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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하지 않고 아들 영어자립 - 파닉스부터 시작해서 해리포터까지 술술
정인아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8년 5월
평점 :
여름방학이 다가오는 것이 두렵다. 어리니 마냥 놀게 하고 싶지만 그러기는 왠지 초조하고 학원을 보내자니 불쌍하다. 그래서 작은 애가 어린이집 간 사이 내가 직접 가르쳐 보고자 하던 차에 도움이 되는 책을 만났다.
수준별로 로드맵을 제시해 준다. 이 책은 영어의 4가지 스킬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중 주요 초점을 '읽기'에
두고 있다. 그래서 로드맵도 읽기 레벨별로 달성해야 할 목표별로 제시하고 있다.
목차가 일목요연하여 소제목만 봐도 책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파악할 수 있다. 완독한 후에 목차를 보며 머릿속에 정리하고 책을 가까이 두고두고 목차를 보며 필요한
부분을 찾아읽어도 좋을 것 같다.
'단어를 시각적으로 알려줘라'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성인에게도 좋은
어휘 학습법인 것 같다. 아이들은 성인만큼 인지발달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오감을 이용한 학습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 아이를 위해 만든 PPT 자료에도
단어와 함께 구글 이미지 검색으로 찾은 이미지를 같이 넣는다. 가령,
bobcat (삵)이란 단어와 함께 사진까지 같이 넣는다.
나도 어휘를 학습할 때 꼭 사전을 찾아 제대로 된 발음과 함께 이미지 검색까지 한다. 가령, mezzanine이라는 단어의 뜻은 '중 이층, 중층 라운지'라고 나오는데 뭔 말인지 당최 모르겠다. 하지만 이미지를 찾아보면 단번에 '아~~' 하게 된다.
저자는 책을 읽는 것만으로 회화까지 된다고 말씀하셨는데 독자
각자의 판단에 따라 취할 바를 선택하면 되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저명한 언어학자
크라센도 읽기를 강조하니 내가 어찌 그게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겠냐마는 읽기란 어디까지나 하나의 영역일 뿐이다.
외국인으로서 가르치기가 가장 용이한 스킬이 '읽기'이므로
더욱 폭넓게 수용되는 면도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언어에는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BICS (basic interpersonal communicative skills)와 학업을 수행하고 지식, 정보를 수용 및 소통하는 데 필요한 CALP (cognitive
academic language proficiency)가 있다. 독서를 통해서는 아무래도
후자를 더 습득하게 될 것이다. 이 두 가지 중 어느 하나도 무시할 수 없다. 저자는 미국 유학 중, 평소엔 말 한 마디 안 하던 한국인 유학생
남성이 어느 유적지에서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더라는 예를 들고 있다. 그 분이 원서를 많이 읽으셨다고
한다. 그 분 대단하다. 그러나 그걸로 충분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교환학생으로 미국 대학에서 수업을 들었을 때, 수업을 이해하고 시험, 리포트를 쓰는 건 오히려 쉬웠다. 수업에서 만나 자기 노트를 컴퓨터로 타이핑해서 주었던 소중한 친구보다 오히려 시험 점수는 좋았다. 하지만 친구들, 교회 모임 사람들과 얘기하는 건 여전히 고역이었다. 적극적이지 못한 성격이기에 이야기 흐름 끓을까 봐 이해 못 해도 어색한 웃음으로 입을 다물기 일쑤였고 같은
학교로 간 다른 친구도 마찬가지였다. 지금도 회화는 괴롭고 두렵다.
또 한 가지 경험은 일본 대학원에 연구생으로 갔을 때 친했던
한국인 언니는 나와 띠동갑으로 다른 일본인들과의 교류는 별로 없지만 한자에 대한 지식이 풍부했고 책을 엄청 많이 읽으셨다. 우리 둘과 친했던 일본인 친구가 언젠가는 "○○상이 하는
말은 좀 이상할 때가 있어."라고 한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일어는 특히나 문어와 구어의 차이가 크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데서 온 어색함이 아니었나 싶다.
내 생각은 영어회화책을 외우든, 영화를 한 편 외우든, 영어책에 나오는 회화들을 중점적으로 외우든
듣기와 말하기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영어책들마다 CD도
있고 유튜브에 책 오디오북이나 외국인들이 읽어서 올려놓은 것들이 많으니 책을 중심으로 하면서 듣기와 말하기를 병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백미는 다양한 레벨의 책들을 소개해준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
영어 계획을 위해 봤더니 집에 있는 시리즈도 몇 있었다. 잔뜩 책 욕심만 부리지 말고 충실히 활용해야겠다.
그리고 꿀팁들을 알려준다. 일일이 검색해서 찾아내려면 시간도 걸리고
좋은 자료인지도 분간이 안 될 때가 많은데 이렇게 제시해 주시니 감지덕지하다.
그리고 유튜브에서 활용할 만한 자료들도 나와있다. 듣기나 말하기를
위해 유튜브는 정말 소중한 자산이다. 일단 들어보며 아이에게 맞을 법한 것들을 취사선택하면 좋을 듯하다.
나 자신이 책을 너무나 좋아하기 때문에 책을 읽는 것에 추호도 반대는 없지만 책을 안 좋아하는 아이들도 있고
그게 나쁜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막말로 책 안 읽어도 언어를 잘할 수 있고 공부도 잘할 수 있다. 아이의 성향에 맞춰 학습계획을 짜주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여기 소개된 책들을 도서관에서도 빌려보고 또 가지고 있는 책들은 적극 활용해서 아이와 함께 즐겁게 영어를 공부하여
여름을 무사히 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