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래빗 전집 (양장 스페셜 에디션)
베아트릭스 포터 지음, 윤후남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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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자그마한 크기의 깔끔한 양장으로 베아트릭스 포터의 23개 작품을 모아놓은 원서를 몇 달 전엔가 사 두고 읽지 않고 있던 차에, 영화도 개봉한다고 하고 한글 전집이 미출간본까지 포함하여 발간되었다. TV 애니메이션으로도 가끔 아이들과 본 적이 있어서 내가 피터 래빗 전집을 무척 잘 알고 있다고 착각했던 것 같다.

고개를 갸웃갸웃하며 이야기를 읽어나갔다. 하나하나 이야기를 읽어갈수록 놀라운 관찰력을 발휘하여 인간세계에서 관찰한 바를 동물이라는 등장인물들을 빌어 있는 그대로 표현한 문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동심으로 본 환상의 세계의 아름다운 이야기라기보다 선악의 공존, 약육강식의 냉혹한 세계, 자신의 이득을 위해 속이고 또 어리석게 속는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나온다. 그안에도 안도감을 주는 것은 선량하고 지혜로우며 때로는 눈치가 빠르고 정의감이 있어서 구원의 손길이 닿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반드시 권선징악을 들이미는 것도 아니고 각자 생긴 대로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인간은 인간이니까 동물을 잡아서 먹기도 하고 동물들 속에도 다양한 캐릭터가 존재한다. 2차원적으로 선과 악으로만 구분지을 수 없는 다양하고 독특한 캐릭터들이 살아 숨쉰다.

전집 제목이기도 한 《피터 래빗 이야기》의 피터 래빗은 호기심 왕성하고 모험을 좋아하지만 무모한 토끼다.

《다람쥐 넛킨 이야기》의 버릇없는 다람쥐 넛킨은 올빼미인 브라운 할아버지를 무시하고 농락하다 혼쭐이 나 꼬리까지 잘린 채 삼십육계 줄행랑을 친다.

《톰 키튼 이야기》의 새끼 고양이들의 엄마는 고양이들이 손님맞이용 옷을 장난을 치다 더럽히자 손님 보기 창피하다고 새끼 고양이들을 위층에서 내려오지도 못하게 한다. 너무 리얼하다.

《오리 제미마 이야기》에서는 지혜가 부족한 오리 제미마를 속이는 여우가 나온다. 제미마는 길에서 만난 말쑥한 신사의 매너와 배려에 속는다. 자기를 잡아먹으려 하는 것도 모르고 오리를 구울 때 쓰는 허브를 따기도 한다. 그걸 알아챈 목장견 콜리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통구이가 되었을 것이다.

《진저와 피클 이야기》에는 심지어 경제 원리까지 엿볼 수 있다. 외상으로 물건들을 규모 없이 파는 가게와 외상 절대 사절인 가게가 있다. 외상으로 마구 주는 가게는 결국 파산하고 독점 상황을 이용하여 남은 가게는 물건 가격을 올리고 외상은 더욱 철저히 거절한다.

어찌 보면 동심 파괴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아이들은 선하고 착하기만 한 이야기보다 더욱 좋아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말썽꾸러기 주인공들을 보며 감정이입하여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하고 주인공들의 위기에 같이 가슴 졸이기도 하며 구원의 손길에 안도하기도 할 것이다.

또한, 어른들은 정겨운 삽화와 함께 인간들의 모습을 보였다 꼬집은 이야기들을 읽으며 실소를 자아내고 객관적으로 스스로를 조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가장 맘에 들었던 건 힘이 약하여 재봉일의 마감을 맞추지 못할 위기에 처한 늙은 재봉사를 대신하며 작은 생쥐들이 정교하고 멋진 옷을 지어놓은 《글로스터의 재봉사》와 깔끔하고 온정 넘치는 세탁부 아줌마 (알고 보니 고슴도치)와 소녀 루시의 이야기를 그린 《티기 윙클 아줌마 이야기》였다. 현실에 기반한 무한 상상력 발산이다. 따뜻하고 포근하고 사랑스럽다.

'베아트릭스'는 영국 상류층에 많던 예스러운 이름이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자랐음을 이름에서부터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저자가 힐탑 농장을 구매한 레이크 디스트릭트라는 곳이 무척 궁금하다. 그 자연이 저자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끌어내는 원동력이 되었기 때문이다. 구글링해서 찾아본 레이크 디스트릭트는 과연 포터의 작품의 무대가 될 법한 아름다운 곳이다.

《해리 포터》처럼 피터 래빗 이야기도 수많은 출판사로부터 거절당했다고 한다. 굴하지 않고 될 때까지 도전한 그 정신이 대단하다. 그랬기에 오늘날 우리가 이 독특하고도 사랑스러운 그림책들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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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제명 공주 1~2 세트 - 전2권
이상훈 지음 / 박하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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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를 공부하며 어떻게 이렇게 비슷한 언어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늘 해 왔다. 서구권 언어들은 그리스, 라틴어의 어원을 공유하고 서로 정복, 지배하며 언어의 혼합이 이루어졌으니 납득이 됐는데 한국어와 일본어는 아무리 한자문화권이라는 공통점이 있기로서니 이렇게 체계가 비슷할 수가 있을까 생각했기에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됐다.

백제의 왕족 및 유민들이 일본으로 건너가 언어가 일본에 채용되고 그것이 1400년이라는 긴 세월을 지나며 독자적으로 변화해 온 것은 아닐까? 학창시절 역사시간에 우리나라에서도 한자의 일부를 차용하여 이두 문자를 썼다고 배웠는데 일본의 히라가나, 가타가나는 이두를 계승한 것처럼 생각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의 피나는 연구로 독자적인 문자를 갖게 됐기 때문에 현대 일본어와 한국어 사이에는 표기상 차이가 존재하지만 여전히 유사성이 큰 언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차에 일본과 한국의 고대사를 사료를 기반으로 하여 소설적 시각으로 조명한 《제명공주》를 알게 되어 큰 호기심을 갖고 읽었다. 제명공주의 이름은커녕, 고대사에 관한 지식이 거의 전무했던 상태에서 열심히 족보 그리며 읽었다. 내 자신이 얼마나 부끄럽던지... (문과지만 외우는 것도 잘 못했던 아픈 과거...)

현대와 고대시대를 오가며 이야기는 전개된다.

현대 한국에서 고대사를 연구하는 문 교수와 그의 조교 조민국이 일본으로 건너가 임성태자의 46대손인 30대 초반 여성 오우치 마사코, 일본의 양심적인 역사학자 스즈키 교수가 고대 일본과 한국의 관계를 증명해줄 것이라고 생각되는 《씨족기》를 찾기 위해 애를 쓴다.

고대 일본의 이야기는 백제 27대 위덕왕의 큰 아들로 왕위계승자인 아좌태자가 일본에서 사망하자 그 동생이 임성태자가 아좌태자의 아들 서동을 자신의 아들로 입적하고 귀족과 지방호족들이 반란을 일으키자 일가족을 이끌고 왜로 건나가는 데서부터 주요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아좌태자의 아들 서동이 백제로 건너가 30대 대왕 무왕이 된다. 임성태자의 아들 부여 장과 백제의 후예로서 왜에서 막강한 귀족가문을 형성한 소가대신의 딸 하나히메 사이에서 난 의자, 그리고 임성태자의 다른 아들 부여 의광의 딸이 제명공주이다. 이 소설은 결국 의자왕과 제명공주의 장렬한 사랑과 함께 백제와 왜의 장렬한 관계를 그린 역사 대서사시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이라는 노래에서도 "삼천궁녀 의자왕"이라고 훑고 지나가버리는 비운의 왕 의자왕,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기에 한국 고대사의 한 축인 백제사는 상대적으로 외면받아왔다. 이 소설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우리가 현재 아는 것이 모두 진실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우쳐준다. 이사카 고타로의 《마왕》의 주인공 안도가 끊임없이 되뇌듯 "생각해, 생각해, 생각해"를 잊지 말아야겠다.

역사적 진실에 관해 더욱 관심을 가진 것이 이 책을 읽은 소득이라면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없지 않아 있다.

첫째, 천황의 자리에 두 번이나 오른 제명공주의 인물상이다. 백제의 후예라고는 하나 왜라는 지역에 자리잡고 터를 꾸리고 살아가는 백성들을 어떻게 돌보았고 선정을 베풀었는지에 대한 기술은 거의 전무하고 본국으로 돌아간 의자왕에 대한 일편단심 뜨거운 사랑으로 거국적으로 배를 짓고 군사를 일으켜 본국을 지키려 했다는 것이 안타깝다. 애초에 백제를 지키고 계승하려 한다는 대의명분으로 다른 사람의 아이를 품고 삼촌 조메이 천황과 결혼하였고 속였다는 것도, 의자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장자 중대형과 조메이 천황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차남 대해인에 대한 애정의 크기가 달랐다는 것도 안타깝다. 그랬기에 대해인의 평생 응어리진 마음이 국가의 운명을 바꾸는 결정적인 배반을 불러왔던 것이다. 아무리 백제에서 피난 온 유민들이라도 새로 터를 잡은 곳에서 안정적으로 살고 싶은 건 인간의 본성일진대 늘 본국을 위한 전쟁만을 준비하는 제명천황의 모습이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둘째, 임성태자의 46대손인 오우치 마사코와 조민국을 의자와 제명공주의 모습에 빗대어 스토리를 이어나가는 것이 억지스러웠다는 느낌이 든다. 국내에서 방영된 역사 판타지 타임슬립물에서 나왔던 비슷한 패턴들이 답습된 것 같다는 느낌이 없지 않아 들었다. 좀 더 상상력을 발휘해 주었더라면 어땠을까?

셋째, 소설의 핵심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이다. 백제를 멸망시킨 신라에 대한 보복 정신이 유전자처럼 전승된 것이 일본의 한국에 대한 작금의 적개심의 근원이라는 가정이다. 제명천황의 큰 아들인 중대형이 왕위를 계승했다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머니와 형에 대한 반감으로 천황이었던 어머니 생전에도 백제에의 파병을 반대했고 왜의 지방 귀족들과 반란을 꾀했던 대해인이 왕위를 계승했다. 그리고 그는 백제와의 연을 끊고 일본이라는 국호와 일본의 새로운 국가체제를 정비했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백제를 멸망시킨 신라를 원망하고 복수를 위해 일본이라는 국가가 자리를 잡아가는 상황에서 새삼스럽게 군사를 일으켰을까? 대해인의 뒤를 이은 천황들 또한 새로운 국가를 견고히 세우려 하는 열망이 있지 않았을까? 자신들의 세력 확대를 위한 한반도 침략이 오히려 상식에 맞는 건 아닐까?

어쨌든 역사에 대한 관심이 너무나도 모자랐던 내게 큰 환기를 시켜주었던 책이다. 백제 관련 책들을 더 찾아서 읽어보고 싶은 강한 생각을 갖게 되었다. 너무나 소설 같은 소설, 그렇기에 현실이 소설만 같다면, 하는 생각을 했지만 꼭 한번 읽어볼 만한 팩션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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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지음 / 박하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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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를 공부하며 어떻게 이렇게 비슷한 언어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늘 해 왔다. 서구권 언어들은 그리스, 라틴어의 어원을 공유하고 서로 정복, 지배하며 언어의 혼합이 이루어졌으니 납득이 됐는데 한국어와 일본어는 아무리 한자문화권이라는 공통점이 있기로서니 이렇게 체계가 비슷할 수가 있을까 생각했기에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됐다.

백제의 왕족 및 유민들이 일본으로 건너가 언어가 일본에 채용되고 그것이 1400년이라는 긴 세월을 지나며 독자적으로 변화해 온 것은 아닐까? 학창시절 역사시간에 우리나라에서도 한자의 일부를 차용하여 이두 문자를 썼다고 배웠는데 일본의 히라가나, 가타가나는 이두를 계승한 것처럼 생각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의 피나는 연구로 독자적인 문자를 갖게 됐기 때문에 현대 일본어와 한국어 사이에는 표기상 차이가 존재하지만 여전히 유사성이 큰 언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차에 일본과 한국의 고대사를 사료를 기반으로 하여 소설적 시각으로 조명한 《제명공주》를 알게 되어 큰 호기심을 갖고 읽었다. 제명공주의 이름은커녕, 고대사에 관한 지식이 거의 전무했던 상태에서 열심히 족보 그리며 읽었다. 내 자신이 얼마나 부끄럽던지... (문과지만 외우는 것도 잘 못했던 아픈 과거...)

현대와 고대시대를 오가며 이야기는 전개된다.

현대 한국에서 고대사를 연구하는 문 교수와 그의 조교 조민국이 일본으로 건너가 임성태자의 46대손인 30대 초반 여성 오우치 마사코, 일본의 양심적인 역사학자 스즈키 교수가 고대 일본과 한국의 관계를 증명해줄 것이라고 생각되는 《씨족기》를 찾기 위해 애를 쓴다.

고대 일본의 이야기는 백제 27대 위덕왕의 큰 아들로 왕위계승자인 아좌태자가 일본에서 사망하자 그 동생이 임성태자가 아좌태자의 아들 서동을 자신의 아들로 입적하고 귀족과 지방호족들이 반란을 일으키자 일가족을 이끌고 왜로 건나가는 데서부터 주요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아좌태자의 아들 서동이 백제로 건너가 30대 대왕 무왕이 된다. 임성태자의 아들 부여 장과 백제의 후예로서 왜에서 막강한 귀족가문을 형성한 소가대신의 딸 하나히메 사이에서 난 의자, 그리고 임성태자의 다른 아들 부여 의광의 딸이 제명공주이다. 이 소설은 결국 의자왕과 제명공주의 장렬한 사랑과 함께 백제와 왜의 장렬한 관계를 그린 역사 대서사시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이라는 노래에서도 "삼천궁녀 의자왕"이라고 훑고 지나가버리는 비운의 왕 의자왕,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기에 한국 고대사의 한 축인 백제사는 상대적으로 외면받아왔다. 이 소설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우리가 현재 아는 것이 모두 진실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우쳐준다. 이사카 고타로의 《마왕》의 주인공 안도가 끊임없이 되뇌듯 "생각해, 생각해, 생각해"를 잊지 말아야겠다.

역사적 진실에 관해 더욱 관심을 가진 것이 이 책을 읽은 소득이라면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없지 않아 있다.

첫째, 천황의 자리에 두 번이나 오른 제명공주의 인물상이다. 백제의 후예라고는 하나 왜라는 지역에 자리잡고 터를 꾸리고 살아가는 백성들을 어떻게 돌보았고 선정을 베풀었는지에 대한 기술은 거의 전무하고 본국으로 돌아간 의자왕에 대한 일편단심 뜨거운 사랑으로 거국적으로 배를 짓고 군사를 일으켜 본국을 지키려 했다는 것이 안타깝다. 애초에 백제를 지키고 계승하려 한다는 대의명분으로 다른 사람의 아이를 품고 삼촌 조메이 천황과 결혼하였고 속였다는 것도, 의자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장자 중대형과 조메이 천황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차남 대해인에 대한 애정의 크기가 달랐다는 것도 안타깝다. 그랬기에 대해인의 평생 응어리진 마음이 국가의 운명을 바꾸는 결정적인 배반을 불러왔던 것이다. 아무리 백제에서 피난 온 유민들이라도 새로 터를 잡은 곳에서 안정적으로 살고 싶은 건 인간의 본성일진대 늘 본국을 위한 전쟁만을 준비하는 제명천황의 모습이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둘째, 임성태자의 46대손인 오우치 마사코와 조민국을 의자와 제명공주의 모습에 빗대어 스토리를 이어나가는 것이 억지스러웠다는 느낌이 든다. 국내에서 방영된 역사 판타지 타임슬립물에서 나왔던 비슷한 패턴들이 답습된 것 같다는 느낌이 없지 않아 들었다. 좀 더 상상력을 발휘해 주었더라면 어땠을까?

셋째, 소설의 핵심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이다. 백제를 멸망시킨 신라에 대한 보복 정신이 유전자처럼 전승된 것이 일본의 한국에 대한 작금의 적개심의 근원이라는 가정이다. 제명천황의 큰 아들인 중대형이 왕위를 계승했다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머니와 형에 대한 반감으로 천황이었던 어머니 생전에도 백제에의 파병을 반대했고 왜의 지방 귀족들과 반란을 꾀했던 대해인이 왕위를 계승했다. 그리고 그는 백제와의 연을 끊고 일본이라는 국호와 일본의 새로운 국가체제를 정비했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백제를 멸망시킨 신라를 원망하고 복수를 위해 일본이라는 국가가 자리를 잡아가는 상황에서 새삼스럽게 군사를 일으켰을까? 대해인의 뒤를 이은 천황들 또한 새로운 국가를 견고히 세우려 하는 열망이 있지 않았을까? 자신들의 세력 확대를 위한 한반도 침략이 오히려 상식에 맞는 건 아닐까?

어쨌든 역사에 대한 관심이 너무나도 모자랐던 내게 큰 환기를 시켜주었던 책이다. 백제 관련 책들을 더 찾아서 읽어보고 싶은 강한 생각을 갖게 되었다. 너무나 소설 같은 소설, 그렇기에 현실이 소설만 같다면, 하는 생각을 했지만 꼭 한번 읽어볼 만한 팩션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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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하지 않고 아들 영어자립 - 파닉스부터 시작해서 해리포터까지 술술
정인아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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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이 다가오는 것이 두렵다. 어리니 마냥 놀게 하고 싶지만 그러기는 왠지 초조하고 학원을 보내자니 불쌍하다. 그래서 작은 애가 어린이집 간 사이 내가 직접 가르쳐 보고자 하던 차에 도움이 되는 책을 만났다.

수준별로 로드맵을 제시해 준다. 이 책은 영어의 4가지 스킬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중 주요 초점을 '읽기'에 두고 있다. 그래서 로드맵도 읽기 레벨별로 달성해야 할 목표별로 제시하고 있다.

목차가 일목요연하여 소제목만 봐도 책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파악할 수 있다. 완독한 후에 목차를 보며 머릿속에 정리하고 책을 가까이 두고두고 목차를 보며 필요한 부분을 찾아읽어도 좋을 것 같다.

'단어를 시각적으로 알려줘라'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성인에게도 좋은 어휘 학습법인 것 같다. 아이들은 성인만큼 인지발달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오감을 이용한 학습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 아이를 위해 만든 PPT 자료에도 단어와 함께 구글 이미지 검색으로 찾은 이미지를 같이 넣는다. 가령, bobcat ()이란 단어와 함께 사진까지 같이 넣는다. 나도 어휘를 학습할 때 꼭 사전을 찾아 제대로 된 발음과 함께 이미지 검색까지 한다. 가령, mezzanine이라는 단어의 뜻은 '중 이층, 중층 라운지'라고 나오는데 뭔 말인지 당최 모르겠다. 하지만 이미지를 찾아보면 단번에 '~~' 하게 된다.

저자는 책을 읽는 것만으로 회화까지 된다고 말씀하셨는데 독자 각자의 판단에 따라 취할 바를 선택하면 되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저명한 언어학자 크라센도 읽기를 강조하니 내가 어찌 그게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겠냐마는 읽기란 어디까지나 하나의 영역일 뿐이다. 외국인으로서 가르치기가 가장 용이한 스킬이 '읽기'이므로 더욱 폭넓게 수용되는 면도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언어에는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BICS (basic interpersonal communicative skills)와 학업을 수행하고 지식, 정보를 수용 및 소통하는 데 필요한 CALP (cognitive academic language proficiency)가 있다. 독서를 통해서는 아무래도 후자를 더 습득하게 될 것이다. 이 두 가지 중 어느 하나도 무시할 수 없다. 저자는 미국 유학 중, 평소엔 말 한 마디 안 하던 한국인 유학생 남성이 어느 유적지에서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더라는 예를 들고 있다. 그 분이 원서를 많이 읽으셨다고 한다. 그 분 대단하다. 그러나 그걸로 충분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교환학생으로 미국 대학에서 수업을 들었을 때, 수업을 이해하고 시험, 리포트를 쓰는 건 오히려 쉬웠다. 수업에서 만나 자기 노트를 컴퓨터로 타이핑해서 주었던 소중한 친구보다 오히려 시험 점수는 좋았다. 하지만 친구들, 교회 모임 사람들과 얘기하는 건 여전히 고역이었다. 적극적이지 못한 성격이기에 이야기 흐름 끓을까 봐 이해 못 해도 어색한 웃음으로 입을 다물기 일쑤였고 같은 학교로 간 다른 친구도 마찬가지였다. 지금도 회화는 괴롭고 두렵다.

또 한 가지 경험은 일본 대학원에 연구생으로 갔을 때 친했던 한국인 언니는 나와 띠동갑으로 다른 일본인들과의 교류는 별로 없지만 한자에 대한 지식이 풍부했고 책을 엄청 많이 읽으셨다. 우리 둘과 친했던 일본인 친구가 언젠가는 "○○상이 하는 말은 좀 이상할 때가 있어."라고 한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일어는 특히나 문어와 구어의 차이가 크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데서 온 어색함이 아니었나 싶다.

내 생각은 영어회화책을 외우든, 영화를 한 편 외우든, 영어책에 나오는 회화들을 중점적으로 외우든 듣기와 말하기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영어책들마다 CD도 있고 유튜브에 책 오디오북이나 외국인들이 읽어서 올려놓은 것들이 많으니 책을 중심으로 하면서 듣기와 말하기를 병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백미는 다양한 레벨의 책들을 소개해준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 영어 계획을 위해 봤더니 집에 있는 시리즈도 몇 있었다. 잔뜩 책 욕심만 부리지 말고 충실히 활용해야겠다.

그리고 꿀팁들을 알려준다. 일일이 검색해서 찾아내려면 시간도 걸리고 좋은 자료인지도 분간이 안 될 때가 많은데 이렇게 제시해 주시니 감지덕지하다.

그리고 유튜브에서 활용할 만한 자료들도 나와있다. 듣기나 말하기를 위해 유튜브는 정말 소중한 자산이다. 일단 들어보며 아이에게 맞을 법한 것들을 취사선택하면 좋을 듯하다.

나 자신이 책을 너무나 좋아하기 때문에 책을 읽는 것에 추호도 반대는 없지만 책을 안 좋아하는 아이들도 있고 그게 나쁜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막말로 책 안 읽어도 언어를 잘할 수 있고 공부도 잘할 수 있다. 아이의 성향에 맞춰 학습계획을 짜주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여기 소개된 책들을 도서관에서도 빌려보고 또 가지고 있는 책들은 적극 활용해서 아이와 함께 즐겁게 영어를 공부하여 여름을 무사히 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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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 - 상
오타 아이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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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아이>로 국내에 처음 소개된 일본의 각본가 출신 작가 오타 아이의 책이다. 원래는 <범죄자>를 냄으로써 작가로 데뷔하였다. 상, 하권으로 나뉘어 약 1,200페이지에 육박하는 분량 중 240페이지 정도 티저북으로 나왔다.

작가가 자신의 작품들에 있어, 사건은 새롭게 구성하되 메인 캐릭터는 일정하게 가져가기로 한 것 같다. <잊혀진 아이>에서 사건을 추적하고 해결하는 삼 총사 즉, 왕따 형사 소마, 전직 방송국 직원으로 넉살좋은 흥신소 사장 야리미즈, 야리미즈 밑에서 조수로 일하는 영민하고 총명한 10대 소년 슈지가 이 책에도 나온다. 나온다기보다 이 책에서 어떻게 이 삼 총사가 결성되었는지가 사건과 함께 소개된다. 미번역된 작가의 다른 책 <천상의 갈대 상, 하>까지 보면 이들 셋이 계속 트리오로 사건을 해결하는지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훤한 대낮, 역 앞 광장이라는 열린 공간에서 발생한 잔혹한 무차별 살인사건. 네 명이 회를 뜨는 칼 한 방에 즉사하고 한 명이 간신히 목숨을 건진다. 그 한 명이 슈지이다.

사건의 변두리로 밀려나 피해자를 담당하게 된 형사 소마가 유일한 생존자인 슈지를 만나 사건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경찰이 정리하고 있는 방향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아챈다. 그것은 즉, 거대한 힘이 사건의 방향키를 잡고 다른 방향으로 틀고 있으며 그것은 슈지의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오랜 친구인 야리미즈를 찾아와 슈지를 맡긴다. 태연자약, 능글능글 넉살좋은 야리미즈이지만 그는 소마와는 다른 신선한 시각과 매스컴 쪽 인맥을 가지고 있어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슈지가 병원에 있을 때 슈지의 모습이 방송에 나오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병원 로비에서 그에게 바로 다가와 슈지가 마지막 한 명의 피해자이며 앞으로 열흘간 꼭 버티라고 말하고 떠난 무테안경을 쓴 남자.

거물 정치가와 거물 기업가 등 사건에 필요한 모든 캐릭터가 정렬되었다. 무차별 살인사건이 아닌 처음부터 그 광장의 5명을 노린 사건임이 분명하다. 노부인, 상점 주인인 중년 남성, 20대 여성, 30대 주부, 그리고 18세 소년 슈지. 대관절 이 5명은 무슨 공통점이 있어 살인자의 타겟이 되었을까?

이제 본격적으로 사건의 추적이 시작된다. 그런데 여기서 티저북이 끝난다.

울고 싶다. 책 사러 서점으로 달려가야겠다.

역시 소마, 야리미즈, 슈지의 캐릭터가 손에 잡힐 듯 그려지는 매력적인 묘사, 정치, 경제, 언론을 아우르는 비판적 시각, 시종 독자가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흡인력 있는 사건 전개, 이 모든 것이 각본가 출신의 오타 아이 작가의 큰 무기인 것 같다. 정식 출간본 읽고 다시 서평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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