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의 국경
신경진 지음 / 문이당 / 201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희의 국경

 

흡입력이 상당하다. 앞부분을 읽는 순간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쭉 읽혀 내려갔다. 유희와 국경이라! 언뜻 살펴보면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다. 하지만 책을 읽어가다 보면 유희와 국경의 절묘한 하모니를 이해할 수 있다. 국경은 나라와 나라를 가로지르는 경계선인데, 항상 일정하지는 한다. 때에 따라서는 국경이 휴지조각처럼 될 때도 있다. 유희는 즐거움이지만 때로는 휴지조각처럼 버려질 때가 있다. 특히 사랑의 유희가 그렇다. 유희의 국경은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불처럼 타올랐던 사랑도 시간이 지나면 차갑게 식어질 때가 종종 있다. 차가운 사랑은 결국 깨어지기 마련이고, 그 사랑의 끝은 항상 깨끗하지만은 않다.

주인공의 이름이 이중적이다. 사랑이 깨어진 여주인공 유희는 새로운 사랑을 찾는다. 사람에게 아파한 상처는 사람에게서 치유를 받는다. 매력적인 유희에게 남자들이 모여드는 건 자연스러운 이치이고, 아파했던 유희가 그런 남자들에게서 치유를 받으려고 하는 것도 자연스럽다.

사랑은 유토피아적인 부분이 많다. 하지만 이상적이라고 해서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다. 이혼을 결심한 유희는 현실적인 상황에 의해 번민한다. 그렇기에 시어머니의 이혼 1년 연장에 대해서 합의한다. 현실에 대한 굴복이자, 애타게 원하던 자유에 대한 희생인 셈이다. 건물 한 채를 받는 것으로 고귀한 자유를 희생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자유 희생을 대부분 사람들은 기꺼이 받아들일 것 같다. 1년 동안의 희생으로 오층 건물 한 채가 생긴다면 대부분 사람들이 받아들일 것처럼 느껴진다. 물질만능주의 시대에서 돈은 자유와 비견될 정도로 거대한 힘을 발휘한다.

소설에는 정신적 그리고 육체적인 사랑이 꿈틀거린다. 정신적으로의 사랑과 함께 육체적인 사랑도 불태운다. 어느 한쪽만의 사랑은 절름발이인 셈이다. 꿈과 환상이 실현된 세계의 사랑이 되기 위해서는 완벽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쓸데 없는 소리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어떤 사랑이 좋고 나쁘다를 논하기에는 무의미하겠다. 좋아하는 사랑을 하면 그것으로 좋다.

책은 계절을 따라 여름, 겨울, 봄으로 이어진다. 읽다 보면 왜 이런 순으로 이어지는 지 알 수 있다. 여름이 발단이라고 하면 겨울은 이야기가 더욱 복잡해진다. 여름의 이야기의 심층 부분이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현재의 삶에는 과거가 있고, 미래가 있다. 과거 여름의 이야기가 현재 겨울에서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복잡하게 피어난다. 그리고 그 사연들의 이야기는 서로의 국경이 된다. 그리고 그 국경을 넘나드는 감정에는 아무런 장애물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 장애물이 없음으로 인해 인간의 마음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요동친다. 이 요동치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마음이 서늘해질 때가 있다. 책을 통해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와 앞으로 살아갈 이야기 그리고 현재의 삶을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의 이야기는 흥미로우면서도 많은 걸 생각하게 만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