자체도 뭉클하지만 1부 '어린 왕자의 탄생'에서 반유대주의 정부가 들어서고 독일에 지배를 받는 프랑스에 유대인 친구 레옹 베르트를 두고 왔다는 이야기를 알게 되어서 더욱 그랬다.

이렇게 '어린 왕자의 탄생'을 읽으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쌓고 <어린 왕자>를 읽게 된 것도 옛날에 읽었던 것과 다른 감상을 하는 데 영향을 주었다.

개인적으로는 어른이 되어서 읽은 <어린 왕자>가 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아이였을 때도 인상적으로 읽었기에 생텍쥐페리가 이 작품을 어른을 대상으로 할 것인지 아이를 대상으로 할 것인지 고민했던 것도 이해가 간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작품을 어른이었을 때와 아이였을 때 모두 읽어보기를 권한다.

레옹 베르트에게


나는 이 책을 어른에게 바친 데 대해 어린이들에게 용서를 구한다. 물론 내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이 어른은 이 세상에서 나와 가장 친한 친구인 것이다. 또 다른 이유가 하나 더 있는데 이 어른이 모든 걸, 어린이들을 위한 책들까지도 모두 이해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 이유도 있는데, 지금 프랑스에 사는 이 어른이 굶주리고 추위에 떤다는 것이다. 그는 위로받아야 할 처지다. 그래도 이 모든 이유가 다 부족하다면 이 어른이 아니라 옛날 어린 시절의 그에게 이 책을 바치기로 하겠다. 어른들은 누구나 다 처음엔 어린아이들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기억하는 어른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러면 이제 이 헌사를 다음과 같이 고쳐 써야겠다.


어린 소년이었을 때의

레옹 베르트에게


p.96

<어린 왕자>를 다 읽고 나면 3부로 '어린 왕자 읽기'가 나온다.

'어린 왕자 읽기'에서 여러 스케치와 데생 등 그림과 사진 자료가 함께한 <어린 왕자> 작품 해설과 다른 사람들의 <어린 왕자> 독후감을 읽고 내가 <어린 왕자>를 읽으며 느꼈던 감상과 떠올렸던 생각을 비교해보기도 하면서 <어린 왕자>를 더 깊고 넓게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그렇기에 기존에 <어린 왕자>를 읽었더라도 이 책으로 다시 한번 읽어보기를 바란다.


마지막에는 미주가 위치해있다.

앞서 이 책을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눴는데, '어린 왕자의 탄생', '어린 왕자', '어린 왕자 읽기'까지가 본문이지만 나는 '미주'까지 포함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정보성 주(주석)는 각주를 선호하고 미주는 출처나 참고자료가 적혔을 때 외에는 선호하지 않지만, 옮긴이의 친절한 주에 담긴 풍부한 정보를 보고는 이 책의 주는 미주여야 한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본문을 읽었을 때와 비슷하게 감동받았기 때문이다.


본문부터 수록된 사진과 그림 자료는 물론이고 주까지 정성이 들어갔다는 것을 보여주며 감동을 주는 책이다.

<어린 왕자>를 좋아하는 독자에게는 말할 것도 없이 큰 선물이 될 책이고, <어린 왕자>를 읽어보지 않은 사람도 읽어본 사람도 이 책으로 <어린 왕자>를 더 깊고 폭넓게 감상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새해 초부터 이런 책을 만나다니, 올해 책 읽기는 시작부터 느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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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지도 - <페러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네 번째 이야기 페러그린 시리즈 4
랜섬 릭스 지음, 변용란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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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은 흥미로운 설정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해서 내가 몇 번이고 재미있게 본 영화이다.

이 영화는 원작 소설이 있는데 <페러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시리즈로, 총 세 권이 출간되며 마무리가 된 것으로 보였지만 이번에 <시간의 지도>라는 제목의 네 번째 책이 출간되었다.

나는 영화는 여러 번 봤어도 원작 소설은 본 적이 없었기에 세 권의 원작 소설을 읽지 않았는데 과연 네 번째 책인 <시간의 지도>를 즐길 수 있을까 걱정되었지만, 제이콥이 정신병원에 강제로 끌려가는 위기에 처했으며 아이들은 루프 밖으로 나와 생활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보고 바로 읽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책을 읽기 전에 내가 했던 걱정은 기우였다.

원작 소설을 읽지 못하고 영화만 봤는데도 재미있게 이 소설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원작 소설을 다 읽었더라면 <시간의 지도>를 더욱 즐길 수 있었겠지만 나는 영화만 봤는데도 소설을 읽는 데 큰 무리가 없었다.

다만 영화는 각색되어 소설과 다른 부분이 있는데, 영화와 소설 제목인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과 <페러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의 차이와는 달리 상당히 다른 부분이다.

바로 주인공 제이콥 포트먼의 여자친구인 엠마의 설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는 엠마가 공기 중에 떠다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평소에는 몸이 뜨지 않도록 무거운 신발을 신고 다니는데, 소설에서는 그게 아니라 불을 다루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즉, 엠마와 올리브의 설정이 뒤바뀐 것이다.

이 점만 알아두면 나머지는 소설을 읽으면서 이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대략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

책 사이에 끼워져 있는 작은 책자인 '이상한 용어 사전'에 간략하게 주요 등장인물 소개와 설정에 대해 나와있으니 이것을 읽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번 이야기는 앞서 말한 것처럼 제이콥이 부모님과 삼촌들에게 이끌려 강제로 정신병원에 끌려가는 상황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그들이 타고 있는 차를 막아선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페러그린 원장과 이상한 아이들이었다.

이전에 제이콥이 페러그린 원장과 아이들을 도왔던 것처럼 이번에는 이들이 제이콥을 도와 위기에서 구해낸 것이다.

그렇게 제이콥의 집에 오게 된 페러그린 원장과 아이들이 있는 풍경을 부모님과 함께 했던 집보다 더 편안하게 느끼는 제이콥을 보면 그동안 제이콥이 심적으로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이제 이상한 아이들은 루프 밖에서 지낼 수 있게 되었지만 백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반복되는 과거에서 살아온 만큼 평범한 세계에서 평범한 사람들처럼 지내는 법을 익혀야 했는데, 이들에게 그 방법을 가르치는 건 제이콥의 몫이 되었다.

이상한 세계인 루프에서는 같은 날이 반복되기 때문에 무슨 일을 벌여도 때가 되면 원상태로 돌아갔지만 평범한 세계에서는 사람을 죽이거나 도둑질을 하면 돌이킬 수 없으니 그런 기본적인 것부터 익히도록 해야 했다.

그러나 제이콥의 할아버지이자 이상한 아이들의 옛 친구인 에이브의 집에 들렀다가 에이브가 남긴 업무 일지와 지도를 발견하면서 또다시 모험이 시작된다.



이 소설의 매력은 흥미로운 설정과 책 곳곳에 수록된 사진들이다.

내가 영화를 보기 전에 온라인에 올라온, 이상한 사진들이 수록된 책이라는 내용으로 <페러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에 대해 먼저 접했을 만큼 독특한 특징이다.

사진들 중 일부는 한눈에 봐도 괴이해 보이며 다른 사진들은 오래되어 색이 바랜듯한 컬러 사진과 흑백 사진이 자아내는 묘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방송 프로그램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 나올 법한 사진같다고 하면 감이 올 것이다.



이 사진들은 단순히 눈요기로 수록되어 있는 게 아니라 작가가 이야기에 잘 활용하여 녹여냈는데, 그래서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이야기가 실제로 있었던 일처럼 느껴져서 더 맛깔났다.

예를 들면 위 사진은 소설 속에서 아래와 같이 사용되었다.

 "다른 곳으로도 여행을 많이 했어. 엠마, 제이콥한테 네가 찍어온 사진을 보여줘!" 브로닌이 말했다.

...

 첫 번쨰 사진은 열 명쯤 되는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이 소풍이라도 나선 듯 무심한 태도로, 성난 거인이 무너뜨린 것처럼 어처구니 없이 기울어진 집들의 삐딱한 지붕에 서 있는 장면이었다.

 "칠레에서 발생한 지진 장면이야. 안타깝게도 인화지가 기록 보관용이 아니어서 악마의 영토를 떠난 뒤로 심하게 바랬어." 엠마가 설명했다.


p.40-43

이전 시리즈 이후에 제이콥과 이상한 아이들이 어떻게 지내는지가 궁금하다면, 약 680페이지의 분량을 부담스럽기는커녕 나처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네 번째 책인 이 <시간의 지도>에 이어 다섯 번째 책도 출간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앞으로도 매력적인 아이들의 이야기와 인상적인 사진이 담긴 독특한 소설을 읽을 수 있게 되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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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미 바이 유어 네임 - 《그해, 여름 손님》 리마스터판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안드레 애치먼 지음, 정지현 옮김 / 잔(도서출판)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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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팬이 있는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원작 소설인 <그해, 여름 손님>이 리마스터판으로 다시 출간되었다.

책 제목은 영화 제목과 동일하게 바귀었고, 책 표지는 신경을 많이 쓴 테가 나는데, 색감도 그렇지만 손끝을 스치는 거친 촉감에 마치 복숭아를 손에 쥐었을 때가 떠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책 커버를 벗기면 드러나는 하얀 표지는 깔끔한 영어 원서 같은 느낌을 주는데, 둘 다 홍보 문구나 인용문을 넣지 않아서 심플한 매력이 더욱 드러났다.




이야기는 엘리오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엘리오의 부모님은 매해 여름에 이탈리아에 있는 별장으로 손님을 초대했는데, 엘리오가 열일곱이었던 그해 여름에 스물넷의 올리버가 손님으로 찾아온 것이다.

엘리오는 올리버를 처음 봤을 때부터 사랑에 빠졌고, 올리버 또한 자신에게 호감이 있다고 엘리오는 생각했다.

그러나 소설의 배경이 1980년대이고 이 둘은 모두 남자였던 만큼 (심지어 성인과 미성년자였다) 서로 신중하고 또 조심스러웠다.

 다음 날 우리는 테이스 복식 경기를 했다. 쉬는 시간에 그가 마팔다의 레모네이드를 마시면서 한 팔을 내 어깨에 걸치고는 친근하고 부드럽게 마사지하듯 엄지와 검지로 살짝 꼬집었다. 정말 다정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나는 마법에 홀린 듯 완전히 정신을 빼앗겨 그의 손에서 빠져나오려고 몸을 비틀었다. 조금이라도 더 그대로 있다가는 큰 태엽을 만지는 순간 불구의 몸이 허물어져 버리는 작은 목각 인형처럼 속수무책일 것 같았다.


p.25

한편으로는 사춘기 소년의 심정만큼이나 격렬하고 노골적이기도 하다는 게 소설의 특징이다.

이 둘이 모두 공존할 수 있을까 싶지만 이 소설에는 조심스러운 접근과 격렬하며 노골적인 것이 모두 담겼다.


퀴어 영화나 퀴어 요소가 있는 드라마는 본 적이 있지만 퀴어 소설은 이 책이 처음이어서 그런지... 색달랐다.

아니, 이 소설에는 색다름을 넘어서는 자극적인, 비위를 건드리기까지 하는 요소가 있다.

무엇보다 나를 불편하게 했던 것은 이런 일들이 미성년자와 성인 사이에서 일어났다는 것이다.


그리고 글 자체도 술술 읽히는 편이 아니었다.

영화를 먼저 보지 않은 나에게는 더욱 그러했는데, 위 사항을 기꺼이 감수할,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팬이라면 소설을 읽으며 이탈리아의 여름 풍경을 머릿속에 그리고, 엘리오가 올리버를 바라보는 시선을 따라가고, 엘리오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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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연필을 씁니다 - 젊은 창작자들의 연필 예찬
태재 외 지음 / 자그마치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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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쯤 되면 대부분 펜이나 샤프를 쓰지 연필을 쓰는 사람은 흔치 않은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종이 위에 연필을 쓸 때의 사각사각함, 연필을 깎을 때의 서걱서걱함, 손에 묻어나는 나무 냄새, 지울 수 있다는 유연함 등 연필의 매력에 빠져 여전히 펜과 샤프를 쓰는 것만큼 연필을 쓰고 있다.

이 책 <여전히 연필을 씁니다>는 제목처럼 여전히 연필을 쓰고 있으며 연필이 삶의 일부분이 된 9명의 젊은 창작자들이 쓴 글을 담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연필을 좋아하지만 연필을 주제로 한 아무개의 책이었다면 다 읽을 때까지 손에 들고 있었을 거라고 장담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연필과 창작자라는 조합은 서로의 매력을 수십 배쯤은 커지게 했고, 그래서 내가 관심을 가지게 하고, 글을 읽는 것을 더 즐겁게 만들었다.



저자들은 연필로 인해 생긴 굳은살을 이야기하고, 그림을 그리기에 완벽한 연필을 찾는 여정을, 엄마가 연필로 쓴 편지를, 수집에 대한 사유를 이야기한다.

각자 연필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고, 교정을 보며 필담을 하기도 하고, 책에 밑줄을 긋고, 필사를 하고, 연필을 모아 가게를 열기도 했다.


전 카피라이터이자 시인이자 에세이스트, 만화가, 매거진 에디터, 공간 디렉터, 편집자, 에세이스트, 유튜브 크리에이터, 손글씨 크리에이터, 문구 편집숍 운영자(두 명이지만 여기에서는 하나로 묶는다) 총 9명의 창작자의 글에는 각자의 직업이 반영되었지만 글에 드러나는 연필이 가지는 특징과 연필에 대한 생각은 신기하게도 비슷한 부분이 많았는데, 그것은 나의 생각과도 같아서 공감을 수없이 불러일으켰다.

어쩌면 우리 대부분이 초등학교 저학년 때에는 연필을 사용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사프를 사용하기 시작하고, 펜을 사용하는 게 더 익숙해지는, 같은 길을 걸어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도서관 책 귀퉁이를 접는 일은 저자에게는 이렇게 글로 써 책으로 출판할 수 있는 기억일지몰라도 다른 사람에게는 책 읽는 즐거움을 반감시킨다는 걸 기억해주길. 나 같은 사람에게 말이다)


저자들의 연필과 관련된 기억들은 나의 기억과 닮아 향수를 불러일으켰는데, 어렸을 적 학교 가기 전날 밤에 연필을 깍아 필통에 넣는 일과나 연필을 우르르 들고 가면 아버지가 칼로 하나하나 깍아 주시던 희미한 기억들이 떠올랐다.

만화가 재수 씨가 입시 미술을 하며 4B연필을 깎은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내가 연필깍이가 아닌 칼로 연필을 하나하나 깎는 재미를 제대로 느끼게 된 계기였던 미술 시간이 떠올랐다.

미술 연필은 연필깎이가 아닌 칼을 사용해서 깎아야만 했는데, 나는 그게 귀찮지 않고 재미있었다.


<여전히 연필을 씁니다>에는 연필에 대한 애정 어린 사색과 경험담뿐만이 아니라 연필을 소재로 쓴 짧은 소설도 수록되었고, 연필에 대해 더 알아갈 수 있는 정보성 글도 있다.

9명의 글 중 내가 특히 재미있게 읽은 글은 가장 먼저 등장하는 작가 태재 씨의 글이다.

카피깨나 썼던 이력을 가져서인지 재치 있는 문장들에 연필 이야기가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나 싶을 정도였다.

 이렇게 계속 연필 깎는 일을 핑계로 쉬고 오는 나 녀석, 이래 봬도 엄연한 작가로서 이 지면을 받았다. 누군가 내 핑계에 인상을 쓰며 "너 이 녀석, 여러 자루를 미리 깎아 놓으면 안 되는 거야?" 하고 묻는다고 해도 나는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다. "내가 설마 그 짓을 안 해 봤겠어요? 그치만 그러면 쉬지 않고 일해야 한다고요!"


p.17


꿈은 '저런 애도 글로 밥 벌어서 먹고 사는데...'에서 '저런애'를 맡아 모두에게 힘이 되는 것이라는 재미있는 문장으로 소개되는 매거진 에디터 김혜원 씨의, 연필 때문에 잘 보이고 싶은 사람에게 발끈했던 일화나 일기가 아닌 자신의 모든 글에는 약간의 거짓이 섞여 있다고 솔직하게 쓴 글도 귀여웠지만, 다른 저자의 글과는 달리 글에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틀린 부분이 몇 군데 보이는 게 아쉬웠다.

(의도한 건 아닌데 저자의 글을 그대로 옮겨 온 아래 발췌문만 봐도 알 수 있다)

 혹시나 정말로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을까 봐 짧게 설명하자면.... 내가 일기를 꾸준히 쓸 수 있었던 비결은, '일기장에 연필로 쓰는 이야기'만이 진짜이기 때문이다. 그 외는 다 가짜다. 회사에서 쓰는 기사, (나의 본업은 잡지 에디터다) 업무상 작성한 메일, 연애 편지,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혼잣말, 친구에게 보내는 카카오톡 메시지까지. 내가 쓰는 모든 글에는 약간의 거짓이 섞여 있다. 일기를 쓰지 않는다면 나는 완전히 거짓말쟁이가 되 버릴 것이다.


p.64

9년간 편집자로 일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김은경 씨의 글을 읽다 보니 편집자의 고충을 알게 되어서 이걸 서평에 언급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도 했지만, 아쉬웠던 부분은 솔직하게 적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역시 언급한다.

저자의 말처럼 다른 사람의 오류를 지적하는 일은 미안한 일이기도 하다.

 옮음만이 존재해야 하는 사각 교정지 내에서 연필은 의외의 숨 쉴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 무언가를 적어 놓았더라도 언제든 철회하면 그만이었고 지우개로 박박 지우면 흔적이 남지 않았다. 틀릴 자유, 이 얇고 흐린 연필에는 실수를 넉넉하게 품어 주는 여유가 있었다.


p.95

그리고 작가 태재 씨의 글을 이 책의 가장 앞에 배치한 것이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처럼, 편집숍 흑심의 글을 가장 마지막에 배치한 것 또한 탁월한 선택이었다.

흑심은 연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꽤 알려졌다고 생각하는 연필 가게인데, 수록된 사진들과 함께 글을 읽으면 책을 덮자마자 당장 가게로 달려가 연필을 사고 싶어진다.




연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예쁜 노란 빛깔로 겉과 속 모두 물든 <여전히 연필을 씁니다>는 연필에 애정이 있는 사람들은 공감하며 읽고, 연필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도 추억을 회상하고 연필과 사랑에 빠질게 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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