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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5월 14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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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주문하면 "5월 21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5년 05월 12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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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정체성은 일반적으로 자기실현Self-realization에 대한 강조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자기실현이란 매우 근대적인 현상 중의 하나로 만약 중세 사람에게 자기실현에 애쓰고 있느냐고 질문한다면 그는 그 질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자기실현이라는 개념은 중세 시대의 사람들에게는 완전히 낯선 생각이기 때문이다. 전근대적 세계가 불변하는 본질로 구성된 정적인 질서로 간주되는 반면, 근대적 세계는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근대의 세계는 그 자체로 변화의 모든 근원을 가지고 있으며 결코 신과 같은 외부적 존재에 의해 통제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변화하는 이 세계를 살아가는 근대인의 역할은 이미 주어진 세계의 본질을 깨닫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실현하는 것이다."

-<패션:철학> 273~4페이지 중에서




패피라는 줄임말에 기겁을 하는 나라고 해서 옷을 좋아하지 않는 건 아니다. 비록 '힙'하고 '핫'하다는 트렌드를 알기 위해 잡지나 블로그에서 금쪽같은 팁을 구하고 그로부터 얻은 영감을 다음날 복장에 반영하는 부지런한 부류는 전혀 아니지만, 심지어 그러한 부류는 어쩐지 느끼하다고 느끼는 촌스러움까지도 장착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옷차림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니다. 물론 인정한다. 내가 올해 에프더블유 시즌을 주도할 컬러 따위는 전혀 알지 못하며, 놈코어룩이란 말도 오로지 대화상대를 웃기기 위한 용도로만 써본 처지임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해보면 나는 옷을 꽤 좋아하는 것 같다. 적어도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보다 잘 어울리는 옷을 입었을 때 조금 더 즐거워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옷을 좋아하는 나도 자기실현을 위한 성찰로써 입기를 실행하고 있는 날은 매우 드물다. 반드시 지드래곤 정도나 되어야 옷으로 발언을 할 수 있는 건 아닐진대, 그저 게을렀던 것이다. 이 게으름을 단박에 타파해줄 뭔가가 있으리라고 기대하며 읽은 책은 아니었지만 <패션:철학>에는 의외로 건질 만한 팁이 있었다. 즉 "패션은 의미를 가진 듯 보이는 매우 다양한 현상이지만 실제로 그 의미는 상당히 한정된 수준에서만 가능하다는" 것. 말하자면 패션과 관련된 성찰을 하지 않는 것도 자기 자각을 팽개치는 일에 가깝겠지만, 동시에 "삶의 인도자"로서의 역할 따윈 할 수 없는 패션에 과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참으로 우스꽝스러운 일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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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하게 한 번 본 걸로 끝내면 얼마나 좋아. 왜 자꾸 질척거려. 그리고 당신 기억 안 나? 내 앞에서 린다 얘기는 그쯤 하면 됐다고 얘기한 것 같은데.

유튜브를 시도때도 없이 들락거리는 것으로는 성에 차질 않았는지, 급기야는 유치하기 짝이 없는 팬픽까지 쓸 기세. 공연이란 게 이렇게 무시무시하다. 기네스랑 폴 라이브 영상이 날 이미 저어기 저 너머로 데려다줘서 그렇다고 일단 둘러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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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낱의 사람을 만나기란 이리도 어려운 일일까. 배우자와 자신을 동일시하거나, 회사를 '우리'라는 대명사로 칭하거나, 자신의 근황을 알린다고 해놓고 자식의 성장을 중계하는 이들은 이쯤이면 됐다. 내가 재생목록에 추가한 노래, 내가 밑줄그은 문장, 날 식겁하게 한 장면, 내가 요새 잡고 싶은데 못 잡고 있는 홀더, 내가 연습하고 있는 곡, 내가 지은 밥의 맛, 내가 맡은 비 냄새에 대해 조금은 길게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이나 좀 더 보고 살기로 하자. 누구나 할 수 있는 올바른 얘기 혹은 어디선가 주입당한 티가 물씬한 그럴듯한 의견을 들려주는 사람도 지루하니 일단 어디로 좀 치워두기로 한다. 프레시안이나 한겨레에서는 절대 볼 수 없을 투박한 정견이라 할지라도 나름의 입을 통해 그것이 궤변만은 아님을 최대한 흥미롭게 전달할 줄 아는 개인을 좀 찾아보는 거다. '선생님, 선생님' 잘하는 사람이나 어떤 경계 안쪽에 한 발 걸치고 있다는 것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치들은 사실 신경 쓸 필요도 없다. 중요한 건, 온전히 자기 목소리를 통해 나온 소박한 무엇을 정념없이 내보일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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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도록 남은 자의 음악을 라이브로 듣고 있으려니까 한때는 오래도록 남은 자의 윤택함을 쉬운 길을 택한 결과라고 생각했던, 되먹지 않은 시절 지녔던 편견이 떠올라 말도 안 되게 부끄러워지고 만다. 무대를 보고 있노라니 생기는 감흥이 죄다 비현실적이었다.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기운이 어느샌가 사악 스미는데, 내 요 근래 언제 또 이런 온기를 느껴봤나 싶었으니 말이다. 비록 듣고 싶었던 몇 곡을 안 들려줬다는 것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eight days a week도 lady madonna도 live and let die도 들었는데 대체 뭐가 문제겠는가. 


이십 년쯤 들어온 음악을 라이브로 듣고나서 생각해보니 이십년 가까이 읽어온 책은 없다. 

꽤 오래전부터 생각해오던 것이지만, 책 없이는 살 수 있다. 그것도 얼마든지. 그런데 음악 없이는 아마 사는 게 훨씬 짐스러울 것 같다. 어쩌면 내가 짐작하는 바 이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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