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 - 사쿠라 마나 소설
사쿠라 마나 지음, 이정민 옮김 / 냉수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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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생으로 2012년에 고교 재학 중에 AV 배우로 데뷔한 후, 저작 활동 및 TV 예능 프로그램 출연 등 AV 배우로서 이례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사쿠라 마나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제 30회 도쿄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정식 상영작이자, 제 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초대작 《최저》의 원작소설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AV와 관련된 네 명의 여성이 등장한다.

엄마와 언니가 가진 아름다운 유전자를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아야코. 길에서 스카웃 활동을 하는 요헤이의 추천으로 AV 세계에 뛰어든다. 엄마와 언니는 그녀를 만류하기 위해 홋카이도에서 도쿄로 찾아오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다. 인생 전락했다는 눈길과 대우가 절망스럽다. 아야코는 외롭다.

다니던 회사의 도산과 함께 우연히 알게 된 후쿠와타시의 추천으로 AV 기획사를 차리게 된 착실한 남성 이시무라. 그리고 룸싸롱 톱이었다가 스카웃 제의를 받아들여 이시무라와 함께 일하는 모모코. 그녀는 이시무라와 살며 연인이 된다. 고향의 편찮으신 부모님 생각에 늘 맘이 편치 않다.

섹스리스 부부로 몇 년을 지내고 있으나 활활 타오르는 욕망을 가진 가정주부 미호. 변태 업소에 가보기도 하다가 AV 배우 모집에 응모한다. 단조롭고 평범한 자신의 삶이 싫어서이다.

아야코는 행실이 나쁜 엄마 다카코와 할머니 집으로 온다. 엄마는 여전히 밖으로 나돌고 아야코는 할머니가 뛰어난 솜씨로 해주시는 요리와 함께 17세 소녀로 성장해간다. 미술대회 입상을 계기로 엄마 다카코의 AV 배우 전적이 세상에 드러나며 입장이 곤란해진다. 그런 그녀도 아름다운 용모를 보고 유혹하는 남자들을 마다하지 않는다.

십인십색이라고 세상 사람 누구 하나 같은 사람은 없고 같은 인생도 없다. 각자 인생을 어떻게 살지 인생의 선택이라는 기로에서 무엇을 택할지는 각자의 몫인 것 같다. 그리고 그 선택한 바에 따르는 대가는 각자가 지불하는 것 또한 이치일 것이다.

인식이 아무리 바뀐다 해도 AV 및 AV 배우가 양지로 나오기는 힘들 것 같다. 그러나 환영받지 못하더라도 지지받지 못하더라도 존재를 부정당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스스로 인정하고 납득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누가 대신 살아주지 않는 인생, 주체적으로 살고 있으면 충분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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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 -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 우수상 수상작
이은소 지음 / 새움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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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 넘어가는 게 아까운 책을 오랜만에 만났다. 읽어가는 게 아쉽고 계속 언제까지고 이야기 속에 빠져 있고 싶었다. 정말 보석을 만난 기분이었다.

때는 조선시대.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거늘, 억압적인 층층시하 신분제도와 여성에 대한 불합리한 사회의 굴레가 상존했던 시대이다. 분명히 아픈데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이 아프기에 병으로 인식도 못했을 터인데 눈으로 보지 않고 마음으로 보는 의사가 있었다.

상처입은 치유자, 유세풍

1957년 나이 25세에 사제로 서품을 받고 하버드 대학 교수이자 설교자, 저술가로 종교를 넘어서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헨리 나우웬은 그의 역작으로 불리는 책 《상처입은 치유자 (Wounded Healer)》에서 상처가 있기에 우리는 타인의 상처를 이해하며 그 상처의 치유에 자신의 상처가 사용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 속에서 비록 가공의 인물일지언정 조선에도 상처입은 치유자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유세엽이다. 오늘날 표현으로 의료 사고 의혹으로 그는 자책감에 시달리고 트라우마에 빠져 침을 들기만 해도 공황장애 증세를 보여 침을 못 놓는 의원이 된다. 수술 못하는 외과의사 정도 되려나? 그러나 그는 마음의 눈으로 병증을 보이는 사람들의 마음의 병을 읽어내고 곁에서 지켜주고 말을 걸고 들어준다.

환자의 눈높이에서 비난하지 않고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마음의 치유를 얻는다.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 준다.

개인의 문제 vs 사회구조적 문제

병자호란 때 청으로 끌려가서 아들을 낳고 생면부지하다가 구사일생으로 돌아왔으나 화냥년을 집안에 둘 수 없다며 사약을 먹고 죽으라는 시어머니 등쌀에 결국 자기를 버린 남편. 늙어 치매에 걸려 아들 풍이를 그리고 또 그리는 할망.

시집간 지 하루만에 병약했던 남편이 죽자 남편 잡아먹은 년이라며 구박하는 시어머니로 인해 우울증에 걸려 몇 번이고 자해를 시도했던 현령의 딸 은우.

강박증과 결벽증 증세를 보이는 10대소녀는 알고 보니 의붓아비에게 상습적으로 강간당하고 있었으나 생명을 부지하려 같은 방에서 숨 죽이며 묵인하는 어미.

서자라고 학대받는 오줌싸개가 된 도령, 사람들의 멸시의 눈빛이 두려워 알코올 중독에 빠진 천민 광대, 능력이 안 되는데 10여년간, 고생하며 고시 뒷바라지한 아내의 바람대로 꾸역꾸역 과거 공부를 하다가 발기부전에 걸린 고시생,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 사통했다며 집안의 수치라며 결국 살해당한 비구니, 중도실명한 맹인과 학대로 한 팔과 한 다리를 잃은 장애인은 서로 의지하며 길거리를 떠돌고...

이들의 사연 하나하나에 작가가 개인의 탓을 하지 않고 남존여비사상, 신분제도 등 사회 구조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남자는 아내를 죽어도 아무 문제 없지만 여자가 과부가 되면 온갖 차별을 받는다. 재가하더라도 자녀가 양반이 될 수 없다.

그리고 같은 약자이기에 더 비열해질 수밖에 없는 서글픈 현실을 보여준다. 며느리를 못 잡아먹어 안달난 시어머니들의 모습이다. 유세풍은 그들도 병자이고 상처받은 이들임을 알아챈다. 딸이 자기와 같은 방에서 남편에게 강간을 당해도 입을 다무는 어머니도 마찬가지이다. 경제력이 없기에 남자에게 의존하여 인륜을 저버린 범죄를 은닉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자조 공동체

계 의원집에는 언제나 왁자지껄 조용할 날이 없는 대가족이지만 혈연으로 연결된 이는 하나도 없다.

계 의원은 첫사랑, 지켜주지 못했던 그녀의 딸 입분을 딸 삼았고, 자폐 스펙트럼인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청년 장군을 아들 삼았다. 호란 중에 청나라에 끌려갔다 돌아와 이제는 노망난 할망과 귀화한 여진족의 후손이지만 사람들의 배척이 겁나 남해 출신으로 하고 지내는 남해댁, 그리고 침을 놓지 못하는 의원 유세풍, 생명처럼 그를 따르는 종 만복, 남편 잡아먹은 년이라 불리며 우울증에 자해소동을 벌인 20대 청상과부 은우가 모두 함께하는 공동체이다.

말은 시궁창같이 거칠지만 이들은 피보다 진한 애정으로 맺어진 가족이다. 계 의원 정말 입은 망나니이지만 진정한 의원, 걸출한 인물이다. 숨을 그늘이 넓디 넓은 커다란 느티나무 같은 존재이다.

그리고 '술에서 별맛 나는' 로맨스

우울증에서 벗어나 여성 의원으로 발돋움하는 은우와 마음이 아픈 자들 곁에서 동행하는 심의 세풍은 가랑비에 옷 젖듯이 조금씩 사랑에 빠져간다.

잠든 은우의 모습을 보며 "술에서 별맛이 나는구나."라고 읊조리는 세풍. 이 둘은 영원히 함께하기로 약속한다. 예스럽고 고전적인 수줍지만 강렬한 해바라기 같은 헌신의 사랑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세풍의 의료 사고 의혹이 모두 해결되어 다시 출세길이 보이지만 허전하기만 한 그들은 다시 소락마을의 계 의원으로 돌아온다.



휴머니즘이면 휴머니즘, 로맨스면 로맨스, 유머면 유머 그 어느 하나 과함도 부족함도 없는 멋진 책이었다. 입에 착 감기는 대사하며 조연들의 충성스럽고도 익살스러운 모습하며 매력이 철철 넘친다.

작가님 후기에 이야기를 만드는 본인의 취미가 독자의 기쁨이 됐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진정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팬이 돼버렸다. 아무리 칭찬해도 모자란 (나만의) '올해의 책'의 가장 유력 후보가 되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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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으실 대로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지식출판원(HUINE) 셰익스피어 전집 4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이윤주 옮김 /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지식출판원(HUINE)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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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때 셰익스피어의 희곡 몇 편을 이야기로 축약해 놓은 책을 읽곤 했다. 비극보다는 희극이 어찌나 재미있는지 읽고 또 읽곤 했다. 이번에 일은 <좋으실 대로 (기존 번역본들의 제목은 <뜻대로 하세요>이다)>와 <십이야>는 정말 푹 빠져서 읽었었다.

그러고 중학생이 되어서는 희곡으로 읽었다. 셰익스피어의 심오하고 폭넓은 언어의 세계를 다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역시 상황의 유쾌함과 말장난이 정말 재미있었다.

이번에 만난 《좋으실 대로》는 정말 오랜만에 만난 셰익스피어였다. 실은 작년에 셰익스피어 희극 네 편을 다른 번역으로 샀는데 영 읽히지 않았다. 이번 외대출판사에서 나온 셰익스피어 전집에 속한 《좋으실 대로》는 정말 이대로 바로 무대에 올려도 될 만큼 자연스러운 구어체, 대화체, 언어 유희가 살아있는 걸작이었다. 번역의 승리라고 말하고 싶다.

권력의 암투와 가족 간의 분쟁, 인간의 시기와 질투 같은 인간의 어두운 면과 동시에 의리와 충성을 지키는 고매한 정신과 살을 에는 추위가 있는 숲속에서도 자족하며 평화를 추구하며 사는 순전한 마음, 사랑을 추구하고 화해하는 선량함이 대사 하나하나 속에 녹아 있다.

전임공작
: 보다시피 우리만 불행한 것은 아니다.
이 넓디넓은 세계라는 무대에선
우리들이 연기하는 장면보다
훨씬 더 비참한 연극이 공연된다.

제이키즈 : 당신의 최대 결점은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이오.
올란도: 그 결점을 당신의 최고의 장점과도 바꾸지 않을 거예요.

네 쌍의 남녀가 첫눈에 반한 사랑이기도 하고, 때로는 일방이 끈질기게 굴욕적으로 구애하고 일방은 끈질기게 거부하기도 하고 또는 본능에 충실한 사랑이기도 하나,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한번에 모든 갈등이 해결되고 해피엔딩이 되는 그 유쾌함.

그 안에서 권력투쟁으로 인간성을 버렸던 자들이 회심하여 모든 것이 모든 사람이 아름답게 제자리로 돌아가는 쾌감.

감초같이 등장하는 살아있는 캐릭터를 가진 조연들의 말장난과 그속에 숨겨져 있는 해학과 인생의 진실.

다시 읽은 셰익스피어는 정말 감동이었다. 무려 400년의 시간을 초월하여 인간이 사는 모습의 보편성을 보여준다. 해 아래 새것이 없다는 구약성경의 전도서의 말처럼 그 시대의 모습이 그대로 이 시대에도 재현되고 있기에 더욱 공감의 폭이 컸던 것 같다.

일본의 작가이자 러시아어 통번역가인 故 요네하라 마리 씨는 번역에 대한 에세이 《미녀냐 추녀냐》에서 직역에 충실한 추녀 같은 번역, 의역에 충실한 미녀 같은 번역에 대해 논하고 있는데 나는 절대적으로 읽는 사람이 이해하기 편한 '미녀'같은 번역을 선호한다. 어려서부터 읽히지 않아 책장 넘기다 덮어버린 책이 한둘이 아니었고 그래서 책을 원어로 읽겠다는 의지가 생겨 외국어를 열심히 파고들었다. 셰익스피어의 대작을 이렇게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쉽게 접할 수 있어서 감지덕지였다.

《말괄량이 길들이기》, 《십이야》도 어서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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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미스의 검 와타세 경부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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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과 정의의 여신 테미스는 왼손에는 천칭을, 오른손에는 칼을 들고 있다. 일본 드라마에서 종종 봤던 것 같아 이미지를 찾아봤다. 책의 표지에도 나와 있다.

러브호텔들이 밀집해 있는 구역의 부동산에서 강도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용의자로 떠오른 청년은 계속 부인하지만 억압적이고 위압적인 취조에 의해 청년은 혐의를 인정한다. 검사는 경찰이 제시한 증거품과 수사 기록을 근거로 그를 기소하고 재판에서 그는 사형선고를 받는다. 그는 끝까지 결백을 주장하며 형무소 내에서 자살한다.

그로부터 5년 후,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이는 강도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유력 용의자가 지목된다. 취조 끝에 그는 두 건의 범행을 모두 인정한다. 한편, 이번 사건과 5년 전 사건에 관여한 형사 와타세는 5년 전의 사건도 동일범의 소행이 아닐까 하는 공포스러운 직감을 한다. 만약 그렇다면 5년 전 사건은 원죄 (누명) 사건이 된다. 게다가 사형 선고를 받았던 당사자는 자살하여 이미 세상에 없다. 그러나 와타세의 직감은 딱 들어맞는다.

와타세는 어둠 속에 묻으라는 조직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고 이 원죄 사건을 세상에 알린다. 그가 신뢰하는 검찰과 판사는 일신의 보존을 버리고 진실의 규명에 협조한다.

이야기는 이렇게 마무리되지 않는다. 23년 후. 무기 징역 선고를 받았던 범인이 모범수로 석방된다. 그러나 출소 후 채 몇 시간이 지나기 전, 그는 공중화장실에서 칼에 찔려 죽는다. 그러고 나서 밝혀지는 추악한 진실...

역시 믿고 보는 작가님이다. 450페이지 정도의 장편소설인데 몰입하여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경찰, 검찰, 법원 등 사법조직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원죄 (누명) 사건에 대한 문제 제기, 제4의 권력이라고 할 수 있는 언론의 돈 냄새 나는 저속한 행태 그리고 근본적으로 인간의 죄악과 탐욕에 대해 칼끝같은 펜으로 서슴지 않고 비판을 퍼붓는다.

그러나 와타세 경부라는 외골수와 고엔지 시즈카라는 양심적인 법관을 판도라의 상자 속에 남은 최후의 희망으로 그리고 있다.

고엔지 시즈카라는 일본의 20번째 여성 재판관이 무척 낯익다 했더니 나카야마 시치리 작가님의 다른 작품 《시즈 할머니에게 맡겨 (미번역)》에 나오는 인물이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고엔지 시즈카의 손녀 마도카이다. 교통사고로 양친을 잃은 마도카는 시즈 할머니와 생활하고 있는 여대생이다. 그녀는 할머니를 롤모델로 법조인을 꿈꾸고 있다. 우연한 계기로 경찰 수사를 돕게 되는데 모든 정황을 듣고 집에 와서 할머니에게 얘기하면 할머니는 안락의자에 앉아 듣기만 하는 걸로도 사건을 해결한다. 깜짝 놀랄 반전도 마지막에 나오는 정말 재미있는 책이다.

《테미스의 검》의 가장 마지막 부분에 와타세 경부와 마도카가 고엔지 시즈카 판사의 묘 앞에서 만나는 장면도 나와서 깨알 같은 즐거움을 주기도 했다. 요즘 가장 핫한 일본 추리소설가 중 한 명이기에 이 책도 분명히 번역본이 나올 것 같아서 더욱 기대된다.

40대 후반의 결코 이르지 않은 나이에 데뷔하여 엄청난 속도로 신작을 발표하는 왕성한 집필력을 보여주는데 한 작품 한 작품 허술한 면이 없다. 《보호받지 못한 자들에게 (미번역)》이라는 작품도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21세기 세계 제3위의 경제대국 일본에서 굶어죽는 사람들의 존재와 복지제도 (특히 생활보호제도)의 맹점을 신랄하면서도 처절하게 그려냈다. 이 작품도 꼭 국내에 선보이길 바란다.

본격 형사물이자 사회파 소설인 《테미스의 검》은 나카야마 시치리 작가의 진가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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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거짓말이 들통나기 전에 커피가 식기 전에 시리즈
가와구치 도시카즈 지음, 김나랑 옮김 / 비빔북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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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푸니쿨리 푸니쿨라》라는 제목으로 발간된 책의 속편이다.

《푸니쿨리 푸니쿨라》라는 찻집은 도시전설처럼 과거나 미래로 갈 수 있다고 소문이 났지만 몇 가지 소소하지만 까다로운 조건이 있어 실제로 과거나 미래로의 타임슬립을 시도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이전 작품 《푸니쿨리 푸니쿨라》에는 각각의 사연을 가진 네 명의 여성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는데 속편 《이 거짓말이 들통나기 전에》에는 친구, 모자, 연인, 부부라는 소제목으로 네 명의 남자들의 애틋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리고 과거나 미래로 갈 수 있는 유일한 자리에 온종일 앉아 있는, 흰 원피스를 입은 묘령의 여인에 대한 비밀도 밝혀진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남자들이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여자들보다 서툰 것이 사실인 것 같다. 투박한 남자들의 우정과 부모에 대한 미안함과 사랑, 홀로 남겨질 연인에 대한 사랑, 30년 전 죽은 아내에게 줄 목걸이 선물에 담긴 애정과 회한은 남자들의 것이기에 좀 더 신선하고 찡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앞선 작품에서와 마찬가지로 과거로 간다고 해서 현실이 바뀌진 않는다. 그러나 상대방의 마음이 어떤지 알기만 해도, 그리고 상대방에게 자신의 마음이 어떤지 분명히 전하기만 해도 우리는 위로받고 치유받으며 앞으로 걸어갈 힘을 얻는다.

실제로 이런 찻집이 있다면 커피가 식기 전에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만나면 어떤 마음을 전하고 싶은가? 살면서 바로 그것을 주위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평소에 하고 살면 좋겠다. 생을 내려놓으려 결심한 사람을 살리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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